[창호기려] 뭘쓰고싶었던걸까나
이세계 착각 헌터
314화 까지 읽었습니다
엄청엄청엄청 짧은 1100자 따리 단편...
그날따라 울리는 매미 소리가 유독 비명처럼 들렸다. 그것들은 나무에 붙어 고통을 호소하는 것처럼 울어댔다. 찌르르르, 찌르르··· 개미들이 마치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일렬로 서서 땅바닥을 기어가기 바빴다.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속이 메스꺼워져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독 새파란 하늘이었다. 구름 한 점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은 마치 세상 속 혼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그래서 강창호는 그 하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푹 지는 날씨가 몸을 껴안고, 홧홧한 공기가 뺨을 스쳤다. 하필이면 주변에는 그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거대한 나무 하나가 보였는데, 그 아래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어도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떼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분명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할 테지. 더는 의심할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몸에서 줄줄 흐르는 식은땀 덕에 착 달라붙은 나시며, 바지며. 강창호의 몰골은 멀리서 봐도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기분 나쁘게 더운 날씨. 여름의 끝자락이 눈앞에 서 있었다.
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한 사내였다. 검은색의 롱코트. 뿌리염색을 하지 않은 노란 탈색모. 새까만 삼백안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표정을 읽기 어려워 감히 짐작하기도 힘든 자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세 하나 틀어지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모습은 마치 실험쥐를 관찰하는 연구원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강창호가 땀이 송글송글 맺힌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올렸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먼저 손을 뻗었다. 애초에 왜 땡볕 아래에 서 있게 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들을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턱.
사내의 어깨를 잡음과 동시에 시야가 핑글 돌았다. 이제 제대로 앞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강창호 씨."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 비명 같았던 매미 소리의 끝맺음. 뺨을 스치는 기분 좋고 시원한 바람.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개미들. 땅을 뒤덮는 그늘. 땀에 젖지 않은 나시며, 바지며. 반대되는 그 모든 것들이.
"너 누구야? 김기려는 어디에 있지?"
■■■는 표정 없이 웃었다.
그날 이후 강창호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그리고 그해 여름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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