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교 ㅋㅇㅋ

연교용으로 쓴 역저재판 시리즈의 가류 쿄야x호즈키 아카네 연성... 게임을 플레이 해본게 아니라 캐붕이 있을 수도... 고증이 안맞을수도...

짜증나는 상사가 너무 신경쓰여!!!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걷고 있는 길거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빛이 가득했다. 이 빛에 눈이 멀어버리진 않을까 싶어서 눈을 찡그리면 귓가엔 희망차고, 밝고, 신나고……. 하여튼 듣기만 해도 기분을 들뜨게 하는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크리스마스이브구나."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백의를 입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여자의 이름은 호즈키 아카네. 그는 한숨을 쉬며 온갖 약품들과 과학 수사도구들이 삐져나와있는 가방을 고쳐 맸다. 이 행동으로 가방의 약품들이 부딪치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캐럴보단 차라리 이런 소리가 낫지. 그리고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가린토 하나를 입에 넣어 와작와작 씹으며 빠르게 걸어갔다.

걷다보니 눈이 쌓여 작게나마 뽀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발자국도 남아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눈이 내리면 발자국이 남아서 좋다니까. 라고 생각하다 중간 중간 씹어 먹던 가린토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카네는 작게 탄식하는 소리를 냈다. 이내 표정이 잔뜩 구겨지며 신경질적으로 가린토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와작와작.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왜 그 녀석이 생각나는 거야……."

언제였더라. 어느 눈이 오던 날 평범하게 눈에 찍힌 발자국을 조사하다 오도로키 일행과 대화중이었건만 별안간 웬 짤랑짤랑 검사가 나타나선 코트를 걸쳐주고 간 일이 있었다. 떨어진 가린토 부스러기를 따라서 왔다고 했던가?

"지가 무슨 헨젤과 그레텔이야? 아, 이런 늦겠다. 하아... 왜 연말에 사람을 부르고난리냐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획하고 신경질적으로 제 발자국에서 몸을 돌렸다. 아카네의 긴 머리카락이 겨울바람과 만나 자유분방하게 휘날린다. 겨울이 춥긴 춥구나. 추위를 막는데 별 소용없는 없는 백의를 여미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던가. 아카네는 전날 제 상사이자 엘리트검사로 통하는 가류 쿄야가 직접 알려준 길을 찾아 착실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브 날에 가류검사와 일을 하게 되는 건 유쾌하지 않았지만 가류 검사에게 '자네의 과학수사가 필요해.' 라는 말을 들은 건 제법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약속도 없는데 한번은 져주지 뭐. 아무도 없는 고요한 눈길에 아카네의 중얼거림만이 들린다.

"뭐야 갈림길이네 여긴가?"

분명 알려준 대로 제대로 찾아온 거 같은데 길이 헷갈리는 듯 아카네의 걸음이 멈추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리 노려봐도 답이 쉽사리 도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입은 열심히 움직였다.

와작와작와작…….

"길을 알려줄 거면 제대로 알려주던가!!!"

와작...우걱우걱우걱…….

"형사는 이런 길 한복판에서 과자를 씹어 먹는 취미도 생겼나봐?"

"우왓! 뭐, 뭐야!!!"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올라오는 손에 아카네는 화들짝 놀라 크게 소리치고 말았으나 주위를 살펴보니 너무도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서 있어서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가류검사?!"

"그래."

"왜 여기 있어요?!"

"형사가 하도 안와서 말이지. 찾으러갈까 하던 차에 마침 와작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거 아니겠어?"

쿄야의 뺀질거리는 말투에 아카네는 표정을 구겼다. 그러고는 이번엔 얼굴을 치켜들고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그러세요. 그럼 길을 좀 알기 쉽게 알려주지 그러셨어요. 가류 쿄야 검사님?"

쿄야 노려보며 말하던 아카네는 새침한 표정으로 다시 얼굴을 내리고 가린토를 하나 빼내어서 입으로 넣으려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쿄야가 그것을 뺏어갔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미소 짓는다.

"그렇게 먹다간 형사군의 이빨이 다 나가겠는데."

뺀질거리며 말을 툭 뱉어놓고 뺏어온 아카네의 가린토를 본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카네는 루미놀시약을 확 던져버릴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본인의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 물론 진짜로 실행에 옮기진 못한다. 이러나저러나 쿄야는 아카네의 상사였으니까. 하아, 내 팔자. 아카네는 손으로 제 머리를 눌렀다.

"지금부턴 내가 안내를 해주지 형사."

이렇게 말하며 쿄야는 아카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숨을 쉬는 아카네의 눈앞에 쿄야의 손이 보인다. 새삼스럽게 크다고 느껴졌다. 뭐지? 짜증나는데.

"……."

"잡지 않을 건가? 이 앞은 눈이 얼어서 미끄러워."

손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 손을 잡기엔 눈앞의 이 상사가 너무도 짜증났다. 늘 자신을 괴롭히는 주제에-그만큼 아카네도 성질을 부리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자상하게 행동해버린다. 이전의 코트건도 그렇다. 야근시킨 주제에 굳이 굳이 찾아와서는 코트를 입혀주고 훌쩍 떠났다. 자꾸 이러면 신경 쓰이잖아!

아카네는 결국 손을 잡지 않고 흥! 하며 쿄야를 지나쳐 걸어갔다. 한편 쿄야는 갈 곳 잃은 제 손바닥을 한번 보고는 아카네에게 시선을 던졌다.

"미안하지만 그쪽이 아니야."

말을 내뱉는 입은 호선을 그리고 있다.

"그,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그러게 손잡았으면 좋았잖아?"

쿄야는 아카네에게 다가가 몸을 살짝 숙이며 아카네와 시선을 맞추었다. 아카네에게 있어선 갑작스럽게 쿄야의 얼굴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 터라 놀라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는데 이윽고 아카네의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확실히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긴 하구나. 몸소 교훈을 얻은 아카네는 순간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눈을 뜨면 바로 앞엔 쿄야의 얼굴이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넘어지려는 아카네를 쿄야가 빠르게 잡아낸 것이리라. 어쩐지 차갑지 않고 따뜻하더라. 하여튼 지금 자세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면 뭐랄까 무대 위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 같아보였다. 이 말인즉슨 쿄야의 손은 지금 아카네의 허리 쪽에 가있다는 말이 된다. 아카네도 의식했는지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시선을 피했다.

"고집피우지마. 형사가 다치면 난 슬프다고?"

"왜, 왜요 부려먹을 노예가 없어지니까?"

"그런 의미 일리가……."

쿄야가 작게 중얼거린다.

"으으...! 아무튼 어, 얼른가요! 수사한다면서요!"

한번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아카네는 쿄야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이때도 미끄러질 뻔 하였으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버텨낼 수 있었다.

"또 넘어지면 그땐 형사를 들쳐 매고 갈 거야."

"아 쫌!!"

 


"여기에요?!"

아카네는 입을 벌린 채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을 보고 있었다. 어딘가 조잡한 영어 간판이 걸리고 다소 낡아 보이는 이 건물은 소문으로만 듣던 '러브호텔'이라는 곳이었다. 아카네는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크게 뜬 눈과 여전히 닫히지 않은 입으로 러브호텔을 한번. 옆의, 어째선지 웃고 있는 쿄야를 한번. 또 호텔을 쿄야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선 미쳤냐고 크게 소리치고 시약과 눈덩이를 함께 던져보고 싶었다.

"하하하!!! 그렇게 노려보진 말아주면 좋겠어. 이상한 생각하는 거 같아서 말하는데 조사할게 있는 것뿐이야."

"여, 여기서요?! 이 음침한 러... 아무튼 호텔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 형사."

아카네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쿄야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래 어디까지나 일을 위해 온 것뿐이다. 뿐이다……. 아카네는 가방의 끈을 세게 쥐었다.

"그 그, 그럼 들어가요! 아! 입구에서부터 조사 할까요?"

"마음대로. 나는 먼저 현장에 올라가있을게. 3층으로 오면 돼. 통하는 길은 계단 밖에 없으니 길은 안 잃겠군."

아카네가 뭐라 짜증내기도전에 쿄야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카네는 계단을 계속 노려보다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어 본격적인 '과학수사'를 하기로 했다. 늘 맡는 약품 냄새지만 오늘은 괜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선은 지문과 발자국 채취를 먼저 시작했다. 이 발자국은... 이미 경찰국 사람들이 왔다간 건가. 어디보자 이건 그녀석거고.

"흠. 체취는 이정도면 됐고. 다음은 루미놀을 뿌려볼까."

"형사군? 너무 시간을 오래 끌진 말아줘. 우리도 여기에 오래 있진 못하니까."

계단 위쪽에서 쿄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카네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과학수사'에 집중했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아카네는 쿄야가있는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3층엔 딱 봐도 사건현장 같은 방이 있었고 아카네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꽤나 붉은 방이어서 절로 정육점이 떠올랐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핏자국이었을 거 같은 무언가의 흔적이 보였다. 아카네는 얼른 시약을 뿌려보고 싶어졌다.

"그럼 부탁하지 형사."

"네. 네."

 


얼마나 흘렀을까 큼지막한 조사를 끝낸 아카네는 방을 돌아다니다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굳게 닫혀있는 작은 서랍장이 있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서랍장을 연 아카네는 그 안에서,

"엥 뭐지 비타민인가. 뭔가 미끈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뜯어볼까."

서랍에서 나온 '어떤 봉지'를 뜯으려던 아카네에게 큰 손이 다가와서는 그것을 뺏어갔다. 쿄야였다. 아카네는 왜 가져 가냐며 따져 물었으나,

"증거물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거 모르나 형사? 이건 증거물품에 넣어서 보관하지."

"쳇. 알겠습니다? 검사님."

"……조사는 이정도면 된 거 같으니 이만 내려갈까."

"그래요. 저도 이정도면 만족했고."

새로 장만한 과학수사 장비들도 써볼 수 있었고 아카네는 오늘처음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쿄야는 아카네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으아 조사하던 사이 엄청 추워졌네요."

"그렇게 입으니까 추운 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쿄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아카네에게 덮어주었다. 마치 그날처럼. 아카네는 깜짝 놀라며 쿄야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도 있어?"

"무슨 벼, 병 주고 약주는 거예요? 이브 날에 사람 잔뜩 굴려놓곤……."

"그렇다고 해둘까."

"짜증나…….“

반사적으로 나온 혼잣말은 쿄야의 귀에 제대로 들려왔다. 하지만 별다른 말없이 미소를 유지한 채로 있을 뿐이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 곳이 있어서. 아, 코트는 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네??? 무슨 소릴 하는 건데!!!! 하이드록시 아세트아닐리드 포스포모노에스터라아제 용액으로 세탁해서 돌려줄 거거든요...!!!!"

라고 소리쳤지만 쿄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한쪽 손만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뭐, 따뜻하긴 하네.. 근데 너무 크잖아!"

 


 

"이상한... 아니 그리운 꿈인가?"

눈을 뜬 아카네가 천장을 보여 작게 중얼거렸다. 예전 일을 꿈으로 꾸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날의 본인은 짜증냈던 기억뿐이었던 것 같은데 꿈을 꾸고 난 지금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좋은 쪽이었다.

"뭐가?"

아마도 아카네의 옆에 누워서 함께 잤을 쿄야는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난 듯 보였다. 그는 옆으로 누워 턱을 괸 채로 아카네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뭐야 일어나있었어요? 깨우지 그랬어요."

"즐거운 꿈을 꾸는 거 같아서."

"오늘 크리스마스죠? 시간되면 데이트할까."

"웬일이야?"

"그, 그냥... 혹시 그날 일 기억해요?"

"그날?"

"이브날 러브호텔에서 조사했던 날이요!"

"아아. 기억하지."

"아무튼 그날 일을 꿈으로 꿔서……."

"아아. 그런 건가. 좋은데 모처럼 이니까 러브호텔도 가는 건 어때."

"미쳤어요?!"

아카네는 베개를 던졌지만 쿄야는 여유롭게 웃으며 능숙하게 피해냈다. 아카네는 쿄야를 노려보다가 이불에서 빠져나와 기지개를 폈다. 얼른 씻고 출근이나 하시죠! 검사님. 쿄야 또한 침대에서 나와 아카네에로 다가간다.

"같이 씻을까."

"아 진짜... 맘대로 해요!!!"

창문밖엔 어느 샌가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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