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무슨, 그저 위기 뿐이다.
나도 다 죽었구만_아르타의
고립되었나.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저 멀리에서 자신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해적들을 보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이미 밖으로 뛰쳐나가 한바탕 일을 벌였겠지만….
“많이 다쳤습니까, 아르타?”
“많이는 무슨. 지금 대련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
시야가 좀 흐리긴 하지만 오른 팔도 움직이고 걸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무모한 도박에서 이긴것에 대해 싼 값이지. 이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나는 그것의 주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여러번 말할 시간 없을 것 같으니 딱 한 번만 설명하겠습니다. 그대는 머리가 좋으니까……. 분명 금방 이해할 겁니다.”
잠시 말이 멈추고, 나는 그 뒤에 올 말을 예상하면서도 주변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폴카스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지금부터 이 근처에 있을 호타루비 대령님께 지원을 요청하러 가겠습니다. 전보벌레로 연락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까 폭발이 일어났을 때 다친 모양입니다. 그 동안 아르타가 해줄 일은 단 하나입니다. 내가 대령님과 함께 돌아올 때까지.”
폴카스가 잠시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자 주위에 남은 것은 고요함 뿐이었다. 폭풍 전의, 그러한 고요함이다.
“버티고 있는 겁니다.”
“까짓거, 가뿐하네.”
나는 힘없이 떨려오는 칼을 고쳐 잡고 몸을 일으켰다. 멋없게, 이딴 부상으로 지치면 안되지. 폴카스 또한 너덜너덜한 몸을 일으켰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뒷말이 바람에 삼켜 들리지 않았다. 아니, 흐려진 내 의식탓인가.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너야 말로.”
살아서 돌아와라, 폴카스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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