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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17

네임리스~당신이 기억해야 할 단 한가지~ - 연호

“있잖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네?”

연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붉은 눈이 세빈을 향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눈만 껌뻑인 채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선명한 붉은 눈이 꼭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한 번 더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았기에 세빈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사랑 받으려는 이유가 궁금해서.”

“아. 그런 말이었군요.”

마치 이제야 알아서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연호의 모습이 신기했다. 보통 저런 말을 들으면 화내지 않나? 세빈은 턱을 괸 채 연호를 보았다. 드디어 상대가 질문의 요지를 알았으니 대답만 기다리면 됐다. 연호는 망설이면서도 제 의견을 친절하게 설명해줄 줄 알았으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예요.”

딱 그 한마디로 끝내버렸다.

어쩐지 맥이 빠졌다. 거창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호는 제가 잘못 말했음을 깨달은 걸까? 황급하게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잖아요. 조금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고. 저도 그래서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노력한 거야?”

“노력했다고 거창하게 말할 정도로 한 적은 없지만요.”

칼같이 잘라내는 연호의 말에 세빈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마셨다. 가볍게 물어보면 쉽게 알려줄 거 같았는데, 연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제가 궁금한 걸 해소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세빈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았다. 연호가 제안한 건 딱 그때였다.

“세빈은 제가 노력하는 이유가 궁금하신 거죠?”

“응, 아주 많이.”

“아주 많이….”

딱히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주 많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연호를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머리카락이 중력을 이기지 못한 채 한쪽으로 쏠렸다. 세빈은 왜 팬클럽 여자애들이 그렇게 연호를 외치며 좋아하는 건지 깨달았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웠다.

흐음.

안 그래도 귀여운 애가 저렇게 움직이니까 여자애들이 난리 칠 법했다. 세빈은 연호의 곁에 있으며 그런 모습에 많이 익숙해졌다. 귀엽긴 하지만, 꺅꺅 소리 지를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적당히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관계가 좋았다.

“그럼 서로 비밀 하나 공유하는 걸로 할까요?”

“비밀? 무슨 비밀을.”

“저도 세빈에게 궁금한 게 있었으니까 서로 알려주는 걸로 하면 어때요?”

썩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면 비밀 하나는 건네줘도 될 거 같았다. 그러나 내키지 않았다. 연호가 제게 궁금할 만한 게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세빈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어. 그 정도로 궁금한 건 아냐.”

“그렇지만 아까 망설였잖아요. 혹했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날카롭네. 제가 망설였다는 것도 알고.

세빈은 연호를 보았다. 이렇게 시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내는 게 좋았다. 연호도 제 앞에서는 어쩐지 편히 있는 거 같으니까. 뭐, 연호 정도로 귀엽고 예쁘면 누구나 호감을 가지지 않을까. 연호는 누구나 혹할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조금만 더 지켜보고 싶기도 했다.

연호는 저를 바라보는 세빈의 시선에 손을 꼼지락거렸다. 세빈은 그제야 제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걸 자각했다. 너무 빤히 바라봤나. 그렇게 생각할 때쯤이었다.

“그럼 나중에 비밀 하나 알려주실 수 있으시면 저도 알려드릴게요.”

“그래.”

언제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약속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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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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