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7. 미니게임을 해보자!

2023. 08. 27에 작성

"하, 날씨 좋다."

"열매 수확하기 좋은 날씨군, 그렇지?"

"하하, 그러게요. 지금까지 『리플렉션 월드』 게임기 앞에 서 있던 에이신 선배 얼굴 중에서 가장 밝아요!"

오늘따라 유난히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사람.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쉬는 시간에 소화를 시킬 겸 사이토 건물 밖으로 나와 근처 문구점으로 향하는 두 사람. 오늘도 어김없이 게임기 앞으로 향하는 두 사람. 

흰 구름이 조금 껴 있는 푸른 하늘은 마치 우유 소다처럼 시원텁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마냥 청량함만 있지는 않은, 마냥 모든 게 잘 풀리는 건 아닌 미묘한 청춘 분위기. 즐거움 뒤에는 찝찝한 끝맛만 남는 청춘의 바람. 물론 지금의 두 사람은 그저 행복하게 당장 앞의 미래를 구름처럼 하얀 마음 속 도화지에 그리고 있다. 점심시간이라는 잠깐의 포근한 순간이 이들에게는 영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바깥의 청량한 공기는 더더욱 상쾌하게 다가온다. 

게임기에 다다를 때 즈음, 슈의 머리에는 하나의 질문이 갑작스레 떠올린다.

"그나저나 선배, 선배는 예전에 게임기 안에서 코르 말룸을 많이 먹었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배가 부르거나 그런 신체 작용이 있나요?"

에이신은 고개를 기울이더니 이내 가로젓는다.

"아니. 그것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 보통 과일 하나를 전부 먹으면 배가 부르는 게 당연할 터인데, 여기서는 몇 개를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더군."

"아... 맛이 느껴지는 게 전부군요."

슈는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한 연유는, 저번에 자신이 동료가 이야기했던 "게임 속에서 현실의 감각을 그대로 느낀" 사실 때문이다. 아무리 『리플렉션 월드』가 판타지 세계를 마치 현실인 마냥 리얼하게 재현했다고 해도, 이건 단순히 디지털 그래픽 덩어리일 뿐이다. 여기에서 맛을 느끼는 건 지극히 비현실적인 일일 텐데.

하여 게임 속 음식으로 끼니도 해결할 수 있는지, 게임 속에서도 식음 행위로 생명을 연장하는 일상적인 것이 가능한지 물어본 거였다. 다행이게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에이신은 어째서 『리플렉션 월드』의 열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혹시, 선배는 특이점일까? 와. 그거 멋지잖냐!!'

"응. 그래서 무한대로 열매를 섭취할 수 있다."

"네?"


/미니 게임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프론트에 접속해서 미라주 컴퍼스의 하단에 있는 「열매 따기」 배너를 터치하여 "플로리아 농원"으로 이동하면 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나타난 나무 문ㅡ스테이지로 향할 때의 거울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플로리아 마을의 저택 양식을 그대로 본딴 문ㅡ을 앞으로 밀어 미니게임장으로 향하는데.

농원주: "플로리아 농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 앞에서 자신과 동료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들의 손을 덥썩 잡으며 인사를 하는 농원주의 등장에, Vv히데vV는 당황함에 가득 차 통제 불가능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까지 환대를 할 일인가. 그 와중에 Vv히데vV는 농원주의 손의 온도를 느낀다. 흥분으로 달구어져 있다. 이게 선배가 말하던 감각인가.

매킨토시: 안녕하세요. 「열매 따기」를 하러 왔는데요.

/농원주는 매킨토시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기쁜 마음을 아낌없이 늘어뜨린다. Vv히데vV가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걸 미처 알지 못한 채.

농원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플로리아가 워낙에 시골이라서 마그나 몬타나에 비하면 사람도 적고 땅도 작고 나무와 풀만 있다 보니 아무도 이 곳에 머물려 하지 않았는데, 「열매 따기」를 여니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마구 모이니 제가 다 기쁩니다!! 이제 플로리아에도 보다 많은 여행자 분들이 모이겠지요!! 하하하!!!

/농원주는 자기 할 말만 다 하고는 아주 호쾌한 웃음과 함께 "강의를 들으러 '농원 학교'로 오세요!" 하고 짧게 말하고는 그대로 사과 나무 모양의 작은 건물로 향한다.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본다.

매킨토시: ...지역 균형 문제가 게임에도 존재한다니, 현실 세계를 과하게 반영해서 씁쓸하네.

Vv히데vV: ...그러게요.

/두 사람은 작은 세미나실의 평수와 구조를 갖춘 강의실로 들어선다. 강의실 안에는 여러 열매 나무 모형과 열매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Vv히데vV는 자리에 착석한 후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며 강의를 기다리고, 매킨토시는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는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자신의 주위의 펼쳐진 신비한 열매들의 모습을 눈으로 익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원주가 강의실 앞으로 나타난다.

농원주: 다시 한 번 플로리아 농장을 찾아오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플로리아는 "거대한 열매 창고"라 불릴 정도로 수만가지의 열매들이 사시사철 다양하게 열리는 축복받은 지역이지요! ...

/Vv히데vV는 조용히 앉아서 머릿속에 강의 내용을 입력하기 시작한다. 정말 플로리아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구나.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이전에 프로모션 모델로 참가했던 양배추 재배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농원주: 이번에 여러분이 수확하게 될 열매는 "팝핑 베리"입니다! ...사실 원래는 보다 다양한 열매 따기를 체험해보실 수 있도록 진행해보려 했습니다만, 「열매 따기」가 아직 준비 중이니 하나의 열매만 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져서 그만...

매킨토시: 아뇨, 괜찮습니다. 코르 말룸 외에 훨씬 많은 열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걸요.

농원주: 아이고,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저야말로 감격해서 울고 싶은 지경인걸요!! 그럼 이어서 강의 진행합니다! 팝핑 베리란ㅡ

/반면, 매킨토시는 이 중요한 정보들을 어딘가에 메모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플로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산품으로, 모양새와 맛 때문에 아이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하나의 나무에 다양한 색상의 열매가 열리며, 맛도 색에 따라 다르다. "팝핑"이란 이름답게 씹으면 과육이 입 안에서 튄다. 대략 3cm 크기이며, 생김새는 흡사 별사탕을 연상시킨다. 개당 소량의 마나를 채우고 스킬의 공격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킨다.

농원주: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팝핑 젤리를 따는 방법과 「열매 따기」의 자세한 룰은 직접 체험으로 익히도록 합시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한 햇살이 바닥을 내려치는 건물 밖으로 나와 농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향하는 Vv히데vV의 눈은 문득 문 오른쪽에 서있는 게시판을 향한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갈색이 멋드러진 낡은 게시판에는 농원에서 진행되는 체험 광고 포스터와 함께 어떤 표가 하나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랭킹표 상단으로 눈이 올라가는 Vv히데vV. 막 밖으로 나온 매킨토시가 게시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동료의 등을 툭툭 친다. 

매킨토시: 뭘 보고 있니?

Vv히데vV: 랭킹표요. 미니게임답게 획득한 열매 수에 따라서 점수를 매기나 봐요.

/호, 하는 감탄사와 함께 매킨토시도 Vv히데vV의 옆에 서서 랭킹표를 천천히 살펴본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열매를 따러 방문한 것에 흥미를 보인다. 이 사람들은 이 게임 속 과일 맛을 느꼈을지, 그 맛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매킨토시: 그렇군. 1등을 좋아하는 네게는 랭킹이란 모티베이션을 일으킬 최고의 촉매제겠지.

Vv히데vV: 안 그래도 지금 의욕이 팍팍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봐요, 선배.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열매 몇 개를 땄는지.

매킨토시: PMxoxo[피 엠 쏘쏘]라는 계정 말하는 거지? 단시간 안에 630개를 땄다니, 대단한걸. 아직 열매를 따보지 않아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우리도 저만큼 딸 수 있게 되면 좋겠어.

Vv히데vV: 에이신 선배는 그냥 먹을 게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매킨토시: 많이 따서 나쁠 건 없잖아? 색마다 다른 맛도 난다고 하니, 많이 수확해서 양껏 먹어볼 참이다.

Vv히데vV: 하하, 완전 체험학습 온 것 같아요, 에이신 선배.

Vv히데vV: 저는 보다 원대한 꿈을 꿀 거예요. 열매의 효과도 골드 벌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저는 PMxoxo[피 엠 엑스오엑스오] 란 유저를 밑으로 내리고 제가 1등을 하고 말 거예요!! 1000개는 딸 거라고요!!

매킨토시: 꽤 너다운 각오인걸.

/Vv히데vV를 향한 매킨토시의 부드러운 미소는 어느덧 장난기 만만한 번쩍이는 미소로 변한다.

매킨토시: 네가 경쟁심을 불태우니 나도 의욕이 생겼다. 나도 지지 않을 거다!

Vv히데vV: 하... 그럼 경쟁자가 둘이나 생기잖아요... 자중하세요, 선배...

매킨토시: 내가 언제 1학년 학생회장을 이겨 보겠니.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Vv히데vV: 그만 경쟁심 가지시라니까요...

/두 사람은 마치 형제마냥 즐겁게 투닥대며 농원 안으로 들어선다. 색색깔의 작은 열매들이 눈이 닿는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농원이라는 이 필드의 모든 식물ㅡ심지어 저 뒤의 산마저도ㅡ이 온통 팝핑 베리 나무일 것만 같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각자 다른 이유로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농원주는 이들에게 지푸라기로 엮은 바구니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앞에 있는 열매 나무로 다가간다. 가까이에서 보니, 열매의 색과 생김새는 정말로 별사탕을 빼닮았다. 차이라고 한다면, 역시 팝핑 베리 쪽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막상 나무는 딸기와 흡사하다. 종합하면 "딸기 나무에 별사탕 열린" 모양새. 농원주는 이 열매에 손을 뻗는다.

농원주: 자 일단 이렇게 팝핑 베리를 살포시 잡은 다음 끝부분이 위를 향하도록, 꼭지가 아래로 향해도록 이렇게 치켜세우면- 보세요 "똑"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거 보이죠? 팝핑 베리는 과육이 연하기 때문에 힘을 주어 잡으면 뭉개져 버려요! 살살 다루도록 합시다!

/조용히 듣고 있던 Vv히데vV는 팝핑 베리 수확 방식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예전에 이대로 무언가를 땄던 기억이 나는데. 아. 

Vv히데vV: 오, 딸기를 따는 방식과 완전히 닮았네요!

/매킨토시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했다. 딸기와 다를 바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 농원주가 말을 꺼낸다.

농원주: 딸기요? 그것도 열매인가요?

Vv히데vV: 아, 네! 저희 세계엔 삼각형 모양의 빨간 열매갖있어요! 새콤달콤해서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죠!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진짜 리얼 베리구나!! 리얼한데?!

농원주: 하하, 여행자 분들의 마을에 이것과 닮은 것이 있나 보군요! 흥미로운데요? 어젠간 그 곳의 열매를 우리가 접할 날이 오겠지요!!

/매킨토시는 문득 자신의 세계의 열매를 이 곳 사람들에게도 대접해도 좋을것 같단 생각을 한다. 후배가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어 기특하다. 농원주는 옆에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팝핑 베리를 수확하는 것을 지켜본다. Vv히데vV가 먼저 팝핑 베리를 살살 잡고는 위로 들어올려 꼭지와 줄기를 깔끔히 분리해낸다. 뒤이어 매킨토시도 자신의 손가락을 팝핑 베리에 살짝 가져다 대고는 위로 들어 올린다. "똑"하고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기분 좋다.

농원주: 두 사람 모두 처음인데도 능숙하게 수확에 성공했군요!! 아주 우수한 인재예요!!! 농원주로서는 탐나는 인재랍니다!!!

Vv히데vV: 훗,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저는 이 세계를 제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농원주: 하하, 큰 꿈을 꾸고 있는 여행가 분이시군요!! 당신이라면 분명히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Vv히데vV가 농원주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매킨토시는 자신의 손에 들린 분홍색 팝핑 베리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농원주의 설명대로 과육이 씹히자마자 입 안 사방으로 톡톡 터지기 시작한다! 마치 팝핑 캔디를 먹는 듯한 식감과 느낌인데, 향은 신기하게도 딸기우유의 그것이다. 딸기가 아니라 딸기우유의 맛이 나는 과일이라니.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이 사이로 새어나온다. 각자 열매를 수확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농원주는 주머니에서 작은 모래시계를 꺼낸다.

농원주:  여러분, 이제부터 「열매 따기」를 시작합니다!! 30분 동안 이 농원에 있는 팝핑 베리를 최대한 많이 수확하세요!! 열매는 딴 후에 반드시 바구니에 넣어야만 카운트가 인정되니 주의해 주세요!! 수확이 끝난 후에는 여러분이 수확한 모든 열매와 함께 그 만큼의 골드를 함께 드리니, 마음껏 수확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어딘가에서 웅장한 나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눈에 보이는 팝핑 베리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한다. Vv히데vV는 신중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으로 열매를 하나둘 쌓아놓기 시작한다. 마치 스카이 서밋으로 패널을 조종하듯 정밀한 손동작으로 팝핑 베리를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담는 Vv히데vV의 모습은 흡사 던전에서 적들을 물리치고 있는 화려한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Vv히데vV: 두고 봐라 PMxoxo, 내가 네 기록을 깨고 1위 자리를 쟁취하고 말겠어!!

/Vv히데vV는 전속력으로 열매를 쓸어담고는 바로 다음 장소로 달려간다. 그 동안 매킨토시는 팝핑 베리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며 따고 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매킨토시에게는 열매가 보물인 것은 지대한 사실이긴 하다. 수많은 시간과 날씨의 은혜로 빚어진 결실이니, 이것만큼 아름다운 보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매킨토시는 다른 색의 팝핑 베리를 하나씩 입에 넣는다. 파란색은 초콜릿, 노란색은 바나나우유 맛이 난다. 입 안에서 즐겁게 타오르는 과일의 향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열매를 똑똑 따내는 매킨토시는 잠시 숨을 돌릴 겸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이, 그저 태양빛만이 그를 응원하듯 강렬히 빛나고 있다. 앞쪽에서는 산들바람이 땀이 흐르는 그의 뺨을 어루만진다. 농원의 왼쪽 끝자락에서 두 사람은 마주한다.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바구니를 흘끗 바라본다. 분명 자신보다 속도가 느린데 바구니는 더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효과일까, Vv히데vV의 몸은 더더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매킨토시는 그런 Vv히데vV의 움직임을 신경쓰지 않고, 그와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말을 걸기 시작한다.

매킨토시: ...슈. 너는 「열매 따기」를 어떻게 생각하지?

/Vv히데vV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답을 한다.

Vv히데vV: 뭐, 정말 리얼하게 게임을 기획하고 그래픽을 사실적으로 잘 만들었다, 정도로요. 

Vv히데vV: 그런데 좀 신기해요. 어떻게 이렇게 생동감 넘치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말이에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정말 놓칠 수 없는 명작 타이틀이다, 싶어요.

/두 사람은 다시 팝핑 베리를 딴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매킨토시의 목소리가 또 다시 Vv히데vV의 귀에 꽂힌다.

매킨토시: 예전에 나 혼자 『리플렉션 월드』에 접속했을 때 플로리아의 여러 주민들과 세타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코르 말룸을 먹기도 했지. 그 때의 감각이 여전히 내 손에 남아있을 정도로 생생해.

/약간의 정적. 맑은 햇빛 속에서 열매를 따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라고 Vv히데vV는 생각한다. 그의 선배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인지 일부러 자신의 현재의 템포에 맞추고 있는 것인지 평소보다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입으로 꺼낸다. 

매킨토시: 영화관에 4D 상영이란 것이 있잖아. 기본적으로 3D 영상으로 상영되고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좌석이 흔들리고 영화에서 물이 튀면 물을 분사하는 일련의 기계적 시스템들. 

Vv히데vV: 아 그거. 슈퍼히어로 영화 볼 때 그걸로 보면 정말 재밌죠! 마치 제가 주인공이 된 것만 같고!

매킨토시: 그렇지? 내가 처음으로 4D 영화를 봤을 때의 감상은 "어떻게 영화를 실제 세계로 꺼낼 수가 있지?" 였다. 나는 그 때 내가 꿈에도 바라던 공상의 세계를 드디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드디어 주인공이 되고, 내가 드디어 영화 속 시공을 체험하고. 너와 이 게임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에는 4D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라고 생각한 게 고작이었다.

/매킨토시는 손에 들려있던 팝핑 베리를 마저 따서 바구니에 넣고는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는다. Vv히데vV 역시 그의 갑작스러운 정적에 열심히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한참 후에야 매킨토시는 나뭇잎처럼 푸른 눈동자를 드러낸다.

매킨토시: 여기서부터는 우습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지만 들어 줘. 나 혼자 게임에 접속했을 때와 지금은 생각이 전혀 달라졌다. "『리플렉션 월드』는 4D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매킨토시: 4D 영화는 상영관을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내게 여운이 남고 나만의 감상평이 생겨도 그 곳에서 경험한 것이 나의 삶의 영역에도 들어오지 못 해. 내가 영화관에서 느낀 감각의 주체는 "내"가 아니니까. 나는 주인공들의 감각을 대리로 느낀 것이 전부이니까. 하지만... 『리플렉션 월드』는 마치 내게 또 하나의 삶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줘. 게임에서 나온다고 해서 매킨토시와 내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느낌. 내가 이런 류의 게임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아서 이런 느낌을 받는건가 고민하다가도, 분명히 현실과 『리플렉션 월드』는 분리가 되어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돼. 

매킨토시: 지금도 봐. 가상 공간에서 우리는 열매를 수확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생동감 넘치고 공감각적인 행위를 이룩해내고 있어. 분명,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 슈는 『리플렉션 월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너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나?

/Vv히데vV는 한동안 매킨토시의 눈동자에 자신의 것을 맞추고는 베리를 향해 도로 고개를 돌린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는 확신의 F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킨토시: F? 그게 뭔 뜻이지?

Vv히데vV: 뭐, 그런 게 있어요. 쉽게 무언가에 몰입하고 감동받는 사람들을 요즘 F라고 불러요.

매킨토시: 심림의 목걸이를 획득하려던 때에 네가 말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이구나.

Vv히데vV: 그런 셈이죠. 하여튼 에이신 선배는 역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긴 했어요.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랭킹이나 이벤트에 몰입하지 스토리에 집중하지는 않거든요. 보통 스킵을 하거나 보더라도 최애캐들의 스토리만 보는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요ㅡ물론 저는 캐릭터가 괜찮다 싶으면 스토리 좀 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처럼 랭킹 뛰고 캐릭터 조작하는 걸 훨씬 선호해요.

Vv히데vV: 게임이란 원체 해야 할 노르마도 많고 할애해야 하는 시간도 많은 장르예요. 그런데 저 같은 게이머들은 그런 게임을 한두개 잡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에게 게임은 기능을 최대한 사용하고 캐릭터를 효율적 플레이를 위해 육성해서 하루 안에 해야 할 퀘스트를 깨며 "성취감"을 느끼는 취미 행위이지요.

Vv히데vV: 그래서 제게는 사실 『리플렉션 월드』란 현실성이 타 게임보다 좀 더 짙은 아케이드 게임이다, 라는 생각만 들어요. 애초에 자율도가 높은 오픈 월드 게임이기도 해서 스토리 라인을 굳이 안 따라가도 되고요. 방금 농원주 분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긴 했지만, 지금도 베리가 줄기로부터 떨어지는 감각을 느끼기는 하지만, 제가 느끼는 일련의 경험은 선배가 방금 전에 비유했던 4D 영화에 보다 가깝다, 그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느꼈으니 "나"의 감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가상" 공간의 것이니 "Vv히데vV의" 감각을 대신 느끼는 "체험"일 뿐인걸요. 결국 우리가 이런 생산적인 행위를 하는 건 어디까지나 "게임"의 일부라는 거예요. 저와 Vv히데vV는 "같지만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매력적인 거고요.

/Vv히데vV는 매킨토시를 흘긋 보고는 이번에는 자신의 지푸라기 바구니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잇는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의 의견은 그런 의미에서 꽤 흥미로워요. 특이하기도 하고. 그래도 저는 선배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부정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선배가 열매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유도 분명히 작품과 교감하는 선배의 스타일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선배가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걸로 된 거죠! 저는 여기서는 Vv히데vV로서 『리플렉션 월드』의 정점에 도달할 거예요!!

/Vv히데vV는 이 말을 끝으로 다시 팝핑 베리 수확에 열을 올린다. 매킨토시는 자신과는 플레이 방식이 전혀 다른 Vv히데vV의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을 듯한. 역시 내가 과몰입을 하는 건가... 그러나 이 허전함에 자신의 몸을 맡길 시간이 없다. 매킨토시도 동료를 따라 다시 자신 앞의 열매를 잡는다. 그렇게 또 다시 상대와 멀리 떨어져 팝핑 베리를 따던 그 때, 별안간 농원주의 외침이 그들의 등 뒤에 박힌다.

농원주: 이제 10초 남았습니다! 10! 9!

/"헉!" 소리를 내며 Vv히데vV는 자신의 손을 더욱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대로 매킨토시는 최선을 다해서 열매를 자신의 손 안에 넣는다.

농원주: ...1, 땡!!!

/예의 요란한 나팔 소리가 귀를 찢는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바구니를 들고 버섯 모양 건물로 돌아가 거대한 저울에 각자의 것을 올려 놓는다. 무게를 재는 현실의 저울과는 달리 이 곳에서의 저울은 바구니에 들어있는 열매의 개수를 센다. 결과는 수초 후에 바로 나왔다.

농원주: 어디 보자, Vv히데vV가 수확한 팝핑 베리 수는 976개!! 현재 전 서버 내에서 실시간 1위를 달리고 있군요!!

/자신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Vv히데vV는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Vv히데vV: 아자!! PMxoxo의 기록을 깼다!!! 봐요, 선배, 제가 이길 거라 했죠!! 내가 1위!!

매킨토시: 역시 슈구나, 말한 걸 반드시 이루어내니 말이야. 수고 많았다.

Vv히데vV: 훗, 이게 바로 천재 게이머의 밝은 미래라고요!!

농원주: 저기 Vv히데vV 씨, 아직 매킨토시 씨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요!

Vv히데vV: 아 그러고보니...!

농원주: ...오오, 매킨토시 씨는 1250개!! 축하드립니다!!!

Vv히데vV, 매킨토시: 에?/ 응?

농원주: 실시간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어요!!! 정말 이렇게 엄청난 격차로 수확을 한 여행자 분은 당신이 처음이랍니다, 매킨토시 씨!!!

/매킨토시의 반응이 없다. 본인도 적잖이 놀란 듯하다. 그러나 이내 얼음을 풀고는 밝은 미소로 농원주의 축하에 화답한다.

매킨토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서 수확을 하고 싶네요.

농원주: 아이고, 그래 주면 정말 감사하죠!! 꼭 자주 들러 주세요!!!

Vv히데vV: 눈빛을 보니 진심이잖아... 에이신 선배는 "여행가"예요...! 저화 함께 계속 스테이지를 깨고 보스를 잡아야 한다고요!!

/매킨토시는 Vv히데vV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자신의 바구니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멀리서 보면 아버지가 포대기에 싸인 아이를 바라보는 듯해 보일 듯하다. 한참을 들여다 본 그는 농원주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매킨토시: 혹시 플로리아에 존재하는 열매의 정보가 담긴 안내책자는 있나요? 혹시 있다면 하나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자신이 1위를 했단 사실에는 안중에도 없는 매킨토시는 침착하게, 그러나 최고로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염없이 미라주 컴퍼스를 들여다본다. 다양한 맛을 내는 열매를 1250개나 얻었으니 기쁠 만도 하다. 그러고서는 왼쪽 옆구리에 끼워 놓았던 「플로리아 마을 특산 열매 도감」을 펼쳐들면서 이상한 웃음소리를 허공에 흘린다. 이 미니게임이 이제 구실을 갖추게 되면 여기에 있는 모든 열매를 전부 맛볼 수 있게 될 터이다. 어서 업데이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자신의 가슴에 응축시킨다. 그의 앞에는 기지개를 켜며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걸어가는 Vv히데vV가 있다. 동료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것 치고는 걸을이 가볍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태초의 FRUIT HUNTER" 문구가 둥둥 떠 있다.

Vv히데vV: 하아~ 좋은 휴식 시간이었다~!!

매킨토시: 그렇게 기분이 좋니? 그래도 네가 미니게임을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다.

Vv히데vV: 비록 매킨토시라는 녀석에게 1위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해요! 강화 망해서 털려버린 지갑도 나름 두둑해졌고!

매킨토시: "물려주다"라니, 포장하지 마라. 너는 단순히 내게 밀린 것 뿐이니까 말이지.

Vv히데vV: 아, 이 선배 정말 이럴 때는 재미 없다니까!

/두 사람은 놀이터의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는다. 그러나 이내 Vv히데vV는 웃음을 거두고는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어 열심히 조작을 하기 시작한다.

매킨토시: 이것도 나갈 때 사진을 찍어야 하나?

Vv히데vV: 그것도 있는데, 이제 우리 짧은 휴가가 끝났으니 이제 제대로 『리플렉션 월드』 플레이를 해야겠죠? 다음에 저희가 할- 건-

/매킨토시가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인 채로 살짝 불안한 얼굴로 Vv히데vV를 응시한다. 또 "그걸" 하는건가...

Vv히데vV: 바로바로- 게임의 꽃,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

Vv히데vV: 레이드 배틀입니다!!!

매킨토시: 그게 뭐야?


슈와 에이신이 가상 공간에서 가상의 열매를 따던 그 날 밤.

모든 건물의 불이 다 꺼지고, 『리플렉션 월드』의 기기만이 묘한 홀로그램 조명으로 자신의 앞을 비추고 있는 게 전부인 늦은 시각.

누군가가 『리플렉션 월드』 게임기 앞에서 연두빛의 미라주 컴퍼스를 터치하며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매킨토시와 Vv히데vV가 나의 기록을 끌어내렸네. 뭐, 됐어. 언젠가는 다시 원상태로 돌리면 되니까. 게임에서는 그런 것 정도는 손쉽게 바로고칠 수 있으니까."

낮게 중얼거리며 미라주 컴퍼스를 자신의 앞에 내려놓는 자는 이내 홀연히 무지갯빛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10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2-1

매킨토시

-레벨: 10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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