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존 드림] 매화연(梅花燕)
유료

[화산귀환/검존드림] 매화연(梅花燕)

08. 기약

*적폐 / 날조 / 캐해석 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화연 7화 유료 내용에서 이어집니다.

*매화연 유료분 일부 + 청명과의 뒷얘기를 추가로 볼 수 있습니다. (유료입장)

*평균 유료 분보다 양이 많아 이번 편은 가격이 다릅니다. 열람에 주의 바랍니다.

삐질.

연홍 련은 제 앞에 놓인 술과 안주를 내려본다. 죽엽청과 양고기꼬치가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지만 연홍 련은 청명의 눈치를 보며 물을 마신다. 그녀의 앞에 술잔이 놓이면서 청명이 먼저 입을 연다.

“이제 얘기해봐.”

무심한 목소리에 연홍 련은 고개를 든다. 청명의 얼굴은 딱딱했지만 세가에서와 달리 분노를 눌러 가만히 그녀를 본다. 연홍 련은 청명과 함께 객잔에 있는 주루에 와있다. 시비에게 맡겨낸 유삼과 삿갓도 없이 이렇게 바깥을 나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청명과 집을 나오니 마땅히 갈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을 뿐이다. 세가에서 관리하는 곳 중 하나로 점주가 안내해 준 자리에 자리 잡으니 소나기를 배경 삼아 얘기하기엔 적절한 공간이었다. 청명이 들어오면서 기막까지 펼치고 했으니 얼굴은 이미 드러나지게 된 거 편하게 얘기하라는 거겠지. 연홍 련은 양 팔을 들어 올린다. 그의 배려는 고맙지만 우선 이것부터 되짚어야 했다.

“일단은... 못 믿으실 수 있지만 싸운 건 아니에요. 정말로. 위험한 것도 아니고요.”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연홍 련은 난감한 듯이 웃는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지. 그녀는 슬그머니 손을 내려 채워진 술을 바라본다. 술이라도 마시면 이 취조받는 분위기가 좀 적응되겠지. 연홍 련은 잔을 잡아 깔끔하게 비워낸다.

“언니가 절 죽여서 이득 볼 게 없으니까, 믿는 거죠.”

“이거 칼빵맞아도 믿음으로 살 수 있다고 할 호구 새끼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청명의 입은 투덜이지만 연홍 련이 먼저 술을 비우니 자신도 술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연홍 련은 청명의 반응에 작게 웃자 그의 눈이 치켜 올라간다.

“뭐가 웃겨?”

“비슷한 잔소리꾼이 생각나서요. 죽고싶어 환장한다고 자주 그러거든요.”

“그냥 호구도 아니고 성격 나쁜 호구새끼네.”

말은 험하긴 해도 당보가 하던 소리를 청명이 하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같은 존이 붙은 사람이라 그런가. 연홍 련은 청명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평소의 그로 돌아온 거 같아 좀 안심되었다. 긴장 풀기엔 역시 술이 효과가 좋긴 하다. 연홍 련은 자신의 잔도 따라 마시니 청명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해가 안되는지 청명의 고개가 모로 꺾인다.

“왜 네가 소가주가 아닌 거지?”

청명의 말에 연홍 련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댄다.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자신이 소가주였으면 오히려 이렇게 밖을 돌아다니지 못했을 텐데. 영문을 모르겠단 연홍 련의 반응에 청명은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그 여자보다 네가 더 강하지 않아?”

좀 더 풀어 묻는 말에 연홍 련은 놀란 듯이 눈이 동그래진다. 소가주라는 자리가 꼭 강함을 기준으로 두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청명이 얘기한 게 일반적인 경우이긴 하다. 연홍 련은 다소 떨떠름히 인정하여 묻는다.

“..그래 보이나요?”

“딱 보니까 알겠더만. 네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소가주 자리 갈아치울 수도 있는 거 아냐?”

“미리 얘기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요. 언니를 존중하니까요.”

연홍 련은 고개를 저어 확실히 의사를 표현하고 안주를 먹기 시작한다. 뭐 하러 욕심내서 소가주를 갈아치우겠는가. 이미 훌륭히 해내고 있는 그녀가 있는데. 자신은 연홍 화가 아니다. 칼로 재롱 부릴 수 있는 사람인 거지 가문을 이끌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언니도 그 정도로만 끝낸 거겠지. 그녀에게 자신은 필요한 장기 말이니까. 빚도 있고. 같이 안주를 먹는 청명은 잔이 감질나지자 술병째 들이킨다.

“크으, 감초에는 관심 없나 봐?”

“필요하다면 거절하진 않아요. 세가는 권위의 영향도 크니깐요.”

연홍 련은 술을 기울이다 병째로 마시는 청명을 본다. 잔으로 권해도 결국은 병으로 마시던데 저게 좋으신 건가. 연홍 련은 청명을 보다 병을 집어내자 청명의 눈이 반짝인다. 자신을 따라 하려는 연홍 련의 태도에 어이구? 하며 비소를 짓던 청명은 그녀와 술병으로 대작하기 시작했다.

**

“후... 원래는 검존을 언니랑 마주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갑자기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바닥에 비워진 술병들이 제법 늘어나 있다. 연홍 련은 취기가 조금씩 올라오는지 숨을 돌리는 그녀는 물을 한 잔 마신다. 청명은 아직 여유 있는지 옅게 얼굴이 빨개지긴 해도 특유의 심술 난 표정은 여전했다.

“손님을 방치해두고 얘기가 긴 탓이지. 내가 안 갔으면 무슨 짓 당할 줄 알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위험하지 않아요. 제가 언니보다 강한 것도 이젠 아시잖아요.”

청명의 말에 연홍 련은 불만인지 작게 입을 삐죽인다. 그를 오래 기다리게 한 건 잘못이지만 연홍 련은 다소 억울했다. 위험하지 않았다니까 정인 말을 못 믿네. 청명은 재밌는지 콧방귀를 끼며 비웃는다.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새끼가 제일 먼저 죽지.”

연홍 련은 청명을 얄밉단 듯이 흘기지만 틀린 말은 아니고 하니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쉰다. 정론을 가져오니 반박할 수가 있어야지. 연홍 련의 한숨에 청명은 표정을 찌푸리며 술병을 기울인다.

“술맛 떨어지게 어디 한숨이야, 안 마셔?”

청명의 제안에 연홍 련은 실례를 무릅쓰고 청명의 잔에 술을 따라 그가 들고 있는 술병을 뺏어낸다. 많이 드시는 건 알고 있지만 그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벅차다. 원래면 본가에 있는 술을 대접하려 했지만 불편하실 테니 여기서라도 편하게 마시게 해 줄 생각이었다. 대접이 변변찮은 게 아닌가 싶지만 청명의 표정이 괜찮아 보이니 그건 다행이었다.

“좀 천천히 드세요.”

청명은 술병을 뺏기니 쩝, 입맛을 다시다가도 순순히 연홍 련이 따라준 잔을 마신다. 연홍 련은 뺏어온 술병을 제 옆에 옮겨둔 채 자신도 잔으로 술을 기울인다.

“하기야... 언니가 검존께 흥미가 생긴 건 제 탓도 있으니까요. 말을 말아야지…”

“무슨 말?”

청명이 흥미를 보이자 연홍 련이 흘겨본다. 그녀는 취기로 눈가가 옅게 붉어져 있지만 머릿속은 좀 전에 연홍 화와의 대화로 심란했다.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점. 그로 인해 자신이 정치적 전략으로 정략혼이 오갈 수 있다는 말을 청명한데 내뱉어도 될까. 목이 졸렸던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가 제 언니에게 칼을 꺼내려 한 사람이다. 마교에게만 청명이 사신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니 연홍 련은 자신이 얘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을 말한다.

“..제가 연모하는 이라고 소개했거든요, 검존을.”

음. 내뱉고 보니 역시 민망하긴 하다. 칼 든 미친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신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연홍 련은 비워낸 술잔에 물을 따라 두 손으로 마신다. 청명을 힐끗거리니 그는 굳어서 흘러넘치게 잔에 따르고 있다. 연홍 련은 눈을 끔뻑이다 뒤늦게 자리 일어나 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검존? 검존, 술 다 흘러요. 으악!”

연홍 련이 경악하여 수습하고 있으니 정신 차린 청명은 그제야 술병을 세운다. 그는 넘치는 술잔을 바라보다 아까운지 입을 가까이 가져가 한 번에 쭉 마신다.

“하아, 검존 쪽으로도 많이 흘렀잖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연홍 련은 청명 쪽으로 술이 많이 흐르니 수습을 위해 그의 팔을 잡아 옆자리로 끌고 온다. 청명은 순순히 연홍 련의 옆자리로 가서 앉는다. 청명이 앉았던 자리로 가서 술을 닦아내는 연홍 련은 난감한 듯이 주변을 살핀다.

‘손수건으론 안 되겠는데. 사람을 불러야..’

연홍 련은 술로 푹 젖어진 손수건을 보다 식탁에 둔다. 밖으로 나가 점소이를 부르려니 허리를 붙잡는 감각에 연홍 련은 고개를 돌린다. 제 허리에 얼굴을 묻고 있는 청명의 행동에 연홍 련은 청명을 내려본다. 드물게 자신을 먼저 안는 그를 보자니 뒤풀이에서 취하면 자주 안기는 악단 언니가 생각나 청명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취하셨나?’

술을 그렇게 드시고도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감이 오지 않는다. 두텁다 싶은 팔이 조금씩 끌어당겨지니 연홍 련 역시 뒤로 물러나 청명의 다리 사이에 앉는다. 얼굴이라도 확인하면 뭐라도 알 텐데 제 허리를 죄어가는 팔이 단단히 잡고 있어 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부르기도 민망한데.

“..검존, 취했어요? 돌아가 보셔야 되잖아요.”

연홍 련은 취객을 달래기 위한 행동으로 제 허리를 감싼 팔을 톡톡 두드린다. 팔이 풀리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잠들었나. 아무리 객잔 내의 주루라지만 여기서 재울 수는 없는데. 청명을 흔들어 깨워야 하나 생각하는 연홍 련의 귀에 웅얼거리는 청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연홍 련은 청명의 반응에 귀를 쫑긋한다.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것도 모자라 짧게 말해서 잘 듣지 못했다. 연홍 련은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상체를 청명에게 기대 안긴다. 체격이 크다 보니 단단한 등받이에 안긴 거 같았다.

“다시 말해주세요, 검존.”

“…이름 불러.”

어깨에 묻던 고개가 빠지나 싶더니 다시 얼굴을 파묻는다. 좀 더 선명히 말하는 게 발음이 뭉개지진 않았다.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라니. 가늘게 보던 연홍 련은 청명의 요구를 한번 밀어둔다.

“예전에야 청명 도사님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별호도 생기셨는데 전처럼 부르기엔..”

“도사 말고.”

연홍 련은 작게 움찔인다. 어깨에 묻어있던 얼굴이 좀 더 귓가에 맞붙여 속삭인다. 목소리만큼이나 제 귓가에 닿는 피부나 숨결이 닿으니 연홍 련은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에게 나는 체취도 유독 짙게 느껴진다. 연홍 련은 제 코를 소매로 얕게 가리며 새초롬히 대답한다.

“..먼저 불러주시면 저도 부를게요.”

“..홍 련.”

연홍 련은 미간을 구긴다. 홍 련은 본가에서 가신들이 적자를 부를 때 쓰는 이름이었다. 청명이 그걸 알리는 없겠지만. 련 소저라 불러달라래도 도통 이름으로 안 부르는 사람이니 이쯤 되면 오기가 들었다. 소저까진 아니어도 이름 하나 부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불만스러운 눈으로 청명을 흘기려다 팔짱을 껴서 품에 좀 더 기대있는다. 얼굴 보면 마음 약해질 거 같으니까 두고 보자.

“한번으론 안 돼요. 전 몇번이고 부를 수 있지만 검존은..”

“……연홍 련.”

어깨에 기대있던 청명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조금은 몽롱한 눈이 제 품에 있는 연홍 련에게 얼굴을 기울인다.

“홍 련. 련…련아-”

어깨를 타고 목덜미, 귓가에 한 마디씩 숨을 불면서 속삭이던 끝에 청명은 연홍 련의 귓바퀴를 문다. 청명의 예상치 않은 행동에 연홍 련은 흠칫 인다. 귀가 물리는 감각은 낯설지만 아프진 않았다. 머리카락 너머로 숨소리가 크다. 귀에 닿는 청명의 목소리가 달게 느껴져 연홍 련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이름을 부른 거 뿐인데 자신을 원하는 거 같은 간질이는 감각에 연홍 련은 입을 꾹 물었다. 이건 못 이긴다. 연홍 련은 결국 항복의 의사로 제게 얼굴을 붙이고 있는 청명에게 고개를 돌린다. 조금은 수줍고 민망한 듯이 청명을 힐긋 인다.

“…청명, 오라버니.”

연홍 련의 말이 끝나자마자 청명은 턱을 올려잡아 연홍 련에게 합구한다. 부드럽게 입을 맞춘 것과 별개로 연홍 련의 입에 밀어 넣는 혀는 급박했다. 연홍 련은 제 혀에 비벼지는 두터운 혀에 절로 움츠렸다. 혀가 들어왔을 뿐인데도 갑갑할 정도로 숨을 삼켜 먹는다. 팔짱을 끼던 연홍 련의 손이 청명의 옷자락을 꾹 잡아 작게 두드린다. 청명의 입술이 떨어지나 싶더니 벌어진 틈으로 청명이 가늘게 연홍 련을 본다.

“더-”

짧은 한마디임에도 연홍 련은 숨을 고르며 청명을 마주한다. 몽롱한 매화 색 눈동자가 갈증 난 사람처럼 자신을 부르니 연홍 련은 홀린 듯이 입을 연다.

“하아... 청,..명 오라버니-”

한번 더 연홍 련에게 제 입을 포개는 청명은 벌어진 입 안에 혀를 비비다가도 치열을 훑어내기 시작한다. 작은 입 안에 느껴지는 치아가 귀여워 혀로 문지르기도 하던 청명은 그녀가 자신을 붙잡을 때마다 숨을 쉴 작은 틈을 내준다.

“청명... 오라버니..청... 명….”

그녀가 자신을 부를 때까지 기다리다가도 성질 급한 청명은 연홍 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 입을 벌려 삼켜 먹듯이 입을 겹친다. 몇 번의 구흡을 통해 점차 힘이 빠져가는 연홍 련은 감겨있던 눈을 떠서 청명을 밀어낸다. 이대로 두다간 도저히 놓아주지 않을 거 같았다.

“후아-... 하...청명..오라버니…?”

밀어지는 기미도 없던 돌덩이 같은 몸이 의외로 순순히 밀리자 연홍 련은 의아함에 고개를 든다. 자신을 품에 안다시피 기대있는 등이 오르내린다. 제 어깨에 기대있는 턱이 제법 무거웠다. 연홍 련은 끄응이면서 청명의 머리를 잡아 간신히 밀어내니 빨개진 얼굴로 제 손에 잠들어있었다. 연홍 련은 청명의 얼굴을 황당하게 본다. 지금 이 사람.. 잠든 거야? 말 꺼내기도 전에 당사자가 잠드니 맥이 풀린다. 하다못해 잠들 거면 팔이라도 풀어주지 이래서야 벗어나지도 못하지 않는가. 연홍 련은 이 대책 없는 사내를 어찌해야 할지 갈등하다 결국 사람을 불러 청명을 숙소로 옮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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