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아무말해요

담배 한 갑

시간 외 수당은 뭘로 받지?/담배로 퉁치자고_론과 제이의

나 그럼 전에 만나서 풀었던 이능력 구룡성채 배경에 주제는 폭주 < 에다가 사장님 맘대로 센가 추가요~ 

낡은 벽, 언제라도 열리고 닫힐 것 같은 고장난 문. 이 집에 들어온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웃기는 일이지, 줘도 안 가질 집에 월세가 있다는 게.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돈, 그놈의 돈을 벌기 위해서다.

“아.”

어제 그게 마지막이었지. 주머니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담배에 다시 한숨이 나온다. 결국 나는 빈손으로 아파트를 나왔다. 약에 찌들은 여자, 파리를 쫓을 힘도 없이 쓰러져있는 시체와도 같은 노인을 지나치면 바깥보다 훨씬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마주한다. 나는 하릴없이 라이터만 켰다껐다 괴롭히며 일거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저 새끼 잡아!”

별안간 도로 한 가운데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쫓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후드를 푹 뒤집어 쓴 채 비틀비틀 위태롭게 도망치고 있었다. 발목이라도 다쳤나 보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앞을 지나치려는 사람을 잡아 골목 안으로 당기고 몸을 돌려 그를 가리듯 안아 입을 맞췄다. 비리군, 꽤 터졌나 봐. 당황한 듯한 분홍색 눈동자를 선글라스 너머로 보고 있으면 이내 추격자들은 이쪽을 흘끗 보다가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고 나는 그제야 앞의 청년을 놔주면서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는 바닥에 피섞인 침을 뱉고는 말했다.

“뭐. 구해줬으니까 돈이라도 내 놓으라고?”

“이런이런. 그냥 눈 앞에 있으니까 도와줬을 뿐이야. 아무런 사심 없어. 한마디로… 그래, 변덕이지.”

“변덕으로 주둥이나 부비고 말이야. …그럼, 이걸로 은혜라던지, 하는 건 없기다.”

그는 절뚝거리면서 후드를 고쳐쓰고 들어온 골목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지켜보다가 스쳐가는 냄새에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를 붙잡았다.

“뭐야? 변덕이라면서?”

“네가 아주 귀한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혹시, 담배 하나 빌려줄 수 있나?”

그는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아하하, 웃음을 터트리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려 포장도 뜯지 않은 담배갑 하나를 나에게 던졌다.

“이렇게나 많이?”

“당신도 골초잖아. 갚지 마. 버리는 거니까.”

그는 끌끌 웃으면서 다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사라졌다. 나는 만족스럽게 담배갑의 포장지를 뜯고 한개비 꺼내 불을 붙혔다.

“아, 키스 한번에 담배 한 갑이면… 횡재했구만.”

다음에 또 보려나? 사실 그 인상 깊었던 눈동자 외엔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시체로 만나지 않길 빌어줄 뿐이었다.

*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저녁. 나는 일을 마치고 가는 길에 다시 한번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래. 그가 폭주하고 있었다는 거지. 그 주변에는 이미 목이 뎅겅 잘린 시체라던가, 몸에 칼이 박힌 채 비명을 지르는 사람, 살려달라고 벌벌 떨며 도망치는 사람, 부서진 잔해들이 있었다. 능력자였나보군. 나는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자아, 이제 어쩐다…….”

“당,장 꺼져.”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가닥 남은 이성으로 자기 폭주를 막아보려고 하는 듯이 그는 몸통 안에 양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는 듯한 착각마저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겁먹지 마. 친구. 다행스럽게도…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거든.”

“변덕 부릴, 때냐고…….”

그는 말할때마다 입에서 피를 흘려댔고 그 사이로 동전 같은 것도 짤랑짤랑 떨어지고 있었다. 공간계열 능력자인가. 나는 그를 자극시키지 않도록 천천히 이동했다. 좋아, 아직 완전히 폭주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이대로 제압해서 진정시키면…….

“ …저리 비켜!!”

당황에 물든 얼굴이 눈 앞에서 달려온다. 도망치려는 건가? 아니, 아니군. 이건 분명…….

“그래, 이 친구 때문인거지?”

등 뒤에서 달려드는 사람을 옆으로 슬쩍 피해준다. 눈 앞에 번쩍이는 것이 그를 찌르게 못하게 할 겸, 내 몸도 지킬 겸, 칼 든 이의 손목을 잡아 그대로 내던졌다. 아, 오늘은 좀 되는 날이군. 어째서인지 주변에 굴러다니는 총, 아마도 콜트 파이슨이라고 불리는 것을 쥐어 허공에 위협하듯 한발 쏘고 말했다.

“그래… 한마디로, 위협사격이지.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물러나지 그래?”

칼을 든 청년은 주춤주춤 하다 목숨만은 구하고 싶다는 듯이 뒤돌아 도망쳤다. 자, 이제 남은 건…….

“오, 구속당하는 게 취향인가?”

“…겠어?”

그는 잔뜩 긴장한 듯  여전히 몸통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남은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넣었다.

“좋아. 친구. 그 손 말이야. 그걸 빼면 지구멸망이라도 일어나는 건가?”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글쎄…….대충, 만들긴 했어도… 폭탄이다. 이 주변은 다 난장판이 되겠지…….”

“이런이런. 꽤 위험한 남자였군.”

“개뿔……. 윽, 젠장… 지금은 내가 잡고 있지만 내 체력이 떨어지면 언제 사방으로 떨어질지 몰라. …그러니까, 도망쳐, 당신.”

그는 아주 무거운 것을 든 듯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서 흐르는 피 또한 그를 힘겹게 하고 있겠지. 나는 웅크리듯 몸을 숙인 채 고개만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턱을 들어 그때보다는 짧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담뱃값. 아, 버리는 셈 쳤었던가. 이 일도 그저… 변덕이자 없던 일로 치자고. 한마디로… 한 여름밤의 꿈이지.”

“아, 이런. 야외도 취향은 아닌데.”

“까다로우시구만, 도련님.”

“당신이… 상당히 개방적인거겠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할 걸 그랬군. 하지만 이제부터 있을 일은 그저 꿈이고, 이미 치룬 담뱃값이니.

두 사람은 그렇게 겹쳐진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고, 다시 떨어졌다가도 붙여낸다. 그 골목은 그렇게 건조하면서도 눅눅한 소리에 잠식되어갔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