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네가 내리고

잠 못 드는 밤 네가 내리고 上

채형원 × 유기현

감정 조각 by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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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 내 등장하는 인물 및 배경 등은 모두 실제와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어둑한 밤하늘 가득 낀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달빛이 작은 창 너머로 스며들었다.

저게 고장 난 지 얼마나 됐더라. 대충 세어보아도 이미 열 손가락을 넘어간 듯했다. 기억을 되짚던 형원은 이내 생각을 포기한 채 눈을 감았다.

밝은 걸 좋아하지 않아 평소에도 어둡게 살긴 했지만 전등이 아예 나가버린 건 얘기가 좀 달랐다. 원래도 조용하던 방이지만 지금은 침묵과 더불어 음습함이 가득한 느낌이라 퍽 불쾌했다.

네가 어둠의 자식이냐? 불 좀 키고 살아.

들려야 할 잔소리가 없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필시 제 꼴을 본다면 그런 말을 했을 텐데.

옆으로 돌아누운 형원이 허전한 품 안을 채우려는 듯 인형을 끌어안았다. 매사 느릿한 것이 똑 닮았다며 선물 받은 거북이 인형이었다. 멍하니 눈을 깜빡이면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가 항원과 마주 보고 있었다.

한참을 인형과 눈싸움을 하더니, 코를 스치는 향까지 감지해 버린 형원이 눈가에 번져가는 열기를 참아내려 입술을 짓이겼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지. 뭐가 문제였더라. 행동이 느려서?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입에 사랑을 담지 않아서? 이유가 뭐가 됐든 확실한 건 형원에겐 지금 그 답을 알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흐윽. 윽, 그. 끄윽. 기현, 흑. 기현아. 기어코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 아래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건만 기현과의 이별은 형원이 그간 경험했던 것들과는 결이 달랐다.

애써 눌러 담았던 슬픔이 둑이 터진 듯 세차게 흘러넘치자 조그맣던 흐느낌이 어느새 아이처럼 엉엉 우는 것으로 변해 버렸다.

야, 너 밥 또 안 먹었어?

어엉,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안 고파도 때 되면 대충이라도 줏어 먹으랬지. 누가 거하게 한 상 차리래?

아니이, 사람이 좀 밥을 거를 수도 있고 그런 거지이. ⋯어라. 기현아, 니 향수 뿌리고 왔나? 

어, 뭐야. 코 뚫렸냐?

몰라. 왜 갑자기 집 들어오니까 나지? 향수 맞으면 아까부터 알았어야 하는디⋯⋯.

진짜 그놈의 비염. 향수 말고 방향제야. 그저께 잠깐 들러서 두고 갔는데 이제야 맡아? 대단한 놈.

그 후로도 한참을 목 놓아 울던 형원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휴대폰을 찾아 침대 위를 더듬거렸다.

지운 적도 없지만 애초에 지웠다 한들 뇌에 새겨진 것마저 지워질 리 만무했다. 익숙한 열한 자리 번호를 눌러 익숙한 통화음까지 한참을 듣고 나면, 마지못해 받았다는 듯 ⋯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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