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젠

무제

어느 세계의 편린

무제 by L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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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닥에서 잠이 든 사람을 관찰한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면 다리 길이가 소파의 면적을 초과해 몸을 웅크려야 했겠지. 소리 없이 누워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를 향해 이동해 본다. 그곳에 누워 다리를 쭉 뻗으면 아슬하게나마 세이프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다. 하루 종일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이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있어 잠이라는 것은 부수적인 것, 그러니까 일종의 취미 혹은 버릇에 준한 행동일 뿐이거늘. 벌써 몇 번째의 권유를 거절당했는지 모르겠다. 사소한 것은 기억하지 않기로 한 지 너무 오래 된 시간이 흘렀다.

바보 같아.

그러니까, 고작해야 남은 감상이라고는 이것 뿐인가.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잠이 든 이의 앞에 앉는다. 코 끝에 손을 뻗어 고요한 숨결을 느낀다. 시선을 내려 얇은 이불이 가볍게 오르내리는 것을 느낀다. 언어가 말이 되어 내뱉어지는 행위를 멈춘 상태인 목에 손을 뻗어 연약한 혈관이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한다.

아, 그것으로 네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가 이 곳에 존재하며 내일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것으로 되었다.

‘아루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본래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사이즈가 조금 컸던 옷을 잘 개어다 정갈하게 정리해 둔 이불 위에 올려 놓고, 새벽조차 오지 않은 어두운 방 안에 고요하게 자리를 잡는다.

어둠이 내린 깊은 장막 속에서 감고 있던 눈을 뜬다.

잠에 든 이를 두 눈 안에 담는다.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오고, 또 다시 어두운 밤이 오고……. 그 어떤 시간대에도 존재하고 있을 이가 찰나에 스러질 이를 오랫동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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