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하는 Voyage

너와 함께하는 Voyage 8화

Track.8

룸몰 by 룸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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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정을 알게 되었을 때쯤엔, 난 이미 얼음 위를 거닐고 있었다.

양친 둘 다 스케이트 선수. 아버지는 나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나도 당연하게 스케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것에, 어떠한 저항도 없었다.

그저….

다른 기술은 괜찮았지만, 점프만은 내게 어려웠다.

스케이트의 점프는 6종류가 있다. 5종류까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악셀만큼은 무서워서 뛸 수 없었다.

교실에 있는, 동갑의 아이는 뛰었는데.

나보다 작은 아이도, 뛰었는데.

나보다 늦게 스케이트를 시작한 아이까지, 뛰었는데.

아버지는 언제나 말하셨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뛸 수 있어. 너를 믿어라.] 라고.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이,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네가, 내 연습을 보러 와준 날이었어. 기억해?

벽돌창고 앞의 특설링크에서, 너에게 유치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나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야.

넌 그 때도… 날 향해 눈을 빛내면서, 분명 내가 대단한 걸 보여줄거야,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어.

난 망설였어. 네 앞에서, 악셀을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실망시키는 것 아닐까하고.

네 눈에서, 반짝반짝한 것이 사라진다면, 나도 사라지고 싶어져.

그러니까 아버지께 부탁했어.

악셀의 연습을, 오늘은 하고싶지 않다고.

그 때 아버지는, 드물게 쭈그려앉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어.

그리고 말했어.

[유키카제, 용기를 내는거야.]

그게, 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아버지는 계속해서 말했어.

[분명히 뛸 수 있어. 네가 너를 믿지 않아도, 난 믿고있어. 그야 넌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니까.]

믿음을 받고 있어.

그 단 하나가, 돌연 용기로 바뀌었어.

아마 그랬을거야. 그 때, 마음 속에서 떠오른 강한 감정은, 그런거라고 생각해.

뛰어보자고 생각했어. 용기를 내보자고.

네 앞에서, 얼마나 꼴사나워도,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보자고 생각했어.

악셀의 궤도에 들어서, 뛰는 순간.

한 순간, 무섭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괜찮아! 용기를 가지고 박차는거야!]

그 목소리에 힘을 얻어 나는― 처음으로, 악셀을 뛸 수 있었어.

유키카제

악셀을 뛰고 내려온 순간, 내게 보였던 건… 너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와… 아버지의 미소였어.

카에데

(몰랐었어… 그런 생각으로, 유키형이 점프을 뛰고 있었다니. 언제나, 담담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유키카제

그 후, 아버지가 드물게 날 끌어안아주셨어. 그걸로, 언젠가 반드시 4회전 악셀도 뛸 수 있을거라고 몇 번이고 말하셔서… 나도, 그럴거라고 믿었어.

…모순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표현 부분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고, 점프는 아버지께서 봐주었으면 하는거야.

카에데

모순되지 않는 걸. 어릴때부터, 난 얼음 위에서 춤추는 유키형이 엄청 좋았고, 삼촌은 높게 뛰고 있는 유키형을 좋아했었잖아.

유키형은… 그 어느쪽이라도 모두, 기뻐해주길 바라는 상대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해왔구나.

유키카제

…그런가. 그런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어.

…카프카가, 누군가와 보고싶은 경치가 있으니까 노력할 수 있는거라고 말해서. 생각해봤어. 난 누구와 어떤 경치를 보고싶은건지.

전에도 얘기했었지?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그… 꿈의 장소에서 스케이트를 타는거라고.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카에데

…! 그럴리가, 기억하고 있어!

내가 거기에 데려가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지금도, 이뤄지도록 제대로 마음 깊이 기도하고있어.

유키카제

…그렇구나.

고마워. …정말로 기뻐.

카에데

(이쪽이야말로 기뻐. 실없는 약속이었는데… 유키형, 제대로 기억해주고 있었구나.)

유키카제

하지만 그 경치는, 인생의 집대성이라고 할까… 대회랑은 별개야. 내, 행복을 위해서라고나 할까.

거기에 가기 전에, 난 이루고싶은 것이 있어. 대회에서 결과를 내는 것. 표창대의 정상에서의 경치를, 포기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

카에데

응.

유키카제

내가 표창대의 정점에서의 경치를 볼 때…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건, 아버지야.

나보다 더, 내가 메달을 가져오리라 믿어주고 있는 건, 아마, 아버지일거라고 생각하니까.

카에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유키카제

…카프카가 이번에 강해진 건, 분명 너의 존재와 너에게 믿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주고 있고, 그 사람과 함께 같은 경치를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건… 행복한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동시에, 자신도 누군가를, 나 자신도, 믿음을 받고있는 자신으로 바뀐다면 이 이상 원하는 것은 없을거라고….

카에데

확실히. 믿는 건 어려운 걸. 이번에도 실은 몇번이나 카프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말할 뻔 했는지 몰라! 유키형이 있었으니까 맡겼지만.

유키카제

…그렇구나. 너에게도, 어려운건가.

카에데

언제나 어려워. 자신의 마음과 상대를 향한 바람. 천칭 사이에서 어질어질해. 하지만,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아마, 인생이라는거겠지.

유키카제

…아아. 피쳐 투어에선, 내가 느낀 걸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어떨까?

누군가와 함께 보고싶은 경치. 이루고싶은 목표나 꿈. 얼마나 작은 것이라도, 상대가 어떤 사람이어도 상관없어. 그런 걸, 투어 손님과 공유해보고 싶어.

여행의 경험으로, 그 사람의 인생이 풍부해진다면… 그게 가장 기쁜 일이잖아?

카에데

좋다고 생각해! 틀을 잡아서, 카프카에게 상담해봐. 물론, 방법은 나도 같이 생각할게.

유키카제

아아. …고마워, 카에데. 너와 대화하는 사이에, 마음 정리가 끝났어.

넌 대단한 걸. 언제나,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매일 감동시켜주는데….

카에데

또 호들갑이네!

…유키형은 언제나, 모두의 형으로 있어주려고 하지만, 가끔은 제대로 의지해줘. 분명, 아침조의 모두들이 유키형의 힘이 되어줄거야.

유키카제

그렇네. …그렇게 해볼게.

거기에… 이번 투어, 아버지를 초대하고싶어.

아버지가 봐주길 바라는 경치가 있다고, 전하고 싶어. 이번엔 내가… 아버지를 믿을 차례라고 생각하니까.

카에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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