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클로젯] Exorcist

Exorcist - 2

마블X클로젯

쫑알쫑알쫑알.



이상한 남자는- 허 실장은, 말이 정말 많았다. 이래저래 떠드는 모습이, 피터 파커도 나중에선 와우, 근데 정말 말 많네요. 하고 말을 꺼낼 정도였으니 말은 다한 셈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렇게 국장실에 언제까지고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일단 그들은 일단 국장실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어찌되었건 이 사람은 그들에게 있어서 조력자였으니까.

남자는 아직도 떠들고 있었다. 와, 여기 잡귀가 좀 많다. 부적 서비스 어때요? 나 여기 오기 전에 영어 죽어라고 공부했잖아요. 생전 안하던 영어를. 근데 의외로 내가 언어 쪽에 재능이 있더라구요. 나도 모르는 내 재능 발견! 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몇 마디를 더 떠들다가, 문득 깨달았는지 남자가 물끄러미 스티브를 바라본다.



“근데 안내도 당신들이 해준다 했고, 어쨌든 당신들이랑 행동하라던데. 나 어디로 가면 되는 거에요?”

“...일단 따라오지.”



아까부터 따라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네만. 스티브의 그 한숨 섞인 말에 남자는 그저 사람좋게 웃으며 그랬어요? 하고 맞장구를 칠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무언가를 종알종알 떠들기 시작한다. 정말 수다스럽네요. 나타샤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동의했다. 허 실장이라는 남자는, 못 들은건지 못 들은 척을 하는건지 여전히 말을 늘어놓기만 한다.

도착한 곳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어벤져스의 회의실이었다.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회의실에 도착하자, 그들은 익숙한 자리배치대로 앉고, 스티브는 앞에 나섰다. 



“오, 여기가 회의실같은 곳인가? 항상 음침한 곳에서만 이야기하다가 이런 곳 오니까 되게 기분 이상하다.”

“저기, 원래 말이 그렇게 많아요?”

“네? 아, 아아~ 제가 원래는 말많은 거 싫어하는데, 적막한게 더 싫어서 말 많이 하는 거거든요. 여러분이 말을 안하셔서 사운드를 좀 채우고 있는 거죠. 이해되나?”

“못 믿겠는데...”



적막한 것이 싫다고 해도 그렇지. 나타샤의 중얼거림에 허 실장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그저 으쓱였다. 믿지 않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옆에 있던 완다도, 말많은게 싫다기엔 많아도 너무 많잖아요! 하고 한 마디를 거들었다. 하지만 나타샤보다는 조금 더 장난스러운 어조를 가지고 있어서, 경훈은 그 말에 똑같이 장난스러운 투로 답했다. 세월로 쌓인 노하우가 있어서 그래요, 하고.

하여튼, 그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말이 많다고 해서 저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반쯤 내리 깐 눈으로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있던 토니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선 스티브를 향해 턱짓했다.



“사건 브리핑부터 하라고, 캡시클.”

“안그래도 할 생각이었네. ...먼저,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겠지.”

“모를 리가요? 안그래도 붙잡혀서 설명 들었었는데. 걱정마세요, 그정도 상식은 갖추고 오는 편입니다. 의뢰자의 정보를 아는 것도 이 업계에선 꽤 중요하거든요.”



괜히 위험한 사람이면 내 몸만 험하게 굴려지거든.

진심이 꽤나 담긴 말이다. 이 사람들이 그 진심을 어느 정도로 알아줄지는 모르는 일이겠다만. 허 실장- 경훈은, 상처가 가득한 제 손을 짐짓 만지작거렸다. 사실 의뢰자가 평범한 사람이라도 몸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거기서 얼마가 더해지냐, 아니냐만 다른 것이지. 그래도 여기 있는 이들은 상식은 갖춘 이들이라, 사기꾼이랍시고 걷어차인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웃는 얼굴 그대로, 계속 하시죠, 하고 평생 닫히지 않을 것 같던 입을 다무는 경훈에 스티브는, 제 푸른색 눈을 깜빡이던 끝에 다시금 입을 연다. 토니의 말대로 브리핑을 위하여.



“이곳, 쉴드의 요원들이 계속 같은 장소에서 실종되고 있네. 요원들이 거점으로 삼은 곳 중 하나이고, 지금은 우선 폐쇄 중이야.”

“처음 갔던 세 명이 사라졌고, 뒤이어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갔던 두 명이 또 다시 실종됐어요. 주위에 무언가 침입했던 흔적은, 당연히 없고요.”

“거기 CCTV같은건 설치 안해뒀나? 뭐, 그런 거 없었어요? 환각을 본다거나, 비명을 지른다거나. 뭐든. 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그런 종류 있잖아요.”

“...물론, 있었다네.”



스티브는 자료 뭉텅이 하나를 경훈에게 내밀었다. 경훈은 그것을 냉큼 받아들어 이리저리 뒤적이고 펼쳐본다. 문득 그를 눈짓한 나타샤는 입을 열려다,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어조는 여전히 경박하고 활발했지만, 눈빛이 조금 달라져 있다. 물건들 하나하나를 살피는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손목에 걸쳐진 염주가 문득 눈에 들어오고, 여전히 자료를 넘기는 경훈이 눈에 들어온다. 아, 그 사이사이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야, 이런 경우 많죠.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왕이면 행동양상이나 말이라던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알려주는게 좋은데- 하는 등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정확한 건 밝혀지지 않았어. 요원들이 사라진건 파견 후 일주일 정도고, 일주일 동안 주변인들에게 요원들의 상태가 안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지. 그 자료는 그 이야기들과 사건 전에 실종자가 메모해둔 내용을 정리해둔 거라네.”

“사건 발생한지 10일 됐다고 했죠? 이런 기관치고 그래도 빨리 말해줬네요?”



대한민국 넘버 원 퇴마사한테 바로 연락을 걸다니, 안목도 있고.

장난스러운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넘버 원이라니,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가. 그리 생각한 바튼은 이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그렇게 미덥지는 않았다. 아무리 기상천외한 일들을 많이 겪어보았다지만, 퇴마사라는 것은 또 다르지 않은가. 저런 류로 사기를 치는 이들을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경훈은 받은 자료들을 조금 더 뒤적이다가, 장소를 나타낸 곳에서 손을 멈추었다. 사진 속에는 거울 하나가 존재한다. 거울을 보던 표정은 웃음기 어린 얼굴에서 점점 진지하게 물들어갔다. 이내 그 사진을 더욱 유심히 보더니, 조용해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주위 인물들을 향해서 살짝 고개를 들고 한 마디를 던진다.



“혹시 ‘49재(四十九齋)’라고 알아요?”

“그게 뭔데요?”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그거 종교용어 아니야?”



토니의 말에 경훈이 손가락을 부딪혀 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교에서 나온 용어죠. 호기심이 들었는지, 완다가 묻는다. 그게 이 사건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요? 경훈은 눈꼬리를 휘어 웃으며 다시금 고개를 끄덕여 호응했다. 물론이죠! 일단, 다들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으니 간단하게만 설명해 드릴게요. 들어 올린 손가락 하나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49재(四十九齋).

대승불교의 전승에서 나온 숫자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일반적으로 칠칠일(49일) 동안 저승에 머무르며 명부시왕 중 일곱 대왕들에게 7일째 되는 날마다 심판받다가, 49일에 최종심판을 받고 환생한다 하여, 심판을 받는 날에 맞추어 49일 동안 7번 재를 지낸다고 해요. 

이렇게 심판받는 동안에는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六道), 즉 생물체가 환생하여 태어나는 여섯 개의 세상 중 어디에도 태어나지 못하고 '중간에 낀' 것처럼 되는데, 이를 중음(中陰)이라 불러요. 흔히들 말하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란 표현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계속 중음에 머무는 영가'가 되는데, 우리가 주목할건 이거죠.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현재 39일이라는 거에요.”

“그게 무슨...”

“저 종이 좀 빌려도 돼죠?”



어떤 거 쓰면 될까요? 경험상 아무거나 주워서 쓰면 안되더라구요. 그 말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 브루스가 적당한 이면지 하나를 내어주자, 본인의 말에 의문과 놀람을 띄우는 주변을 내버려두고 경훈은 종이 하나를 반으로 곱게 접은 뒤 종이의 앞면, 뒷면을 차례로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앞, 뒤로 우리는 죽은 자의 공간, 산 자의 공간을 같이 쓰고 있는데, 이 면을 같이 쓰고 있죠.”



보통 이계, 라고들 불러요. 종이의 중간 경계, 이게 곧 저승과 이승의 중간 경계라 이거죠. 이정도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죠? 하고 접힌 부분을 톡톡 두드리는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이 보이자, 경훈은 오케이. 하고 저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결국 우리는 같은 공간에 발을 디디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이 이면이 어떤 경계로, 서로를 볼 수 없는 거에요.”

“그럼 볼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겠네요?”

“빙고.”



질문까지 하고. 아주 좋은 학습태도에요. 이미 완전히 빠져든 듯한 피터를 향해 슬쩍 눈짓한 토니가 잠깐 고개를 살짝 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경훈의 설명은 이어졌다. 다른 이들도 반신반의하면서, 몇몇은 새삼 신기하다는 눈으로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애초에 퇴마사, 라는 직업 자체를 만날 일이 별로 없으니.

손으로 얇은 종이를 이리저리 찢더니, 큰 구멍 하나를 뚫은 경훈은 그 사이로 제 손가락 두 개를 넣어 왔다갔다, 산만하게 움직이며 계속해서 말했다.



“공명주파수가 맞아들어서 이렇게 무의식이 열리면, 서로를 볼 수 있게 돼요.”

“귀안이나 영안, 이런 건가.”

“눈으로 따지면, 그런 셈이죠. 이렇게 되면 당연히 넘나들 수도 있고. 이건 영화 인X스텔라에도 나와요.”



인X스텔라 봤어요? 경훈의 물음에 피터는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고, 배너와 토니도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저마다 반응이 달랐다. 잘 모르는 눈치의 스티브와 버키부터, 들어본 적은 있지만 관심이 없었던 몇몇. 그리고 대충 있길래 본 적은 있다는 쪽이 나타샤와 완다였다. 비전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그리 심각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경훈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공명주파수가 처음부터 맞는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한데, 인공적으로 맞추는 방법도 있어요. 남의 도움을 받거나, 본인이 스스로 맞추거나.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쉽게 말해서... 저같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될 거에요. 이내 경훈은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하고 말했다.

무당이 굿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라디오 주파수 맞추기 거든요. 동양의 전문 엑소시스트... 라고 해야하나. 구마 신부? 랑은 느낌이 조금 다른데. 어... 네, 뭐. 그런 거에요. 설명할 길을 잘 못찾겠는지, 그렇게 어영부영 넘기고. 어쨌든, 하고 경훈은 주의를 집중시키려 손바닥을 마주 짝! 하고 부딪혔다.



“흔히 이런걸 빙의라고 하죠! 그래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귀신들 중에서도 지독한 놈들이 있어요. 지금 그 분들을 끌고 간- 악귀같이.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자신들만의 세계로 끌고 가는 거죠. ”



거기에 오래 있으면, 결국 기억을 잃고 살기만 가득한 존재. ‘어둑시니’가 되어버려요.

이내 경훈은 제 품 안에서 뭔가 낡은 책자같은 것을 꺼내더니, 책상의 가운데에 툭, 하고 중간을 펼쳐 보여주었다. 보기만해도 흉흉한 기색이 감도는 그림. 어쩐지 괴상한 환청이 들리는 것 같은 기분에 그들이 얼굴을 찌푸리기도 잠시, 경훈은 그 책자를 덮어버리고 어깨를 으쓱인다. 보기만해도 심각해보이긴 하죠?



“우리는 악귀를 찾아서 데려오게 만들 거에요. 쥐어패든, 달래든.”

“그러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거에요.”

“저도 뭘 알아야 방도를 찾죠. 퇴마하는 방법도 다 절차가 있고 순서가 있단 말이에요. 그냥 얍! 하고 물리치는게 아니에요.”



우리도 이런 부분은 문외한이니까요. 브루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렇게 앉아서 설명을 듣고만 있는 것도 참으로 새삼스럽다. 어지간한 외계인은 상대해봤다고 자신해도, 괴이한 초능력자부터 과거의 영웅까지 만난다고 해도, 귀신이라니. 대체 별 것들을 얼마나 더 만나야 하는 것이란 말인가.

매일매일이 새로운 것도 이제는 질릴 지경이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모두의 머리 속으로 떠올랐다. 역시 떨떠름한 기색을 가진 이들도 여럿이었다. 닉 퓨리, 의심도 많은 양반이 오컬트적인건 믿는다는게 정말 이해할 수 없어. 토니 스타크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경훈은 말을 이었지만.



“일단 주파수를 맞추려면 거기에 가봐야하는데. 저도 처음 만나는 악귀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알아야 하거든요.”



그 말에 순간 주위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슬쩍, 피터와 완다가 스티브의 쪽으로 시선을 굴린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버키는 침착한 눈으로, 토니는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누군가의 답을 기다렸다. 누구인지는, 뻔할 것이다. 어쨌거나 어벤져스에서, ‘이끈다’라고 부를만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 한 명 있지 않은가.

스티브 로저스는 손으로 그의 뒷머리를 쓸며 곤란한 얼굴을 내비쳤다. 해결을 하라고 보내준 이니, 섣불리 그곳에 보내서 경훈이 위험에 처해도 좀 그랬다. 그리고... 



“...지금 당장 보내주기는 어려워.”

“왜요? 거기 폐쇄해둬서 사람도 없다며. 해결하라고 폐쇄해둔 거 아닌가? 그럼 빨리 해치워야지.”



경훈은 엥? 하고, 의아한 기색으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피터는 경훈의 볼에 있는 상처를 가만 바라보다, 이내 다시금 제 눈동자를 스티브에게로 굴린다. 경훈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전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저쪽 사람들에게 정의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달리 해결법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경훈이 다른 방법이 없음에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상황이 말이다. 그가 이곳에 불려온 이 상황 자체가 설명이나 다름없었다. 차선책이 있었다면 그걸 먼저 실행해보지 않았겠는가. 굳이 동양의 자악~은 나라에 와서 국장이라는 사람이 확실하지도 않은! 자칭 대한민국 넘버원 퇴마사라는 아아주 수상한 이를 데려놓고 이런 심각한 사안을 턱, 하고 맡길 리가... 상식적으로 없지. 이리 큰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상식이 있다면.



잠시 고요함이 지나갔다. 클린트는 끄응,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낸다. 분위기가 불편해져갔다. 샘은 의아한 기색의 검은 눈동자와, 곤란한 기색의 푸른 눈동자가 대치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내저으려던 것을 누른다. 다만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경훈은 이내 눈을 몇 번인가 더 깜빡이더니,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뱉는다.

아, 알았다.



“나 못미덥다, 이거죠?”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인 것도 있으니까요.”

“배너 박사의 말이 맞네. 믿지 못하는건 정말 아니...”

“아니긴. 그런 사람들 많아요~ 정작 불러놓고도 못 미더워서 이래저래 가로막는 사람들. 어른이 되어갈 수록, 귀신같은건 믿지 않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나저나 저 국장님이라는 분이, 기밀이라고 위치는 안알려줬거든요? 그래서 당신들한테 안내를 받아야하는데... 영, 알려줄 생각이 없어보이시고.”



경훈은, 솔직히 불편했다. 퇴마사에게 내려지는 곱지 않은 시선? 그것이야 익숙한 일이다. 일반인들에게서 보여지는 시선이라면 말이다. 왜, 일전에 맡았던... 제 어머니와 관련된 일을 했을 때에도, 믿을 곳이 없어 믿어주었던 것이지, 처음에는 아주 그냥 끌려나왔지 않은가. ...통신사 직원으로 속인건 잘못이긴 했지만, 그거야... 그렇게 안하면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찔린 내용에 경훈은 옆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생각을 지워내고는, 이내 차분한 눈으로 스티브를 바라보았다. 이러면 시체밖에 못 찾을 거에요. 아니, 시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죠. 영혼이 성불이라도 하면 다행이죠. 엄연히 대가를 받고 일을 하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이러시면 저도 좀 곤란한데.



스티브는, 경박했던 경훈의 분위기가 불편하게 변하자, 조금 일그러트렸던 표정을 조금이나마 풀어낸다. 

아예 믿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위험부담을 줄이고 싶었다. 친우인 버키 반즈 또한 검증을 거쳤고, 아이언맨 또한 대중들에게 있어 검증을 요구받았다. 어벤져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검증하려는 본능이, 은연중에 그들의 머리 속에 자리했다. 스티브는 말을 고른다.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말은 그러니까, 실력검증을 해줬으면 좋겠네.”

“허...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부적이라도 줘요? 안그래도 요즘 부적세 비싸서 그런걸 무료로 드릴 순 없는데, 아니면 뭘하라는 말이에요?”



경훈의 목소리에 어이없음이 더해졌다. 여전히 말이 많고, 어떤 의미에선 장난스러운 어투지만 조금의 비꼼이 담겨 있다. 니들이 불러놓고 어쩌라는 건데? 하는 말투였다. 그것에 대고 왜 그러냐며 되물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티브는 경훈을 보았다. 최소한 근육이라도 군인처럼 붙어 있었으면 조금이나마 안심했을 것이다.



그들은 히어로였지만, 일반인과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일반인의 몸을 가지고 있는 토니는 언제든지 부르면 올 수 있는 슈트를 가지고 있었고, 어벤져스 시스템에 결정적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 스티브나 나타샤, 클린트, 버키나 샘, 이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완다도 얼핏 보면 평범한가? 싶었지만 가장 특별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녀는 메타휴먼이 아니던가.

브루스 배너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피터 또한 유전자 변형으로 일어난 신체능력이 어마무시했다. 토르는... 여기서 논하려면... 그것도 좀 그렇고. 어쨌든, 적어도 자기 몸 지킬 거리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에 반면 그들이 경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엑소시스트라는 것 뿐이었다. 다른 신체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단 말이다.



경훈은 이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이나 여기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경훈은 뒷머리를 쓸었다. 이럴 시간이면 이나랑 놀아주겠다.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어린 꼬맹이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뱉는다. 지겨워진 시선들이었다.



“저기요, 저도 안믿어주면 하기 어려워요. 당신네들 말마따나, 일반인이면 모를까 당신들은 좀 특별한 사람들이잖아요? 저도 기분이 나쁘긴 하거든요.”



오늘은 그럼 피곤하니까, 내 방이나 안내해줘요. 나도 좀 쉬자.

그 말을 끝으로 경훈은 자신에게 우호적이던 앳된 두 명에게 안내해줄래? 하고 물으며 먼저 나선다. 어? 하고 번갈아보던 피터는 가보라며 손짓하는 나타샤에 고개를 끄덕이고, 완다 또한 같이 발걸음을 옮기며 이, 이쪽이에요! 하고 경훈을 이끌었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던 어벤져스는... 널브러진 서류뭉치를 다시 한 번 뒤적거리는 것이 전부다.

그 한 발짝 뒤에서 토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사람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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