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겼어
아코락은 확신했다.
메르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을 잘못했는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잘못한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진득한 섹스? 그건 이제 숨 쉬듯 하는 거라 잘못으로 치기엔 좀 그랬다.
잠을 안 재운 것? 그것도 섹스 때문이었고, 결국 메르도 즐겼으니 딱히 문젯거리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면 그럴 수 있다 치부하겠지만, 이제 일주일째.
집은 들어오는 게 맞다.
아침에 아코락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들어가는 것인지 마주칠 수 없고, 아코락이 퇴근하기 전에 집을 빠져나간 것인지 볼 수가 없었다.
사람이 왔다 간 흔적은 있고,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은 왔다.
바쁘다는 이야기만 써있는데, 이게 일주일간 이렇게 될 일인가?
일주일간 못 마주쳤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섹스도 일주일간 못했다는 소리다.
물론 섹스가 전부는 아닌 걸 안다. 그래도 이게 이렇게 대놓고 피하면 사람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오해를 하기 마련이다.
혹시나 다른 여자나 남자를 만나는 거라면? 괜히 이전에 비몽사몽인 메르를 덮치려고 했던 놈이 떠올랐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 밑에서 헐떡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설마,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솔직히 집에서만 하지 않으면 사귀거나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막을 권리가 없었다.
그래도 화나는 건 화나는 거다.
더구나 오늘은 휴무 날이다. 그런데 집에 없다. 새벽 댓바람부터 포르르 사라졌다.
스튜디오에 있을 것이 뻔했다. 어딘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가야 하나 하는 순간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문을 향했다.
열리는 문 그리고 일주일 만에 본 메르의 얼굴은 핼쑥하고 먹구름이 가득 낀 얼굴이었다.
부르려고 했다.
부르지 못했다.
건드리지 말라는 분위기가 팍팍 담긴 메르가 그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순간 멈춰서 생각이 멈췄다.
퍼뜩, 정신 차리고 메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이불이 볼록했다.
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아까까지 있던 이상한 생각은 싹 사라지고 걱정으로 가득 찼다.
끼익, 침대에 걸터앉아 등으로 보이는 곳을 톡 건드리자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메르는 답이 없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말 못 할 일이야?”
답은 없었고,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져.”
“어?”
뭐라고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불 때문에 안 들려. 자, 괜찮으니까. 나와서 말해봐.”
그렇다고 웅크린 몸이 펴진 건 아니고, 슥, 이불에서 얼굴만 빼꼼 빠져나왔다.
“…안 없어져.”
“뭐?”
“그, 그… 지, 지난번에 생긴 그거. 안, 없어져.”
그거?
아코락이 또 반문하자 알에서 근심·걱정이 진득하게 섞인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여, 자...그거.
“아.”
그러니까 메르는 이전에 생겼던 여성기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또! 생겼단다. 섹스를 자연스럽게 밥 먹듯 하는데 여성기를 가지고 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고 하루 이틀이면 없어지겠거니 해서 피했는데, 그게 일주일이 되었다.
뭐 어때 하고 툭 말을 뱉으려고 했지만, 잔뜩 울상인 메르를 보니 놀리기엔 좀 괜히 그랬다. 그게 있어서 그걸로 하면 나쁘지는 않지만 메르 입장에서는 나름 문제라면 큰 문제였으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전에 생겼을 때 섹스 좀 거하게 하고 자고 일어나니 말끔하게 사라졌었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기억이긴 했는데 ….
“할까?”
“너는 사람이 걱정하는데!”
“지난번에도 하고 잤더니 사라졌잖아. 이번에도 그럴 수도 있으니까.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메르도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딱 한 번이지만 경험을 해봤으니까. 하지만 평소랑 다른 감각에 오싹함을 느낀 것도 있고, 괜히 아코락의 기대에 찬 저 표정이 얄밉긴 완전 얄미워서.
“헛소리 하지 마.”
“하지만 그때도 좋긴 했잖아.”
은근슬쩍 이불 안으로 들어온 손이 메르의 몸을 파렴치하게, 야릇하게 더듬기 시작했다.
허리를 살살 간지럽히더니 바지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말은 날카롭게 해도 딱히 아코락의 손길을 거부하진 않았다.
일그러지는 메르의 표정을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힘을 줘 이불을 걷어냈다.
얇은 옷을 입고 있는 메르의 몸을 일주일 만에 보고 만지다 보니 잔뜩 흥분한 건 덤이었다.
바지에 들어간 손이, 슬금슬금 기어다니자 메르의 몸이 옆으로 뒤틀렸다.
일주일만인 건 아코락도 아코락이지만, 메르도 마찬가지였기에 예민했고, 또 예민했다.
바지와 속옷을 벗겨냈다. 여성기를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메르의 몸에 난 여성기는 이제 겨우 두 번째였다.
갈라진 틈으로 검지를 밀어 넣고 길게 쓸어내렸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메르의 어깨가 흠칫 떨리고 발끝이 곱아들었다. 강한 힘으로 문지르자 연신 쏟아지는 쾌감에 눈앞에 별이 튀는 듯했다.
침대로 완전히 올라와 메르의 다리를 잡고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잠시 손가락으로 문질렀던 은밀한 부위가 잔뜩 젖어 움찔거리고 있었으며, 건드리지도 않은 더 밑의 문에 야릇한 액체가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시, 싫어. 보지마.”
알몸을 본 것도, 성기를 보고 만지고 결합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여성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민망했고, 부끄러웠으며, 시선으로만 갈 것 같았기에 메르는 연신 그만 보라고 애원했다.
아코락은 말없이 메르의 다리를 더 벌릴 것이 없을 정도로 벌리고 사이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메르가 민망한지 눈을 질끈 감았는데, 혀가 닿는 순간 저항 없이 음란한 교정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갈라진 틈을 핥는 따뜻하고 연한 혀의 촉감에 허벅지를 연신 움찔거렸다.
춥, 츱, 타액과 애액이 섞여 음탕하게 젖은 소리가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말캉한 혀가, 흥분해 부풀어 오른 음핵을 넓게 굴리며 핥자 저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집요했다. 그저, 남자의 몸으로 가졌던 쾌감과 미묘하게 다른 감각이 생소하여 무서웠고, 무서운데 좋기는 좋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메르는 제 가랑이 사이에서 한 마리의 개처럼 열심히 그곳을 핥는 아코락의 머리카락을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젖은 소리, 그리고 굵은 손가락이 여성기 입구 주변을 연신 지분거렸다.
들어갈락 말락, 위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을 빙빙 돌며 건드리자 몸은 또 솔직해서 구멍이 뻐금대며 입을 벌렸다.
여전히 혀는 정신없이 핥고 있으면서,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입구를 벌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끈적거리고 우둘투둘한 내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손을 소담히 물어오는 따듯한 내부의 감촉,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휘어 질벽을 꾹꾹 누르고 위로 쳐올리자, 메르가 참을 수 없는지 다리를 오므리고 허리를 튕겼다.
아코락이 손에 힘을 주며 리드미컬하게 털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뭔지 모를 고양감이 배에 맺혔다. 확실히 매번 하던 관계와는 또 다른 미지의 감각이었다.
“하, 흐, 그, 그만, 이상하다니까. 히이익!”
하지만 가랑이 사이에서 열심히 입과 손을 움직이는 아코락에게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물기 젖은 질척한 소리만 들렸고, 그 소리는 야했다. 정말 야했으며 들을수록 흥분했다.
제 아래를 쑤시면서 나오는 소리에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민망했지만 쾌락에 젖은 몸이, 휩쓸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저 모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 그읏, 시, 싫어. 그, 만, 하읏!”
미미하게 찌르르 울리던 감각이 눈덩이가 불어나듯 점점 몸집을 키웠다. 작은 감각이 점점 커지면서 온몸을 사로잡아 버리자 덜컥 겁이 났다.
몸의 쾌락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렵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내벽을 손가락이 쿡쿡 쑤시고 비비며, 스팟을 찾아 정신없이 누르자 메르의 입에서는 이제 절절한 신음만 절절하게 흘렀다.
“응긋, 그으, 으읏! 하으읏!!”
손가락을 감싸는 내벽이 잔뜩 수축한다 싶더니 결국 신음을 내지르던 메르의 다리가 풀리며 엉덩이와 허리를 들썩이고, 파르르 떨림이 강해지더니 축, 늘어졌다.
입과 손만으로 절정에 다다라 버리다 보니 금방 지쳐 거친 숨을 시근덕거렸다.
동시에 애액이 많이 흘러 아코락의 얼굴에 잔뜩 튀었다. 몸을 일으킨 얼굴이 미스트라도 뿌린 듯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고 메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버렸다.
꺼떡꺼떡, 움직이는 아코락의 두툼한 성기도 일주일 만에 보는 것이었다. 일주일 사이에 더 두꺼워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싶었다.
괜히 부끄러워서,
“그, 그냥 대충 넣어.”
“주세요. 해야지.”
힘이 풀려 늘어진 메르의 다리를 잡아 무릎을 세우고 양쪽으로 벌리며 아코락이 툭 말을 뱉었다.
“넣어주세요. 해봐.”
“너, 너어!”
이미 달아오른 몸, 생리적인 눈물이 방울방울 달린 채 아코락을 노려보다가 올곧은 아코락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혈관이 툭툭 불거진 성기를 이미 다리 사이를 비비고 있었다. 한 번 가버려서 예민해진 몸에 뜨거운 것이 비벼지니 다시 액이 질질 흐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위의 입도 뻐끔, 아래 입고 뻐끔, 위아래로 뻐끔거리더니 결국 늘어지는 소리로 겨우 말했다.
“너, 넣어…주…세요.”
“잘하네.”
갈라진 틈 사이로 음핵을 연신 문지르던 성기가 입구를 향했다. 귀두 끄트머리가 손가락으로 인해 살짝 벌어진 입구를 더욱 벌리며 안으로 입장했다.
익숙하지 않은 여성기는 매우 좁았고, 끈적거리며 습했다. 그리고 아코락의 것을 품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
“하, 윽.”
“숨, 참지 말고.”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거 같아. 우웁.”
버거운지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욱, 욱, 구역질을 닮은 소리였는데 그것마저 꼴리다니 중증이었다. 오랜만에 맛본 메르의 여성기는 좁기도 좁았는데, 뿌리까지 다 박아 넣고 나니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 쭉쭉 빨렸고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뜯길 것처럼 붙어서는 강하게 압박하는 게 처음 여성기가 생겨서 했을 때 보다 더 좋은 기분이었다.
아니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흐, 읍….”
한번 빼내듯 나왔다가 세차게 찧어 넣었다. 메르의 몸이 흔들리고 강하게 억누른 신음이 미미하게 나왔다.
참는 게 뻔히 보였다.
“왜, 참는 거야? 응?”
퍼억, 다시 세차게 박아 넣으며 묻자 메르는 울먹이는 눈으로, 살짝 찡그린 채 많은 감정을 담아 아코락을 쳐다봤다. 그냥 쳐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노려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이 오히려 질벽을 문지르고 있는 성기를 더욱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흐, 흐읍. 읍.”
뭉근하게 돌리며 더욱 깊은 곳을 파고 들자 참을 수 없는지 메르가 애꿎은 침대 시트만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모습도 참을 수 없어서, 더욱, 더욱, 깊은 곳으로 박아 넣으며 상체를 아래로 낮췄다.
눈물과 땀으로 젖은 메르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몸을 가둬버렸다.
그 어디도 못 가게 하겠다는 듯, 속박하고 집착하는 행위였다.
철퍽, 철퍽, 파도를 닮은 소리가 가득했다.
한 번 절정에 다다랐던 몸은 예민해서, 몇 번 박아주지 않았음에도 또 한계를 넘어선 쾌락이 몰려들었다.
짓눌린 몸, 짓눌린 신음.
“하아, 지난번에도 안에 했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에 하는 게 좋겠지?”
“너, 흐읍, 밖에 한 적이, 흐읏! 없잖아.”
“이런 들켰나?”
얄미운 말이었지만 이미 두 번 절정이 쾌락에 휩싸인 메르는 제 몸을, 몸으로 강하게 결박하고 있는 아코락을 향해 팔을 들었다.
아코락의 등을 감싸안으며 파르르 떨었다.
그런 메르의 깊은 곳에, 나가지 말라는 듯 붙잡는 끈적거리는 내벽에 붙잡혀 준 성기가 맥박치며 떨었다.
뜨거운 것이 내벽을 가득 채우는 감각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손톱을 세웠던 것 같다.
“하, 으….”
메르의 허리가 떨렸고 다리가 경련했다. 질내벽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한껏 올라선 쾌락으로 몸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야, 왜, 아니, 잠시만!”
사정해 놓고도 성기가 단단했던 아코락이, 쉴 틈도 주지 않고 벌써 다음 회차를 달리려 하고 있었다.
“언제는 한 번만 하고 끝났나?”
“나, 진짜, 힘들, 흐응, 힘들어.”
“그래도 제대로 해야 이게 사라지지 않을까? 그때처럼?”
오싹-!
메르는 쭈뼛, 전신에 솜털이 다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다시 허리 짓을 재개하는 아코락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전히, 자신을 몸으로 속박하고 있는 아코락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너, 너무, 가서 아프다니까! 하응!”
“그때도 그랬어.”
소리 없는 아우성과 함께, 몰아치는 아코락의 몸을 받아들이며 메르는 또다시 울부짖었다.
*
끔뻑, 끔뻑.
갑자기 눈이 떠졌다. 목이 따가웠다.
대체 얼마나 소리를 지른 건지 목이 걸걸할 정도였고, 전신 구타라도 당한 듯 몸이 무겁고 아팠다.
몇 번을 했던가, 기억도 나지 않고 밖이 어두워지고 별이 밝았고, 아침 동이 막 틀 무렵에 정신을 잃은 것이 기억났다.
무섭다.
하반신에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했다.
부르르, 몸을 떨자.
“깼어?”
아코락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었나? 하고 몸을 돌리려다가 슬쩍 손을 내려 아래를 만졌다.
“어, 없어졌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메르가 꽤 귀여워 보이면서도, 두 번째 생겼으니 세 번째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재밌어했다.
대놓고 말로 하진 않았지만 세 번째를 기약하다가, 혹시 나중에 다른 놈이랑 하지는 않겠지 하는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불안해하면서 다른 놈을 만나는 상상했던 것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 그건 싫은데.
“뭐야. 너, 손이 어딜 올라와!”
“어디긴 어디야. 발기했기에 해결해 주려고 하지.”
“지금 엉덩이를 찌르는 이건 뭔데!”
“나도 발기했으니까 같이 해결하려고.”
“그, 그마안!!”
잔뜩 쉰 목소리로, 잔뜩 걸걸한 목소리로 또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좋긴 좋아서, 아코락은 허허 웃으면서 메르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모닝 섹스는 기분 좋았다.
“여기도 일주일 넘게 건드리지 않았으니, 외롭지 않게 달래줘야지.”
“필요 없다니까!”
하지만 이미 구멍을 벌리고 진입하는 아코락의 힘을, 여전히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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