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가장 불쌍한 배우
그 진명은 바로....
아둥바둥 애썼던 꼴이 우스워질 만큼 허무한 결말이었다... 소리 없이 아스러져 가는,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서 ■■■는 애꿎은 손목을 계속해서 꼬집고 있었다. 날이 선 손가락으로 잔뜩 헤집어진 손목은 온통 붉었다.
끝이 난 이야기에 이제 와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되돌릴 수 있나?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네가 써 내려간 처참하고 절망적이며 암울한 비극의 삼류 배우일 뿐이다. 아, 어쩌면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너는 항상 나에게 과한 것을 주었고 바라곤 했으니까. 무어라고 정의할 수 없을 감정들은 계속해서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왜 그랬어야 했냐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는 이제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가 아닌, 목젖을 치는 말들을 발밑에 구토해내지 않기 위해서 손목을 꼬집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 손가락들이 칼날처럼 날카로웠으면 좋겠어. 널 아무렇게 찢어내고 싶어. 하지만 그래선 안 되겠지. 그렇게 할 수 없겠지…….
바람이 온몸을 송곳처럼 찌르는 지독히도 추운 계절이었다.
옷깃 사이로 들어차는 바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워지고 있어서, 드디어 ●●●●●는 같은 자리를 팽이처럼 맴돌던 것을 멈추었다.
누가 봐도 기운이 없어 보이는 발걸음으로 어두컴컴한 구석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는 벽에 기댄 채로 자신이 지나치게 그에게 의존적이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리고 소리 내 웃었다.
빈 웃음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는 기억도 하지 못한다! 기억이란 족쇄에 사로잡힌 것은 자신뿐이다. 그는 족쇄를 부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한 곳에 묶여있었으니 (●●●●●가 원한 체류는 아니다. ●●●●●는 이런 체류를 원한 적이 없다) 걱정이 과하게 많아진 탓일 것이다. 모험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나.
잘 곳을 찾지 못하면 늙은 나무에 짐과 자신의 등을 맡기고 해가 뜨길 기다리고, 예고도 없이 뛰쳐나오는 마물들을 쓰러트리고,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받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는 조금 더 몸을 웅크렸다.
나도 너와 그런 적이 있었는데. 다친 다리를 핑계로 네 팔을 빌린 적이 있었는데. 너는 어디서 주워온 지 모를 설익은 과일을 옷에 아무렇게 문질러 닦은 후 반으로 갈라 한눈에 보아도 많은 쪽을 내밀어 주었었는데... 추억은 허물처럼 벗을 수 없어서 형벌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에게 과한 것을 바란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 도시, 애초에 설계부터 잘못된 수레바퀴처럼 단 한 번도 맞물리지 않는 의견을 주고받으며 어떤 때는 웃기도 하고, 어떤 때는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
●●●●●를 ■■■라 불러주던 사람들이 있던 도시,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잊힌 도시.
아, 그때의 너는 너무나 아름답고 강인했는데.
●●●●●는 커다랗고 늙은 나무 위에서 더 이상 그라 불릴 수 없게 된 그를 관망한다. ●●●●●의 눈에는 그가 묵묵히 삼켜낸 빛이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이 똑똑히 보인다. 눈을 파내어도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을 정도로 투명한 빛깔의 고고한 영혼이 불길할 정도로 새하얀 빛에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잠식되어간다. 그는 자신이 삼켜낸 빛들이 하나의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 불안한 고동을 바라보며 ●●●●●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가 이 세계에 역병처럼 퍼진 불길한 빛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봄바람처럼 간지럽고 부드러운 희망을 떠올린다.
에메트셀크는 억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끝나지 않는 굴레 같은 의무를 벗어던질 수 있다면, 지나치게 길었던 삶을 종결낼 수 있다면...
그 모든 이유와 정답은 그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천천히 내려간다.
그는 족쇄를 부수는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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