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루시한
감정의 제도에서 동화 나라로 건너온 지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은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정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시오넬은 사브리나의 나이와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찾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엘림스와 예리엘은 저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예리엘에겐
얼마 전 안타리우스의 움직임을 조사하던 홀든 형제들은 조사하던 모든 과정을 포기하고 서둘러 오스트리아의 본가를 향해 돌아갔다. 먼 길을 돌고 돌아 홀든 형제들이 마주한 홀든가의 저택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부서진 건물과 유리 파편들, 그리고 진하게 남아있는 피비린내와 독 비린내가 저택 곳곳에 심하게 번져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을 것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D시의 가장 중심 지역. 무더운 여름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 도로에는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길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공원에는 분수가, 그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고 공원의 길을 따라 산책하는 직장인들까지.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세상 속에서도 아침은 찾아왔다. 갑작스레 닥친 재앙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그 어떤 건물보다 높은 성벽을 쌓아 올렸고 그 안에서 사회를 이뤄내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식량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을 했고 누군가는 아픈 사람을 도우며 하루를 버텨가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초능력자의 등장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시기가 온 적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푸르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먹구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듯 하늘에서는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이 비를 피하기 위해 자기 집으로,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온종일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베니는 방에서 은은한 등불에 의지해 책을 읽
“언니! 그거 알아?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대.” 언제나 밤이 찾아오면 슈리는 자신의 언니인 레이첼에게 책을 들고 갔다. 좀 전에 책에서 보았던 흥미로운 문장을 봤다며 문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더 읽어달라며 조르는 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그 이야기를 봤구나?” “응! 오늘도 읽어줄
길던 겨울이 끝나고 언제 올까 손꼽아 기다리던 봄기운이 각 대륙으로 퍼지며 화사함을 느끼기 좋은 날이 다가왔다. 추위에 웅크려있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며 아라드에도 분홍빛으로 아름다움이 물들었다. 지나가던 많은 모험가가 벚꽃을 보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누군가는 그림으로 그 순간을 남기고 누군가는 그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평온함은 아주 찰나에 가까웠다. 어둑섬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선계 전체에 짙은 요기가 퍼지며 솔리다리스 역시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과거에 한 번 겪은 트라우마가 쉽게 지워지진 않지만 그런데도 선원들은 각자 할 일을 하며 모든 일에 대비하고 있었다. 유진 역시 맡은 일에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천성은
혹독한 일들을 겪고 난 후 솔리다리스의 사람들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여기저기 부서진 함선들을 고치느라 고생 중인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재활치료를 하며 회복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소에도 늘 바쁜 상태로 살아오던 단델은 일부 선원들이 꿈결 현상을 겪은 이후로 더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약초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들을 치료하고
“최 형사님, 정말로 떠나시는 겁니까?” “네. 오늘이 마지막이죠.” 새봄은 씁쓸하게 웃었다. 마지막 짐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문을 닫았다. 길고 긴 형사 생활을 청산하며 정든 직장을 떠나는 길이 마냥 홀가분하진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경찰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과 후배들이 배웅을 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