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로그
결혼해 줘, 카일!
하늘색의 머리카락이 허리께에서 물결쳤다. 으음, 졸려…. 생각하며 몸을 반쯤 일으켜 멍하니 눈을 느리게 깜빡일 뿐, 별다른 행동은 없었다. 어젯밤 새벽까지 연습을 한 탓이었다. 이번 새 안무가 꽤나 까다롭단 말이지, 오늘은 스케줄이 없으니 새 신곡의 안무나 연습할 생각이었는데, 몸은 졸음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 하고 있고. 어제 연습을 했으니 오늘은 쉴까, 까다로운 부분도 새벽 늦게까지 연습한 만큼 거의 다 익혔다. 누군가 한 번 시범을 보이라고 하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완벽해질 때까지 더욱 연습해야겠지. 그것이 아이돌이니까! 언젠가 배우로 전향할 거라 해도 지금의 자신은 아이돌이었다, 그것도 팬이 꽤나 많은. 그만큼 더욱 열심히! 라는 생각과 달리 몸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 않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아쿠아? 일어났어? 졸음에 잠긴 낮은 목소리가 들리며 허리를 껴안아온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쳐다보면 자신의 허리를 껴안고 졸음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가 보인다. 으응, 사랑스러워라. 손을 뻗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카일, 아침부터 이렇게 사랑스러우면 어떡해? 한 마디를 건네며 다시 침대에 누우면 품으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남자친구의 행동이 퍽 자연스러웠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스케줄도 없다면서.”
“안무 연습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
“조금만 더 자고 해….”
“으응, 그래야 하나.”
잠을 못 깬 카일도 귀엽네, 한 마디를 중얼거리며 품에 파고든다. 익숙한 체향을 들이마시고, 허리를 껴안는다. 습관이 된 다정한 행동. 주말 아침은 항상 이랬다, 주말 아침? 정확히는 스케줄이 없는 날 아침. 자신의 전용 경호원-수준이다-인 카일은 자신의 스케줄이 없으면 특별히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졸음에 빠진 카일은 귀여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우리 아가씨, 기분 좋은가 보네. 졸음이 조금 걷힌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텐션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아지듯 아주 서서히. 카일이 안아주니까 기분이 좋아! 오늘도 사랑해! 뜬금없을 지도 모르는 사랑 고백을 하면서. 하지만 그런 고백마저 받아주는 게 제 남자친구였으므로 안심이다. 나도 사랑해, 아쿠아. 거 봐라, 똑같이 사랑 고백이 돌아오잖아. 너무 좋아, 평생 먹여 살리고 싶어. 결혼할래! 나중에! 속으로만 외치며 으으응, 작은 소리를 내고.
“카일.”
“으응?”
“나중에 결혼해 줘…. 강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어!”
“우리 아가씨랑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소유권은 지금도 주장해도 돼, 아쿠아. 말하는 남자친구의 눈을 바라보는 하늘색 눈동자에서 아스테리즘이 반짝인다. 사랑이 퐁퐁 터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보석과 같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그럼 카일 내 거~. 하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단순하단 말이야,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것도 카일 한정이라구.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중에 결혼 약속도 잡고, 아침부터 우당탕탕이다. 아, 소유권을 주장해도 된다는 말은 녹음이라도 해둘 걸 그랬네.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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