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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4 기반 1차

수없이 많은 이들을 보냈다.

매일 밤마다 눈을 감으면 떠난 이들이 떠오른다. 발드르는 제 손으로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잊으려고 해도 도통 잊을 수 없었다. 혹시 죽을 때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제가 조금 더 잘 막아냈더라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텐데. 한순간의 판단 미스가 저를 제외한 모두를 죽여버렸다. 생각해보았다. 왜 자신만이 살아남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발드르는 고개를 내저었다. 자책이 심해도 너무 심해졌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과거를 후회했다. 하지만 발드르는 과거에 발이 묶여서 안 됐다. 그는 살아있다.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오직 현재와 미래만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아컴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은 잘 대해주지 못하는데, 아컴은 스스럼없이 제게 다가왔다. 어쩐지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예전에 같은 동료였던 이를 떠올리게끔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관계가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왜 계속해서 아컴에게만……. 아컴을 대할 때만 그날 있었던 속죄를 풀 듯이 하는 걸까.

“발드르! 대체 뭐하느라 그렇게 넋을 잃은 거예요?”

“목소리가 너무 커.”

“그렇지만 너무 멀어서 크게 말하지 않으면 못 듣잖아요.”

아컴은 제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발드르를 보았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 먼 편이었다. 간신히 표정을 읽어낼 수 있을 애매모호한 거리. 발드르는 고개를 숙여 새하얗게 변한 하얀 길을 눈에 담았다. 엊그제 왔던 눈은 녹지 않은 채 고스란히 쌓여 있다. 돌아다녔던 사람이 없었던 걸까. 저 멀리 가버린 아컴의 발자국만이 남았다.

“춥지 않나?”

“추워요, 엄청나게 많이! 빨리 따뜻한 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아컴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컴은 두 팔을 휘휘 내저었다. 추운 걸 싫어하는 아컴을 위해 빨리 이 숲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숲은 어디까지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걸어도 마을이나 하룻밤 머물 집을 찾지 못하면 그대로 차가운 땅에 드러누워야 했다. 아컴은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은건지 빨리 오라며 발드르에게 재촉했다.

“빨리 갈 거면 가자고. 너도 여기 싫을 거 아냐?”

“아, 네. 어서 가요. 저 멀리서 좋은 냄새가 풍기는데 아마 마을이 근처에 있을 거 같아요.”

좋은 냄새라.

발드르는 한 번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컴은 이런 일로 거짓말할 이는 아니었다. 어떤 냄새를 맡은 건진 모르겠지만, 이 끝에 마을이 있다면 다행이다.

언제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잘 대해주냐고. 그때도 아컴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주제는 잘만 입에 담으면서.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모습에 발드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 발드르만 해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수십, 수백 가지였다.

“너는 안전한 곳에 있어야지. 그러다 위험해지면 어쩌려고.”

“너무 멀리 있기야 했죠.”

아컴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발드르 곁에 다가갔다. 발드르는 조심스럽게 아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컴이 있기 때문에 이 먼 여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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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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