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의 방문

토와히스

리틀 가든 by 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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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홈 아파트먼트의 건물 구석구석 낀 기름 쩐내가 코 끝을 찌른다. 사람에 따라선 역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향이었지만 히스는 따로 싫은 것에 이 냄새를 분류해두지 않는다. 주로 활동하는 곳이야 판타 뮤지카이지만 한 때 몇 년간 주거지로 삼은 곳이다. 이제 와 새삼스럽게 코를 쥐어 막을 이유도 없을 것이며, 그리고 이 냄새가 난다는 것은……

“히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하겠다. 오기 전 식사를 한 게 아니라면 부디 먹어주지 않겠나.”

“물론, 오히려 기쁜걸.”

자신의 예전 친구를 만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이기에 꺼릴 이유가 없다. 토와는 자신의 대답을 듣곤 알겠어, 하고 작게 끄덕인 뒤 길드 홈 내에 작게 준비되어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히스가 오늘 이 곳을 방문한 목적은 친구 간의 잡담 이전에 의수의 메인터넌스를 의뢰하러 온 손님으로서다. 토와가 여느 손님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응대 장소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는 건 늘상 하는 작은 배려였지만 히스는 내친김에 토와를 따라가보기로 한다. 그 말이 인사치레 중 하나인 걸 알고 있으므로. 자신이 따라가 오늘 접객용으로 준비한 다과는 뭐야? 하고 물으면 올 필요가 없다고 대답을 흐리지만 사실은 같이 준비해주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은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자신이어도 이년 전 즈음 이미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잠시 장난기가 돌아 숨을 죽이고 뒤를 따르고 있으면 토와가 냉장고에서 여덟 등분으로 소분 된 저염 버터를 꺼낸다. 저번 방문 때에는 큐브 두 알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팬케이크 위 꿀과 함께 얹어서. 그 뒤로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버터의 수는 여섯 알에서 줄어들지 않은 채다. 이 곳은 니지노카나타의 동료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일테고, 토와는 기름 이외의 것은 먹을 일이 없을테니…… 버터 요리는 손에 묻으니 잘 먹지 않는 걸까? 메카닉다운 행동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망설이고 있는 사이 따라온 히스를 토와는 찾아낸다.

“따라왔었나?”

“응. 나르는 걸 도울까 싶어서.”

“아아……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받을까. 역시 히스는 상냥하구나.”

네 쪽이 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눌러 참는다. 자신이 그렇게 답하면 아니 그쪽이 더, 라는 답이 돌아오는 걸 알고 있다. 이미 이런 대화를 한 것도 몇 번째. 이제는 소모적인 얘기를 하기보단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을 거야.

“이 곳의 사람들은 버터가 들어간 요리는 자주 먹지 않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거지?”

“그게, 잔량이 줄지 않았으니까.”

“그건 아니야. 모두가 먹는 건 저 위 서랍안에 향신료와 함께 구분해두고 있어. 다만……” “다만?”

“히스는 한 때 재활 치료를 했으니까, 짠 음식을 먹으면 염증이 돋기 쉬우니 각별히 유의했었어. 그 때의 버릇이 배어났을까. 모두와 시장을 나갈 때면 종종 네 몫을 사는 것 같아.”

그렇다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준비해뒀기에 양이 줄지 않은 걸까?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항상 자신이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도 조금. 오늘 오기 전 선물용으로 지난 번 방문했던 옥스의 길에서 찾은 보석 장신구를 준비해 품 안에 넣어뒀었다. 자신의 단장에게도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 예술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인정받은 물건이라면 전혀 손색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상적인 배려를 받고 있었던가. 돈 한 푼 두 푼으론 전해질 수 없는 마음이 스며든다. 그것보다 신경쓰이는 건 토와의 일상에 자신이 확실히 들어가있다는 것. 자신만이 신경쓰고 있는 게 아닌, 눈 앞의 타인의 일상에 스스로가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쩐지 안도감이 든다. 부끄럽지만 한 숨 놓이는 것 같은 기분,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찾으려면 분명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 같다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보다 오늘은 에그 타르트를 준비했어. 히스는 계란 알러지는 없을까? 자신이 입을 다물고 고민하고 있으면 토와로부터 말이 걸어져 온다. 딱히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야. 한결 긴장이 풀린 듯한 그의 얼굴. 무언가 보답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어 히스는 서둘러 자신의 품을 뒤져 예의 목걸이를 꺼내 건넨다.

“옥스 쪽으로 공연을 하러 갈 일이 있어서…… 거기에서 토와의 생각이 나서 샀어. 타르트의 답례로 받아주지 않을래? 어쩐지 빛나는 모습이 토와의 눈과 닮아서.”

“…….”

토와는 놀란 것 같은 표정으로 들린 목걸이를 잠시 살펴보다 고리 부분을 손으로 훑은 뒤 자신의 목에 걸어낸다. 마음에 들었을까? 대답이 없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윽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 그런 마음은 녹아내리게 된다.

“히스는……”

“응?”

“옥스에 가서도, 나의 생각을 해주었구나. 목걸이의 광채보다도 그 쪽이 기뻐.”

그런가?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렇다. 토와가 저염 버터를 자신만을 위해 품 안에 넣은 것처럼, 자신도 옥스의 길거리를 보며 이 장신구는 틀림없이 토와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의수 수리의 답례로 전해준다면 어떨까, 이걸 받으면 분명 기뻐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값을 흥정하지도 않고 덜컥 그 날 공연 보수의 절반 쯤 되는 가격으로 사들였었다. 나중 숙소로 돌아가서 스즈카에게 엄청나게 꾸중을 들었지만.

그런가, 자신도 토와의 마음에 제대로 보답을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받은 배려만큼을 주고 싶다고 지금까지 각오했었으니까. 머리가 쾅쾅 뛰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것은 놀랐다거나 당황해서가 아닌 기쁘기 때문. 이런 기분을 제대로 말로 전하고 싶어. 히스는 각오를 다지며 입을 뗀다.

“아 두에일까?”

“……?”

“미안, 그러니까…… 두 사람의 기분이 같은 음을 연주하고 있으니까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음.”

몇 년을 들어도 히스의 말은 가끔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있어. 토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 날의 에그 타르트를 내왔다. 히스가 사 온 바다빛의 보석을 목에 두른 채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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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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