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아무말해요

스승과 제자의

두근두근 첫 만남_유리와 아이작의

그 절망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약 10년 전. 평화롭던 어느 여름섬. 유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형제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며 느긋하게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유—리. 그렇게 졸리면 가서 낮잠이나 자지 그래?”

“이봐, 이봐, 피피……. 원래 이런 나른한 날엔 몸을 움직여서 잠을 깨워야 하는 법이라고—?”

“참 성실하시구만. …어?”

피피라고 불린 형제는 어느 순간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손가락으로 작은 형체를 가리켰다.

“저 녀석 말이야. 현상금 사냥꾼이다?”

“…저렇게 작은데?”

“저래 보여도 꽤 실력자인 모양이더라고. 어느 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있잖아~. 한 1년 전부터 두각을 드러냈지.”

피피의 말에 유리는 가만히 그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그 눈동자 끝에는 인적이 드문 산길이 닿았다.

“근데 왜 산으로 올라가는데?”

“낸들 알아? 뭐~ 일이나 하러 가나 보지. 꼬마 사냥꾼님은.”

이 영토는 누구의 영토도 아니잖아. 가볍게 흘러가던 말에 유리는 우뚝 멈춰섰다. 누구의 영토도 아닌데 저 작은 꼬맹이가 괜히 산길을 오를리가 없잖아. 피피는 의문스러운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유리를 바라봤다. 유리는 잠시 소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더니.

“가봐야겠다.”

“…엥?”

“먼저 배에 가 있으라고!”

“뭐라고? 이봐, 선배님!”

피피가 더 무어라 하기도 전에 유리는 근처의 나무를 타고 그 진한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푸른 숲에서 바로 눈에 뛸 법도 한 그 머리카락은 숨는 솜씨가 제법인지 그 터럭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 봐라……?”

견문색을 펼치면 꽤 피곤해지는데. 그는 눈을 지그시 눌러 감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바람이 흩어지는 감각, 다람쥐 같은 소동물이 움직이는 소리, 가까운 인가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애송이 주제에 겁도 없이 덤벼들다니……. 죽음으로 후회해라!!”

“빙고.”

직후, 그 자리에서 유리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눈 깜짝할 사이, 제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피를 흘리는 소년 앞에 선 유리는 입꼬리를 바싹 끌어올리며 단숨에 그 자리를 정리했다. 소년의 피보다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한숨 돌렸다며 허리를 펴자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이거, 꽤 심한 걸…….

“이봐, 꼬맹아. 괜찮아?”

“…를, …해요…….”

“응? 뭐라고?”

“내기를… 해요……!”

“이런……. 이런 상황에 내기를? 너 말이야. 죽을지도 모른다고?”

“괜찮으니까……!”

이것봐라? 의사의 눈으로 보기에 그의 생명은 결단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안의 광채는 전혀 죽질 않아서, 유리의 마음에도 흥미라는 불이 붙었다.

“좋아, 그렇다면… 간단하게 동전 내기로 하자. 괜찮나?”

“좋아요…….”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지. 유리는 소년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눈을 감은 채 동전을 공중에 띄우고 손등에 덯는 손간 다른 손으로 덥, 덮었다.

“앞? 뒤?”

“앞…….”

“그럼 난 자동으로 뒤겠구만.”

이런, 얼른 밝히지 않으면 위험하겠는걸. 유리는 슬그머니 한쪽 눈만 뜨고 결과를 살폈다. 정답은 뒷면이었지만.

“오, 앞이잖아? 나한테 이기기 어려운데 말이야. …뭐, 벌써 기절했나.”

유리는 그 자리에서 붕대를 이용해 간단히 처지를 하고 소년을 등에 업은 채 산을 내려왔다. 소년은 그의 등을 놓치 않겠다는 듯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강하게 그의 옷을 잡고 있었고, 그 모습에 유리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원한 숲의 바람이 두 사람의 등을 밀어주던 여름의, 죽이 척척 맞는 스승과 제자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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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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