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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9

좀비고등학교 - 빈진호

요란스러운 사람.

그게 예림을 향한 진호의 감상이었다. 본래 진호는 조용한 걸 선호했다. 예림이 저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태도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진호는 곁에 사람을 두는 편이 아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좋으니까. 딱 그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것도 별로였다.

하지만 예림만큼은 예외였다. 늘 자신을 볼 때마다 환히 웃는 모습이 좋았다. 잘 대해주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하며, 어떻게든 저와 있으려고 하는 게 좋았다.

조금 더 있고 싶다.

욕심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아무렴 어때. 한 번 정도는 예외를 만들어도 괜찮았다. 물론 다른 아이들은 진호와 예림의 관계를 알자마자 자신을 놀리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진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슬쩍 예림의 반응을 보았다. 평소와 달리 부끄러워서 수줍어하는 모습. 그만큼 저를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놀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아, 눈이다.”

“…그러게.”

그렇게 얼마나 오래 지냈더라. 슬슬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날이 쌀쌀해지더니 하늘에서 하얗고 차가운 솜뭉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림은 손을 뻗었다. 솜뭉치는 따뜻한 온기에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차갑다. 예림은 작게 중얼거렸다. 진호 또한 예림이 했던 것처럼 손을 뻗어 눈을 만져보았다.

“올해는 진짜 일찍 눈 오네. 그래도 진호랑 같이 있을 때 와서 다행이다. 우리가 지금 첫눈을 보고 있는 거잖아!”

예림은 두 팔을 위로 벌렸다. 신나는 건지 빙그르르 한 바퀴 돈다. 머리와 어깨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진호는 성큼성큼 다가가 예림의 몸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그러네, 좋네.”

평소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진호는 어느새 밝게 웃는 예림에게 푹 빠졌다. 계속해서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예림이 좋아한다면야. 예림은 계속해서 눈을 맞다가 슬슬 추워진 건지 진호에게 매달렸다.

“뭐, 뭐….”

“너무 추워. 역시 겉옷 입고 올 걸 그랬나.”

“…안 맞는다는 선택진 없는 거야?”

어린애 같은 투정. 진호는 예림에게 손을 뻗으려다가 말았다. 눈을 빌미로 계속 만지려고 하는 건 어쩐지 저 같지 않았다. 예림은 진호가 머뭇거리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있어도 되나? 밀쳐내야 하나? 아니, 그렇지만 이예림이. 번뇌는 끊이지 않았다.

“이예림. 겉옷 제대로 걸치고 와.”

“진호는?”

“나도 걸치고 올게. 지금 오는 거 보면 금방 그칠 거론 보이지 않으니까. 괜히 감기에 걸렸다간 너만 고생이잖아.”

진호는 예림의 이마를 쿡 눌렀다. 이마에서 따끔거리는 게 느껴지자 예림은 뒤로 물러났다. 세게 때리지 않았다. 살짝 툭 건드렸을 뿐인데, 예림이 과장스럽게 반응했을 뿐이다. 예림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진호의 말이 합리적이라는 걸 알자마자 평소처럼 환히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럼 겉옷 입고 눈 싸움 할까?”

“마음대로. 빨리 입고 오기나 해.”

“응!”

예림은 그 말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이런 한때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진호는 어느새 예림에게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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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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