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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1

1차

센티넬에게 있어서 가이드는 귀중한 존재다.

제 능력을 감당하지 못한 채 예민해진 센티넬을 말릴 수 있는 건 오직 가이드 뿐이다. 거기다 가이드의 적성을 지닌 이는 무척 적었기에 사회적 우위를 차지했다. 때때로 오만한 가이드는 위험한 순간에도 제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

리콰이드는 그런 부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이드가 귀중한 건 맞았지만, 그게 모든 관계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리콰이드는 그러한 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은 어느 누구든 예외를 둘 수 없다.

혹시 와주실 수 있나요?

갑작스럽게 한밤 중에 온 연락. 센티넬 한 명이 폭주 단계에 들어서기 직전이어서 리콰이드에 연락했다고 한다. 어째서 자신인 걸까,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리콰이드는 곧장 수락했다. 안 그래도 센티넬을 하대하는 가이드들 때문에 두 단체의 관계는 무척 험악했다. 리콰이드는 센티넬 격리 시설로 향하면서, 현재 위험한 센티넬의 정보를 읽어냈다. 센티넬은 매우 희소한 ‘기적’이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디선가 한두 번 들어본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것보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지.’

리콰이드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격리된 센티넬을 보았다. 두터운 벽 너머로 이안 허드슨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안의 능력은 다소 모호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넘길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어마어마한 범위까지 해냈다. 그야말로 기적. 능력명이 과장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얼마나 저러고 있는 거지?”

“이제 막 20시간이 됐습니다. 그나마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고 있지만, 곧 폭주할 단계에 접어들 거 같아서…….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할 수 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희소한 능력인 만큼 재빠르게 해야지.”

리콰이드 말에 남자 입을 다물었다. 이내 작게나마 그래야겠죠, 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가이드와 센티넬의 사이가 험악한 탓에, 리콰이드조차 맡기 싫다고 추측한 걸까. 리콰이드는 그 뒤 필요한 사항을 전부 물어본 뒤 격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격리실 내부에는 오직 이안 한 명만이 있다. 이안의 주변에는 금색 스파크가 튀어서 누가 보아도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리콰이드는 이 스파크가 허상임을 알고 있다. 거기다 이안은 정신을 잘 붙잡고 있는 듯했다. 곧 한계에 다다르겠지만. 한 발 나아갈 때마다 공기가 탁해졌다. 누가 보아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듯 리콰이드를 밀어내려고 했었다.

리콰이드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이안을 내려다보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접촉만 하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포옹이나 질척한 성행위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안의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적대할수록 어긋난 기적이 일어나서 이 격리실을 없애버리겠지. 그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리콰이드는 망설일 수 없었다.

“이안 허드슨, 내 말이 들리는가?”

“어…… 네에.”

“말은 어눌하게나마 할 수 있군.”

한 번 말을 걸어보았을 뿐인데 주변이 이내 어두워졌다. 리콰이드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마자 다가가서 어루만져주었다. 옷 위 접촉하는 건 효과가 약할 수 있기에 그의 손을 붙잡았다. 살과 살이 맞잡아지고 스파크가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텅 비었던 이안의 한 쪽 눈에 생기가 돌았다.

“여긴, 어디죠?”

“그제야 정신차린 모양이네. 당장 하고 싶은 많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참아내도록.”

마저 다른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는 이안의 손을 붙잡고, 나머지 다른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졌다. 이렇게 폭주 직전에 들어갔다가 끝나는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이런 순간마저 기적인 걸까. 리콰이드는 자신과 이안의 상성이 양호한 편에 속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기 위해 자신이 온 건가? 리콰이드는 조급해하지 않도록 이안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폭주 단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주변 공기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이안은 꽤 많이 안정된 상태로 리콰이드를 보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를 구별할 수 있으며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오히려 리콰이드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였으니.

우선 큰 고비는 넘겼다. 리콰이드는 이대로 돌아가면 그만이었으나, 어쩐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제가 큰 변덕을 부린다는 건 알고 있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겠지만. 리콰이드는 그 의문을 이안이 대답해줄 수 있라고 생각했다.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나서 그런 걸까. 이안은 다소 나른하게 웃었다. 리콰이드는 어떻게든 폭주 단계에서 견뎌낸 이안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리콰이드는 노력하는 이를 좋아했다. 어떻게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했던 이에게 작은 칭찬 정돈 건네줄 수 있다.

“잘 견뎠네.”

그 말을 듣는 이안의 표정은 어쩐지 밝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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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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