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천사같은 친구가 써줌 미치겠다...
이번 의뢰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어쩐지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무표정한 입꼬리와 살짝 내리깐 얼굴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이제 제법 능숙해져 다른 상단들과의 거래도 곧잘 해내는 나오하라였지만 의뢰를 맡길 때만큼은 늘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카시는 처음으로 알 수 없는 의뢰라고 생각했다.
나오하라가 의뢰를 맡긴 지도 몇 달이 지났다. 다시 생각해도 의뢰는 이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복종하는 것이 의뢰인에 대한 예의였으므로 그는 조용히 의뢰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불의 나라 저 귀퉁이, 물건도 잘 오가지 않는 허름하고 한적한 창고. 그걸 지키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물론 나오하라는 다른 임무를 같이 맡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도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 이곳에 별다른 사건이 있을리도 만무했지만.
늘 똑같은 창고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려던 찰나였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카카시는 정체모를 침입자가 다음 발을 떼기도 전에 그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켁켁거리는 침입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상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자. 나오하라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해준 이이기도 했다. 카카시는 경계를 풀진 않았지만 잡은 목덜미는 놓아주었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초췌해진 몰골과 울음을 참는 듯한 얼굴은 불안한 감상을 불러왔다. 그건 카카시가 아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두 손의 피가 달아날 만큼 꽉 쥔 두 손에는 구깃구깃해진 편지가 한 장 들려있었다. 익숙한 향이 섞여든 종이였다. 그리고 몇 번을 읽어도 익숙하지 않은 문장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는 내려앉은 심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평상시의 그답지 않게 다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언제나처럼 찻잔은 따뜻하게 데워져있었고 풍경도 그대로였다. 오직 나오하라만이 베어낸 듯 사라진 그런 공간이었다. 카카시는 나오하라가 늘 내어주던 찻잔을 쓸어보았다. 그동안 오간 차들이 하나씩 찻잔에 담겼다 사라졌다. 찻잔을 뒤집으니 열기로 인해 맺힌 물방울이 바닥을 가벼이 적셨다. 떨어진 물방울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쉽게 발견하지 못할 틈새가 있었다. 카카시는 그 틈새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종이 뭉탱이가 좁은 공간이 버거운 듯 튀어나왔다. 바랜 종이부터 빳빳한 종이까지 제게 부탁할 임무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카카시는 그 종이들을 손에 쥐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다만 그 글자들이 이제 그가 완수하지 못할 의뢰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의뢰가 그가 처음으로 완수하지 못한 의뢰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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