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山歸還

향이(香餌)

화산귀환 검존검협

回憶沉寂 by 율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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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香餌) │ 냄새가 좋은 미끼

구 화산에 얼레벌레 떨어진 검협도 좋고, 현 화산으로 검존이 얼결에 넘어와서 제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는 상황일 경우⋯ 검협은 딱봐도 검존이 진작에 죽은 자신의 옛 본체임을 알고 어떻게 죽어 이생으로 넘어왔나 싶을 거야. 누가 봐도 제 옛날 모습이니 검협은 인정하면서 진절머리 치겠지만 검존의 경우 자기가 죽어서 환생하면 꼴랑 저런 모습이 된다고? 개약해빠졌네⋯ 저 애새낀 뭐지? 이러며 현실부정(ㅋ)하고 계실듯.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같은 아해가 어찌 내 미래의 모습이 된다냐? 심지어 백년 뒤다. 아무리 반로환등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흰머리가 다시 검은 머리가 될 수는 없다. 내가 등선을 했겠지, 새로 태어나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 그래야지. 안 믿어야 나지. 내가 아무리 백날 천날 내가 너라고 얘기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 헛소리라 흘려들어야 매화검존이지, 개새끼야. 검이나 들어!"

검존은 처음엔 완전 부정함. 아해야. 거 나를 존경하는 의의는 알겠으나 어디가서 매화검존이란 말이라 하고 다니지 마라. 사칭이다. 네가 화산의 제자라 내 봐주는 것이야, 이러면서 검협이랑 대판 싸우다 결국 무위로 압승을 하여 검협의 등을 깔고 앉은 다음 태연히 하늘을 바라보며 말함.

'개새끼⋯⋯⋯ 존나 쎄고 자빠졌네, 망할, 빌어먹을, 매화검존 새끼야⋯.'

이렇게 바닥에 얼굴 파묻고 있는 게 대체 얼마만일까? 대련에서는 그 누구도 청명의 얼굴에 흙을 묻힌 사람이 없었을 건데. 검협 진짜 개열받을듯. 내가 이 새끼를 이기지 못하는 무위를 가지고 있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막상 진짜 대련을 해보니 새발의 피도 못 미친다는 걸 다시 몸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겠지. 하루빨리 이 망령 새끼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거나 그냥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을듯.

그렇게 매일 같이 대련을 가장한 피튀기는 싸움 하는 두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이 대련, 검존에겐 몰라도 검협 입장에서는 제 자신의 무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련의 열쇠가 될 것임. 누구도 아니고 매화검존 실체 앞에다 갖다대고 그 시절의 악명높은 무위를 펼쳐보이고 있는데 맨날맨날 뚜드려 맞고 패고 구르고 다닌다 하더라도 그게 또 뼈가되고 살이되는 지름길이니 이만큼 단기간에 확실히 성장시킬 수 있는 수련도 없겠지.

"꼴랑 이까짓 걸로 처맞아서 중심을 잃는 주제에 뭘 지키겠다고?"

"⋯ 넌 몰라."

"⋯ ⋯."

"넌 모른다고. 이 손으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을. 그리고 지키지 못했을때 밀려들어오는 그 수많은 한(恨)을."

"⋯ ⋯."

"아마 넌 죽기 직전까지도 내가 뭘 말하는지 모를 거다. 네 잘난 맛에 살고 너 자신 밖에 돌아볼 줄 몰랐던 놈이 주변을 돌아보는 기대는 내 진작 버렸다. 나는 내가 너일 때, 그리고 이 몸으로 오는 기연 때 그걸 뼈저리게 느꼈지. 뭔 소린지 모르겠지? 낄낄낄! 무슨 소린지 알려줘? ⋯ 아니. 너 스스로 직접 깨달아. 그래도 알고 싶다면 내 아가리 한번 벌리게 해보던가."

검협은 진짜 이악물고 강해질 생각 밖에 안 했으면 좋겠어. 나는 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이 향 좋은 녀석(검존)을 이용한다, 같은 거지. 맡으면 맡을 수록 독내음이 코끝을 타고 올라와 마비가 될 것 같은 느낌에 옴짝달싹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검협은 독인 것을 알면서도 그 독을 품고 있는 향이 좋은 미끼, 매화검존을 이용해 어떻게든 밟고 올라갈 생각 밖에 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이 생각은 검협만 했을까?

'⋯⋯⋯ 이상하게 속이 타는데.'

검존도 별 생각 없이 검협이랑 대련하면서 예쁘게 뚜드려 패놓는데 여기서 갑자기 이상한 감정이 뒤틀려서 싹틔웠으면 좋겠다. 산수가 다 된 나이지만 이립의 외모에서 뚝 멈춘 외모 변화. 그리고 이런 자신의 외모 보다는 조금 어린 약관 언저리를 웃도는 앳된 자신의 얼굴로 '청명'이라는 제 이름이며 무공은 한참 뒤처지더라도 깨끗히 갈고닦은 선기. 제 피붙이라 해도 될 정도로 똑같지만 좀 더 카랑카랑하는 성격. 뭔가가 위험할 정도로⋯ 검존이 검협을 향해 약간 동하는 느낌과 애잔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으면 좋겠어. 검협이 제일 싫어하고 혐오하는 애정을 검존이 검협을 향해 품은거지.

"씨발 새끼가 미쳤어?! 너 뭐라 지껄였어. 너 뭐라 지껄였냐고!"

"⋯ ⋯."

그리고 그걸 망설이거나 참을 검존이 아님. 십중팔구 이 느낌을 정의하지 못하다 결국 검협에게 자신이 그에게 동한 마음을 말할듯. 당연히 검협은 검존 혐오하면서 폭발하겠지. 미친 새끼가, 본인의 미래라고 밝힌 놈에게 마음이 동했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와. 내가 하다하다 내 자신한테 동했다는 소리 이거 좀, 소름끼쳐서 닭살이 돋을 지경인데? 장문 사형, 이 새끼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냐면서 지금 네 세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도 모자란 와중에 그딴 소리가 나오는게 정상이냐고 소리 빡빡 질렀으면 좋겠음⋯.

당연한 결과임. 차임. 검존도 예상한 결과임. 그래서 별로 얼굴엔 충격을 안 받아했음⋯. 그날 밤에 그냥 전각 지붕 올라가서 술 한잔 하며 장문 사형에게 '사형, 보고 계시오?', '나 진짜 좀 미친놈 같지 않소? 내가 날 닮은 아해에게 동했소'하면서 실실 웃으며 마음을 오히려 인정하겠지. 이거 근데 잠재우지도 못하고 깊어져만 가는 것을 어찌하겠나⋯.

포기를 하면 매화검존이 아님. 그는 원래 집착이란게 없는 남자였는데 제 자신이 미래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별 의미없이 한 세월 보내다 살아가려던 자신과는 다르게 어떻게든 강해져서,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해져서 잃는 이 하나 없게 만들겠다는 저 미친 마음 가짐 하나로 화산을 지키려는 검협에게 더 빠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구애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음. 오히려 검존은 저것이 이제 제 자신이라 인정한 건 아주 옛날임. 그런데 제 자신이면서 다른 타인으로 봤으면 좋겠어. 그래서 연정에 쉽게 휩싸이게 된 것⋯ 도 있었으면 좋겠고.

검협 처음 한두 번이야 '꺼져 씹새끼가!!'했지, 가면 갈수록 무뎌져서 자신을 향해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검존을 그때 즈음 되면 그냥 니 알아서 해라 벽보고 얘기하는 것도 지친다며 무시할듯⋯.

그 와중 결국 일이 터짐. 싸움이 터지거나 마교와의 전쟁이 발발했는데 검존더러 너 새끼는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손끝도 대게 하지 못할 거라고.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 어떠한 도움도 네겐 바라지도 않고 네가 손대지 않길 바라니 잠자코 그냥 뒤에서 술이나 먹고 자빠져 있으라고 했던 검협의 으름장에 평소엔 뭔일 있어도 개입도 안 하고 심드렁했던 검존임.

결국 정신적이고 체력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한계에 다다른 검협. 여기서 끝인가? 아니야. 끝낼 순 없어. 그렇지만 전신의 신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떻게 해야하지? 싶은 검협의 앞에 술병 짤랑짤랑 들고 나타난 검존. 그의 앞에 쭈구리고 앉아 '살아있냐?', '진짜 약해빠진 놈이 나랍시고 설치고 일만 벌리고 다니는데, 장문인도 그렇고 고생 깨나 했겠구나'하면서 검협 비아냥거리며 비웃고 있지.

주변 마교 놈들이 뒷모습만 비춘 그런 검존의 뒤를 치지도 못하고 얼어붙어. 가늠되지 않는 무위에 완전히 위축 되어 검협과 검존을 쳐다만 보고 있었어. 검협이 고개를 들어 검존을 쳐다봤고 너 왜 왔는데 개새끼야, 도움도 안 되니까 꺼져, 여긴 내가 알아서 해, 이러는데⋯ 검존. 검협더러 내게 연모든 뭐든 그딴 같잖은 소리 안 해도 된다며 파격적인 발언을 해. 이 새끼가 무슨 꿍꿍이지? 싶었는데 검존이⋯.

"도와달라, 그 한 마디면 된다. 도와주십시오. 그 한마디면 여기 있는 전부를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주마."

"⋯⋯ 뭐 이⋯ 새끼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가 네 신념이라면 나도 그런 네게 맞장구로 어울려줘야지."

검존 죽일 정도로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검협인데 안될 거 아는지라 그냥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검협⋯ 그렇지만 모두를 살리려면 이놈의 힘이 필요해. 여기서 더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검존한테 이리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 해봤으면 좋겠어⋯ 저항 없이 순순히 이리 오라고 하니까 순순히 수긍하는게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검협에게 가까이 가서 얼굴 들이대주는 검존.

"야."

"⋯ ⋯."

"처 바랄걸 바래야지, 내가 뒈지는 한이 있어도 네놈한텐 손 안 벌려."

내 아가리만 벌리는 것만 보다가 너도 갑갑해서 속병이든 홧병이든 나 뒈지시던가, 하고 검존 귓가에 바짝 들이대곤 킥킥 웃으며 피칠갑이 된 채 옆으로 쓰러지는 검협⋯.

'미친 새끼⋯ 저딴 걸 지금 교섭이라고 들고 왔어. 장문 사형. 저딴 걸 왜 아직까지 살려두셨소.'

장문 사형에게 회초리 맞을 때 종아리가 아니라 대가리도 맞아서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어야 했던 건데⋯ 하며 의식 잃은 검협을 어깨에 들춰매고 한 손에는 검을 든 채 그냥 실없이 웃기만 하는데⋯.

"그래. 그래야 매화검존의 탈을 쓴 놈이라 자칭하고 다닐만하다 싶은 놈이 아니겠느냐."

하면서 오히려 제게 차디찬 쌍욕만 남긴 검협을 향해⋯ 싸늘한 얼굴로 볼땐 언제고 검협 눈감고 의식잃고 쓰러지니까 그 순간만큼은 뭔가 사욕이 가득찬 얼굴로 검협 보더니 그 자리에서 방해되는 놈들 조용히 정리해버리시는 검존⋯ 검협과의 약속대로 주변도 모두 죽는 하나 없이 무탈히 구해내지.

나중에 의식이 깨어난 검협이 검존이 모두 정리해서 구했다더라 하는 거 들으면 진짜 이젠 화도 안 날듯. 또라이 새끼⋯ 그렇지만 본인이 또라이인 걸 아니까 검협이 욕짓거리를 박아도 검존은 주변을 구할 것이라는 걸 알고서 했던 행동이기도 했으면 좋겠고.

아무리 나라지만 성격 존나 희한한 거 나도 가끔 맞춰주기 힘들다면서. 하긴 저건 내가 낳은 과오(過誤)같은 거니까. 앓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수습해야지. 하면서 아물기 시작한 상처쪽 옷으로 안 보이게 여미고 욕짓거리 작게 내뱉으며 막사를 나와 검존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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