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 사장님과 변호사님
제2회 대만준호 학술회 출품
나는 대충 20살보단 많고 30살보단 적은 여성입니다. 이름은 김익명이고요.-이게 본명일리 없단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자고요.- 집은 경기도인데 실제로 지내는 건 서울에서 더 오래 지내요. 일단은 학교가 서울이라 그렇고, 친구들도 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서 놀기도 서울에서 놀아요. 지금은 휴학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바하는데 여기도 물론 서울입니다.
대 인스타그램 시대에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쓰게 된 건 이 사무실에서 일하며 겪은 걸 적기 위해서입니다. 실은 학교가 로스쿨이거든요. 뜻이 있어 간 것은 아니고 취업은 하기 싫고 부모님이 바라기도 하고 이러저러 해서 간 것이었는데 첫 학기 마치자마자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휴학하고(물론 엄마랑 뒤지게 싸웠습니다.) 좀 놀다가 여차저차 이 사무실에 취직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큰 규모의 로펌은 아니고 변호사 서너분 있는, 거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이에요. 그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고(그래봐야 30대 후반이지만요), 토끼 같기도 사슴 같기도 한 변호사님 밑에 있어요. 교수님 대학 후배라나 뭐라나. 근데 교수님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나요. 기본적으로 동안에 마른 체형이라 그런 거 같긴 한데 꼰대스러움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뭐 제가 모르는 곳에선 꼰대일지도 모르죠. 그치만 적어도 교수님처럼 나 때는 말이야 같은 소리는 안 해요. 그나마 나이가 티날 때라면 케*피 머그컵을 소중히 쓸 때 정도랄까요. 처음 그거 본 날 엥? 하고 무심코 소리내 말했는데 멋쩍은 듯 웃으면서 “내 나이에 좀 안 어울리지?” 하는데, 그거 정도만 나이 생각이 났어요. 사실 왜 많고 많은 캐릭터 중에 얘지 싶었던 건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나이 얘기부터 하길래 이런 부분은 또 30대 후반 같네 싶었네요.
아무튼 변호사님은 그만큼 꼰대스러운 구석이 없고, 외려 좀 산뜻한 느낌의 사람입니다.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다 그래요. 일 처리하는 것도 깔끔하고 꼼꼼합니다. 기본적으로 일정관리를 스스로 알아서 잘 챙기시더라고요. 저한테 부탁하는 건 혹시나 자기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캘린더 같이 봐달라는 것 정도. 근데 제가 뭘 할 구석이 없어요. 이미 다 잘 되어있어서. 누가 일을 봐주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원래 제 일을 하던 분은 아이 돌보느라 정신 없으셔서 더더욱 변호사님 일을 봐줄 여력이 없으니 그건 아닐 듯합니다.
아내분이 해주시는 건?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근데 웬 걸. 결혼 안 하셨다고 하더군요. 아니 변호사에 이렇게 멀쩡하다 못해 솔직히 미인인 축에 속하는 얼굴인데 결혼을 안 했다고? 싶었는데 그분의 직업을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변호사란 직업이 어떻게 결혼 기피 직업이냐 싶겠지만, 그거야 평범한 변호사들 이야기고요. 우리(이제 막 우리 이러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 말고 생각 안 나네요.) 변호사님은 돈 안 되는 일만 하는 변호사거든요. 인권변호사 뭐 그런 거라서. 돈만 안 되면 다행이지 실상은 일상 생활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밤샘 농성 같은 거 하러 다니니까 될 리가 없겠죠? 그런 거 같이 다녀줄 돈 많은 사람 아니고서야 부부로 같이 살긴 쉽지 않을 수밖에요.(그리고 돈 많은 사람은 그런 거 같이 안 다녀주고요.) 솔직히 말해서 연인으로도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사무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그런 쪽으로 아예 연이 없던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생각도 바르고 생긴 게 번듯하니 제법 대쉬가 많았다고, 그런데 때마다 난처하게 웃으면서도 오래 만나온 친구가 있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그러면 알아서들 마음을 접는데, 미련이 남는 사람도 제법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 변호사님이 자기 시계를 보여줬대요. 특별한 시계는 아니고 낡은 가죽끈 시계인데 그게 연인이 커플링 대신에 준 선물이라고요. 그걸 증명하듯 커플링이나 프로포즈링으로 유명한 브랜드 로고가 작게 그려져있기도 하고요. 그럼 다들 입맛만 아쉽게 다시고 떨어져 나갔다네요. 아니 고작 시계 갖고? 싶은데, 막상 겪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입니다. 사무장님 말씀으론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사랑을 주고 받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든대요. 특히 세월의 흔적은 보이면서도 매우 깔끔한 시계 상태를 보면 소중히 여긴다는 게 느껴진다나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아주 비싸진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시계를 선물해 줄 상대면 보통 상대는 아니다 같은 감이 와서라도 떨어져 나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보통이 아닌 상대’를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이 사무실에서 일한지 아주 오래 된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근 반 년을 채워 가는데 아직도 본 것이 없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제가 줄곧 보는 것은 변호사님과 사무장님, 그리고 다른 직원분들과 의뢰인 분들 뿐입니다. 아주 가끔 다른 변호사님들의 가족이나 애인을 보긴 했어요. 하지만 우리 변호사님은 일절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자주 보는 것은 1층 커피집 사장님 정도랄까요. 그 때문에 변호사님을 보고 있을 때면 문득문득 제가 모르던 사이에 차이기라도 한 것인지. 혹 차였다면 어째서 저런 남자를 차게 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 번은 그 생각이 말로 새어나간 적이 있어요.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냐는 말에 무심코 답하다 당최 어디 사는 누구시기에 저런 남자를 찼담, 하고 답해버린 거죠. 뒤늦게 그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말을 얼버무리긴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걸 들은 게 사무실 사람은 아니란 것입니다. 아니, 보는 빈도로 보자면 사무실 사람보다 더 자주 보니 아주 다행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무실 사람은 아닌 이였습니다. 좀 전에 언급했던 그 1층 커피집 사장이었거든요.
1층의 카페는 우리 변호사님의 단골 카페입니다. 변호사님만이 아니라 우리 직원들 대부분이 단골이지요. 특별히 건물에 입주한 업체 직원들에겐 할인가로 커피를 팔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커피 맛이 허무맹랑한 것은 또 아니에요. 저 같이 커피는 그냥 잠 깨려 먹는 것 아니냐 하는 사람이 느끼기에도 꽤 괜찮습니다. 우리 변호사님은 아메리카노를 주력으로 먹지만 가끔은 곡물 라떼니, 히비스커스티니 하는 것들도 드십니다. 딱히 변호사님이 그걸 주문하는 것은 아니고 커피집 사장이 강권하는 것이죠. 아, 권변호사 커피 너무 많이 드셔서 안돼. 그냥 차 마셔, 차. 하고 주문을 인터셉트해선 멋대로 차를 타주더라고요. 처음엔 황당했는데 이제는 이해합니다. 보니까 1층 커피집 사장이 커피를 못 내리더라고요. 할 줄 모른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커피에 그다지 관심은 없어서 제가 오지랖 부리고 싶은 때,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만든 걸 내주고 싶을 때면 그러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그야 간간히 제게 그러기 때문이죠.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커피집 사장은 카페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할 뿐 주문을 받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하지만 놀랍게도 손님은 많아요. 신기하죠?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 그것은 후술하겠습니다.) 저한테도 다를 바가 없었지만 제가 변호사님 수행 역을 하고 있단 것을 알게 된 뒤부턴 곧잘 제 주문을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로 좋은 하루 되란 으레 할 법한 인사를 붙이거나, 혹 변호사님 지금 사무실에 있냐고 묻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말을 무심코 들은 뒤부터 태도가 달라진 것입니다. 제가 들어서면 눈을 번쩍 뜨더니 멀쩡히 주문을 받던 직원까지 비키게 하곤 주문을 받덥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익명 씨 혹시 권 변호사 좋아해? 였습니다. 아니, 미친. 당황해서 어버버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니까 사장은 대뜸 정신이 번쩍 드는 게 필요하겠다며 제멋대로 포스기를 찍었습니다. 확인해보니 ‘헛개차(ice)’. 돈은 안 받는다며 그 길로 냅다 자기가 타서는 내주었습니다. 그리곤 빤히 절 바라보더라고요. 당장 비우라는 듯이. 아니, 난 잠 깨려고 커피 사서 올라가려고 했는데? 심지어 이 추운 날에 아이스 가득한 헛개차? 터무니없는 상황에 속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질문(어쩌면 반쯤은 욕일 수도 있는)을 떠올렸지만 그 어느 한마디도 꺼내진 못해 결국 그 자리에서 그 차가운 것을 비워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맛이 괜찮아?”
카페 사장은 제 빈 컵을 보고 씨익 웃더니 그렇게 물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맛 없었습니다. 이걸 카페에서 판다고 싶을 만큼 썼거든요. 헛개차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카페니까 뭔가 맛을 가미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썼습니다. 그래도 언뜻 시원한 느낌은 있어서, 그냥 시원합니다 하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정신이 확 들지 하는 말이 뒤따라왔지만 그냥 무시하고 냉큼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사장은 제가 카페에 들어서면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가선 쓴 헛개차만 주진 않더군요. 신제품이라며 달달한 꿀자몽에이드 같은 걸 주기도 하고, 때로는 바리스타 직원에게 부탁해 제가 원하는 커피를 내려주기도 했습니다.(본인이 내려준 적도 있는데, 맛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더니 그 이후론 저러더랍니다.) 제게 주는 음료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장이 제게 붙이는 말의 내용도 슬슬 달라졌습니다. 초반엔 권 변호사를 좋아하냐st의 질문 일색이었는데, 나중엔 변호사님 요즘 바쁘냐, 오늘 변호사님 저녁 약속 있느냐 같은 변호사님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저는 순진하게도 사장의 말에 곧이 곧대로 답해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걸 변호사님이 알았느냐 하면, 당연히 모르셨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고도 바보인 저는 머잖아 그걸 변호사님께 이실직고하게 되었죠.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드물게 손님이 없어 조용하던 날, 일찌감치 점심을 시켜먹고 카페에 내려가서 티타임도 갖잔 얘길 하다 제가 말하게 된 것입니다.
“1층 카페 사장님 말이에요. 되게 우리 사무실 돌아가는 거에 관심 많은 거 같아요. 어제도 저한테 변호사님 밖에서 점심 먹냐고 묻던 거 있죠. 커피 마시러 가면 매번 저 붙잡고 이런 거 물어봐요.”
그걸 들은 권 변호사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제게 되물었습니다.
“그랬어요? 익명 씨는 그걸 다 말해주었고요?”
그 말을 듣고서야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세상에. 제가 담당하는 분의 스케쥴을 외부 사람에게 미주알 고주알 다 떠든 꼴이잖습니까. 나름 기밀이라면 기밀이고, 개인정보라면 개인정보인데 말이죠. 물론 제가 변호사님이 누굴 만나는지 이런 것들을 다 얘기한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고객 만난다, 외부 회의 있으시다 이런 식으로 답한 게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변호사님의 고객도 또 우리 사무실의 직원도 아닌 사람에게 이 말을 하다니요. 순식간에 제가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눈앞이 노랗고 까맣고 아무튼 어버버 죄송하단 말도 못한 채 얼굴만 퍼렇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착하게도 변호사님은 저를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손을 내저으면서, ‘아니 탓하려는 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며 저를 안심시키려 하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입을 열어 제대로 된 사과의 말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지했어요...” 어쩐지 눈물도 터질 것 같았는데 변호사님은 제 손을 마주 잡아주시면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고 다독여주셨습니다. 그 손이 어찌나 부드럽고 따뜻했는지. 새삼 이 천사 같은 남자가 여적 결혼하지 않았다니 신기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에도요.
변호사님은 정말로 괜찮단 듯이 그 날 카페에 저와 같이 갔습니다. 계획과 다르게 변호사님과 저만 갔어요. 포장으로 이것 저것 사들고 와서 사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기로 하고요. 변호사님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오세요, 하는 바리스타 직원분의 인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카운터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 그 사장이요. 제가 들어가기 전 유리창으로 봤을 때 분명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어느새 카운터에 서서는 웃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죠. 저는 그 카페 사장이 그렇게 웃는 얼굴을 보는 건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인상을 쓰고 손님 접대를 하고 그러는 사람은 분명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밝고 서비스 접객용 얼굴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온순한 인상은 아닌지라-이런 점에서 참 우리 변호사님과 다른 사람입니다. 우리 변호사님은 가만히 있어도 온화한 기운이 흐르는 얼굴이거든요. 실제 성격도 그렇고요.- 나름 제게 친근하게 대한답시고 웃을 때조차 그리 건전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 날만은 남달랐습니다. 인스타에 #커피 #맛집 #기분좋음 #상쾌한점심 #사장님이친절해요 같은 포스트가 올라올 것만 같은 얼굴이었어요. 정말 이렇게 손님을 반기는 사장은 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변호사님은 그 반대의 얼굴이었어요. 디폴트가 보들보들한 인상을 가진 사람인데 생전 처음 보는 단호한 얼굴로 카페 사장을 마주하시던 거 있죠. 그때 저는 직감했습니다. 조금 전 내가 한 말 때문에 직접 오신 거구나 하고요. 아니나 다를까 “어서오세요, 손님” 하는 카페 사장의 말에 변호사님은 주문 대신에 “사장님, 혹시 제 뒷조사 하고 다니셨나요?”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무슨 말을 들으셨길래 대뜸 이런 말을 하시는지…?”
“바로 부인은 안하시는 걸 보니 진짜 하셨나보네요.”
“아이, 성급하게. 그냥 근거를 듣고 싶었던 거죠.”
“근거야 사장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나요?”
변호사님은 저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카페 사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저에게 향했습니다. 눈초리가 날카롭진 않았어요. 굳이 따지면 절 보는 것이라기보단 변호사님께 시인하는 것을 말 대신 눈으로 한다 싶었죠. 그만큼 눈길은 금세 떨어져서 변호사님을 마주했습니다. 살짝 피하는 듯한 시선이었지만 그래도 변호사님을 외면하진 않더라구요.
“그, 뭐, 고객 관리 차원이었습니다.”
“고객 관리요? 카페 고객들을 다 그렇게 관리하십니까?”
“…그렇진 않고요. 뭐 변호사님은 카페 단골이기도 하지만 임차인이기도 하잖습니까?”
카페 사장은 숫제 머쓱하니 변명하는 투로 말하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얼굴을 하고서부턴 곧 당당히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님 뒤에 서 있던 저까지는 들릴 크기였죠. 저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임차인이라니. 뭐야, 건물주였어? 어쩐지 너무 느긋하게 카페 운영을 한다 싶더니!
“그게 여기 왜-, 아니 제가 임대료를 밀린 것도 아니고 왜 제 동선을 확인하시는 건데요?”
“동선을 확인한 게 아니라 일감이 많나 살펴본 거죠. 임대인으로서 어? 임차인네 사업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걱정 좀 해본 거예요.”
놀란 것은 저만이 아니었는지 변호사님은 놀란 토끼마냥 눈을 크게 뜨더니 말도 살짝 더듬었습니다. 반면에 카페 사장은 언제 면목없이 굴었냐는 듯 뻔뻔하고도 당당한 얼굴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만면에 미소까지 짓는데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허, 하고 실소를 흘릴 정도였죠. 저게 바로 건물주의 뻔뻔함인 것일까요. 사실 저는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었습니다만 그의 행태를 보고 어쩐지 이 길을 걸어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건물에 있는 모든 곳들에 그러는 것도 아니시잖아요?”
“그건 맞는데, 뭐 대충 내가 변호사님 팬이라 그렇죠. 그래서 임대료도 저렴하게 해드렸잖아요.”
“그건 장기 계약이라 그런 거라고 했- 아니, 뭐야 왜 그렇게 웃는데요.”
“그걸 믿었나 싶어서. 우리 변호사님 참 순수하시다니까.”
카페 사장은 능글능글 여유롭게도 받아쳤습니다. 심지어는 변호사님의 볼을 꼬집기라도 하려고 했는지 그 큰 손을 들어 가까이 하는데, 아차 싶었는지 변호사님에 닿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머쓱해진 손에 사장의 짧은 머리카락을 괜히 만지작 댄다는 것을 모를 순 없었죠. 이것은 무슨 그림인지. 말은 변호사님 팬이라고 하는데-실제로 제법 있어서 가끔 과일 간식 같은 게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것은 숫제 팬이라기보단 놀려먹고 희롱하는 아저씨에 가까워보였습니다. 역시 이것도 그가 부르주아지이기 때문일까요. 어느새 제 머릿속에선 한 편의 6070년대 영화가 그려졌습니다. 순수하고 착하며 가난한 주인공을 놀리는 부잣집 도련님... 물론 전자는 우리 변호사님이고 후자는 카페 사장이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상상임에도 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죠. 내 꼭 이 도련님을 혼쭐을 내고야 말겠어…!
하지만 실제로 제가 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변호사님이 다했죠.
“요는, 우리 직원에게 그런 거 묻지 마시란 겁니다.”
변호사님이 단호하게 말하자 사장은 곧 수긍했습니다. 살짝 입을 삐죽인 거 같긴 하지만 그 커다란 덩치를 접어가며 고개를 주억였으니 제대로 알아 듣긴 한 거 같았습니다. 그래놓고 곧 언제 한 소리를 들었냐는 듯 자기 멋대로 변호사님의 음료를 커피가 아닌 단호박라떼로 바꿔서 주었지만 말이에요.
이후로 사장이 제게 말을 붙이는 일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이 보게 되었죠. 왜냐면 사장이 우리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무실이 돈 되는 일 하는 곳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외부 사람의 방문이 많은 만큼 내방객 응접실이 작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글쎄 1층 카페 사장이 매일 같이 거기로 출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유가 있어서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당연하단 듯이 거기로 나와서 전화도 받고 태블릿도 보고 하다가 저녁 때에서야 돌아갑니다. 1층 카페는 안 가냐고요? 안 가더라고요. 카페에 갈 때는 우리 변호사님 데리고 갈 때 뿐일 정도로요. 그러니까, 카페 사장은 묻는 대신에 자기가 감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체 왜? 싶지만 낸들 아나요. 진짜로 팬이라 그런 걸 수도 있고(근데 그러면 악성사생팬 아닌가 싶네요. 고소해야 할텐데… 변호사님한테 말씀드려볼까 싶었습니다.) 건물주로서 임차인의 사업이 염려되어 그런 걸수도 있고.
그래도 카페 사장이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페에 신메뉴 개발 중이라며 이것 저것 테스트 제품을 가져오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가 기분이 좋으니 밥을 사겠다며 배달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근데 본인이 먼저 짜장면을 고르는 바람에 남들도 다 짜장면 먹었긴 합니다.) 개인적으론 카페 신메뉴 테스트 할 때가 좋았어요. 케익이며 쿠키며 온갖 종류를 다 먹어볼 수 있는데다 심지어 푸딩 테스트도 했거든요. 그 푸딩 무척 맛이 좋아서 저만이 아니라 사무실 사람들이 전부 좋아했는데 우리 변호사님이 특히 좋아하셨습니다. 달달한 크림과 바나나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눈을 둥글게 휘어뜨리며 한입 가득 먹는데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몰라요. 다 큰 어른이 입가에 묻은 줄도 모르고 먹는데 복스럽게 먹는단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카페 사장도 마찬가지였는지 변호사님 입가를 닦아주면서 뿌듯해 하더랍니다. 머잖아 카페에서 판매를 개시한 것은 물론이고요. 출시 초반엔 아침마다 푸딩을 가져와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이 자꾸 이런 걸 받아선 안 된다며 거절하면서 머잖아부턴 그런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카페 사장은 그럼에도 매일 같이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사실 카페에서만 볼 땐 몰랐는데, 이 카페 사장 생각외로 사람들과 친밀하게 잘 지내는 편이더라고요. 어쩐지 쉽게 호감이 가는 편이기도 하고요. 인상이 좀 그래서 그렇지 외모가 준수한 편인 것도 한 몫하는 듯 했습니다. 기실 건물주라는 사람이 사무실에 와 있는 거 어지간하면 불편한데 다른 직원들과 제법 인사도 잘 주고 받고 꽤 교류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그가 일층 카페 사장인 줄로만 알고 건물주란 건 몰라 그러나 싶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제 착각으로, 오히려 저만 그 사실을 모르다 뒤늦게 안 것이었더군요. 사무실 내에서 제일 늦게 들어온 사람이 저이니 당연한 것인데 다들 너무 어렵지 않게 대하다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그냥 건물주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익명 씨, 몰랐어? 정**이잖아. 정**. 한 번도 못 들어봤어?”
어느 날엔가 카페 사장이 대뜸 변호사님만 붙잡고 점심을 하러 나간 적이 있습니다. 해서 다른 직원분들하고만 식사를 하다 카페 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는데 아니 글쎄, 그가 전직 프로농구선수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고요. 변명하자면, 저는 스포츠 문외한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고 아이돌 역시 무척 좋아해 모르는 아이돌은 없지만 스포츠 선수는 거의 모릅니다. 아주 유명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라면 알지만 그것도 그 한 명 뿐으로, 사실상 제게 스포츠선수란 인스타 셀럽보다도 모르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카페 사장의 정체에 대해서 알리가요. 직원분들의 말씀을 듣고 뒤늦게 검색해보니 정말 유명한 선수였더라고요. 연봉도 엄청나고. 금수저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자수성가였나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유명한 선수이면서도 그는 그런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사무실 사람들과 잘 지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의 카페에 노상 사람이 많았던 것은 그가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가 아닌 바리스타들이 내려주는 커피가 맛이 좋기도 했고요. 우리 사무실 사람들에게 테스트 했던 푸딩도 금세 소문이 나 카페의 성업에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어도 그렇게 차츰 1층 카페 사장이자 건물주인 남자에 대해 알고 나니 당최 우리 변호사님과는 무슨 사이인가 싶어졌습니다. 도통 생각해봐도 그냥 건물주와 임차인의 관계는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생각이 짧고 눈치가 없어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해서 여러 모로 고민을 해봤지만 그럼에도 답이 나오질 않아서 저는 냅다 변호사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제 질문을 듣자 변호사님은 눈을 깜박이시더니, 혹시 카페 사장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셨죠. 아뇨, 그럴리가요. 저는 그 사람과는 별로 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남들과는 잘 지낸다고 해도 저는 변호사님 동선 흘렸던 것 때문에 좀 신경쓰여서요. 게다가 그 분이 제 혼잣말을 들은 적이 있기도 하고… 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제 솔직한 마음을 구구절절 말씀드릴 필요는 없기에 그저 심플하게 ‘아니오.’라고만 답해드렸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뭐 별 건 아니고요. 그냥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예요. 농구 같이 했거든요.”
“농구요? 우와, 변호사님도 농구 선수셨어요?”
“학생 때만요. 졸업하고나선 즐겁게 보기만 했어요. 그 친구 경기도 곧잘 보러 가고요.”
그렇게 말하며 빙그레 미소 짓는데 저 얼굴에 농구를 했다니 인기 많았겠다, 같은 생각이나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이런 소리를 입에 올리진 않았어요. 대신에 농구하시는 거 한 번 보고 싶다는 으레 할 법한 말을 건넸습니다. 변호사님은 하하, 웃더니 고개를 살레살레 저으셨죠. 안 한지 오래 되기도 했고 이제 나이가 많아서 못 뛴다고요. 가끔 일대일(원온원?왕옹왕? 아무튼 뭐 이런 말이었는데 일대일로 한단 의미 같았습니다.)로 커피집 사장과 할 때도 있는데 자긴 5분도 넘기기 힘들다면서요.
“따로 만나서 농구도 하신다니 많이 가까운 친구 사이인가봐요.”
“음… 아무래도 그렇죠? 좋은 친구예요. 오래 같이 지내고 싶고 그런 친구.”
그렇게 답하는 변호사님의 얼굴은 몹시 따뜻해보였습니다. 행복하시군요, 변호사님? 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요. 일견 변호사님의 양 볼이 발갛게 된 것도 같아서 그 얼굴을 빤히 보았는데, 시선 탓인지 변호사님은 멋쩍으니 뒷목을 긁으며 웃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절 붙잡고 당부를 하셨어요. 이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알자고요. 무슨 얘기요? 싶었지만 대충 친한 친구 사이란 것을 다른 사무실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부탁이라 생각하고 저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러고 며칠 뒤. 갑자기 카페 사장이 사무실에 없었습니다. 카페가 바쁜가 하고 슬쩍 1층에도 가봤는데 글쎄 그곳에도 없더라고요. 이상타, 이상타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건만 점심 때가 훌쩍 지나고서 낯익은 얼굴이 사무실에 들어섰습니다.
낯익은 얼굴은 분명 카페 사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색이 낯이 설다못해 혹시 이 사람 일란성 쌍둥이인 건 아닐까 싶었어요. 글쎄 아주 번드르르하니 멋진 수트차림으로 나타나지 않았겠어요. 넓게 잘 발달된 어깨와 상완을 핏되게 잡아주면서 길게 쭉 뻗은 블랙 수트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입이 떡벌어지는 것도 모를 만큼요. 그리고 커피집 사장은 그런 걸 놓치는 어른이 못 되었죠. 그는 씨익 웃더니 제 얼굴을 가리키면서 “그러다 파리 들어간다.” 말하곤 낄낄 대었습니다.
“뭔 일이 있으셔서 그렇게 차려입으셨어요?”
입가를 훔치고 인상을 한 번 팍 썼지만 그래도 어쨌든 간에 내방객인지라(그러기엔 상주하다시피 하지만요.) 저는 공손히 물었습니다.
“인터뷰가 있어서.”
인터뷰요? 되물으면서 저는 다시 한 번 사장을 살폈습니다. 그러고보니 머리도 누군가 만져준 모양새고 피부도 결이 남다른 것이 전문가의 손길로 분칠을 한 모양새였습니다. 짙은 눈썹은 라인을 따라 잘 정돈되기도 했죠.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 것은 비단 복장만의 이유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농구선수셨단 거 처음 알았을 때 믿기지 않았는데 정말 잘 나간 선수 맞으셨나봐요.”
“익명 씨가 스포츠 문외한이라 그렇지 나 잘나갔어요. 지금도 팬들이 나 찾는다고. 돌아와서 코트 뛰라고. 박수칠 때 떠났더니만 다들 등골을 뽑아먹겠다고 성화야.”
일견 으스대며 하는 말 같지만 농담만은 아닌지 마냥 장난스러운 말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사장의 이름을 처음 알았던 날, 트위터에 검색해보니 비슷한 얘기가 나왔던 것도 같아요. ‘형 은퇴한 거 다 깜짝쇼잖아 개구라쇼 언제까지 할건데ㅠ’ 뭐 그런 얘기였는데 팀에서 꽤 간판 선수였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카페 사장은 돌아갈 마음이 없는지 곧장 평소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권 변호사님은?”
늘 하듯이 변호사님부터 찾는 것이죠.
“지금 안 계세요. 외부 미팅 있으셔서.”
“그럼 난 또 응접실에서 기다려야겠네.”
“변호사님 사무실에 가 계시던지요. 오늘 오후에 손님 오실 일은 없으시거든요.”
실은 그간 한 번도 커피집 사장에게 사무실에서 기다리란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약속 시간이 잡혀있는 고객이 아닌 이상 응접실에 있는 것이 원칙이거든요. 일종의 보안 시스템인 셈이었죠. 하지만 이제 사장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원 확실한 건물주인 것을 떠나 변호사님과 가까운 친구였으니까요. 번드르르한 옷 매무새가 응접실에 놓인 작은 의자에 구겨질 것이 아깝단 생각이 든 탓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거기 가 있어야겠네.”
사장은 곧장 반색을 하면서 씨익 웃었습니다. 저는 사장이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발걸음을 떼는가 싶던 사장이 곧 몸을 돌려 제게 다시 말을 붙였습니다. 그것도 등을 꼿꼿이 펴면서요.
“어때, 익명 씨. 내 모습 보고 권 변호사도 입 떡 벌리고 놀랄 거 같아요?”
그렇게 물으면서 괜히 무게감 잡는 표정을 하는데. 놀라지 않을까요 하고 답이 떠오르는 한편, 말끝이 거슬렸습니다.
“아니 저는 입 떡 벌리고 놀라지 않았는데요.”
사실 좀 벌리긴 했죠. 했는데, 떡 벌린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정색을 하고 지적하니 사장은 곧 영문을 모르겠단 듯이 슬쩍 눈을 찌푸렸습니다.
“익명 씨 얘기 아니니까 정색하지 말아요. 권 변호사가 잘생겼다고 할 거 같냐가 알고 싶은 거니까.”
“뭐, 그거야... 그러시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아니, 근데 친구시라면서요. 오래 친하게 지낸 사이에 그런 말 듣는 게 중요해요? 왜 그 말 듣겠다고 벼른 사람처럼 그러세요.”
“요새 내가 너무 후줄근한 모습만 보였던 거 같아서... 근데, 친구사이라고?”
“예?”
사장은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제게 되물었습니다. 친구사이라고 한 게 맞냐고. 아니,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저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이 너무 이글거려서 살짝 얼어붙고야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키가 산만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절 내려다보며 눈도 깜박이지 않으니 조금 무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하는 생각이 단 번에 스쳐지나가는 것도 당연했지요. 하지만 이렇다할 잘못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나하고 권 변호사 무슨 사이인지 익명 씨가 어떻게 아는 거예요?”
“어, 음. 권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셔서요. ...제가 알면 안 되는 거예요?”
순간 변호사님이 제게 당부하신 게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사무실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말아달란 건 줄 알았는데, 카페 사장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말란 말씀이었나. 저는 속으로 또 변호사님께 사죄의 말을 줄줄이 읊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정말 바보예요, 변호사님. 어쩜 이렇게 매번 변호사님에 대한 일로 실수를 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같은 사람을 상대로요. 저는 학습 능력이란 게 없나 봐요, 변호사님....... 하지만 막상 돌아오는 답은 문제없단 소리였습니다. 외려 카페 사장은 입꼬리를 움찔움찔 들썩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게 재차 묻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권 변호사가 우리가 아주 오래 가까이 지낸 사이라고 했다 이거지?”
엄밀히는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고, 그런 제 표현에 수긍만 하셨다에 가까웠지만 제가 답을 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사실상 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는지 사장은 제 답은 듣지도 않고 금세 자리를 떴습니다. 그가 안착한 곳은 당연히도 변호사님의 사무실이었죠.
하지만 변호사님이 입을 떡 벌리게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는 쉽게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에 가까웠습니다. 네시 즈음이면 돌아오셔야 하는 변호사님이 외부 일정이 더 길어지는 바람에 제가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도 돌아오지 못하셨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사장도 사장 나름 바빴습니다. 어쩐 일인진 몰라도 사장이 3층에 있든 말든 상관 않던 카페 직원들이 좀좀따리 사장을 불렀던 것입니다. 아, 나 일 하기 싫다고. 하며 툴툴 대면서도 사장은 직원들이 부르면 또 슥 내려가서 일을 하곤 다시 돌아와있길 반복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매무새가 흐트러진 것은 당연했죠. 잘 세팅된 머리도 흐트러지고 가느다란 넥타이도 매듭이 슬쩍 풀어졌으며, 목끝까지 잠겨있던 드레스셔츠 단추도 두어개 풀렸습니다. 그래도 그것 나름의 멋은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거의 도달했을 즈음 변호사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요는 자신은 더 늦을 것 같으니 이만 저는 들어가보라는 것이었죠. 금요일이니만큼 조금이라도 더 일찍 들어가 쉬라면서요. 마침 제가 전화를 받을 때 카페에 갔다 돌아오던 사장과 눈이 마주쳤고, 저는 곧 이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사장은 한숨을 푹 쉬곤 자신의 머리를 살짝 헝클더니 다시 또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거 원 얼굴 보기도 힘들어서야.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사장은 다시 변호사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게 잘 들어가란 인사도 짧게 남기고서요.
저는 그 길로 바로 퇴근하였습니다. 지하철 역에 들어서면서 휴대폰을 보니 약 20여분이나 일찍 퇴근한 셈이었죠. 엄청 일찍 퇴근한 것은 아니지만, 또 이 20분이란 차이가 작지만은 않아서 금세 기분이 들떴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겼죠. 그게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건 30분 뒤였습니다.
커피집 사장은 카페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틈틈이 제게 카페에서 파는 것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커피였고 두 번째는 쿠키였고 세 번째는 푸딩이었죠. 어? 이거 아직도 남아있었어요? 하고 반사적으로 물으니, 내일 팔 거 만들고 있어서 가져온 거라고 했죠. 이 사람, 기분이 꽤 좋은가보구나 싶은 한편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사장이 주는 것을 저는 넙죽 받았습니다.
사장의 유명세 때문에 잘되는 카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커피와 디저트 메뉴도 맛있어 잘 되는 곳이 사장의 가게였습니다. 그리고 그 푸딩은 출시 이후 금세 인기상품이 되어 점심이 되기도 전에 금세 매진되기 일쑤였죠. 그런데 그런 걸 꽁으로, 그것도 세 개씩이나 얻었으니 저는 아주 기뻤습니다. 주말에 일용할 양식으로 써야겠다며 짧은 계획까지 세웠죠. 하지만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 같았습니다. 바로 퇴근해도 좋다는 말에 냉장고에 넣어둔 것을 챙긴다는 걸 깜박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30분씩이나 왔는데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솔직히 금요일이 아니라 월~목 중 하나였다면, 혹은 토요일에도 일이 있어 출근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돌아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그냥 푸딩이 평범했다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에요.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푸딩은 주말 내 사무실에 두었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음식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눈물을 삼키며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죠. 다시 돌아가는 40여분(오는 데엔 30분이 걸렸으면서 돌아가는 데엔 40분이 걸리는 부조리함이라니. 하지만 이것은 경기도인의 숙명인 것입니다.) 내내 한숨과 스스로를 향한 질책을 얼마나 읊조렸나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흡사 지킬 앤 하이드와 같았을 것이에요.
그렇게 여차저차 저는 사무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금요일이라고 다들 일찍 퇴근하셔서 사무실의 불은 꺼져있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문은 열려있었습니다. 덜컥 도둑이라도 든 거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들어 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도둑이 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권 변호사님 사무실에만 덜렁 불이 켜져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은 물론 카페 사장이었죠. 아니, 아직도 있다니, 하며 놀라기도 잠시. 저는 곧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사장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후 내내 자리를 비웠던 우리 변호사님이 거기에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걸 처음 눈치채지 못한 것은, 사장의 몸에 변호사님이 가려졌던 탓이었죠. 사장은 변호사님보다 체격이 훌쩍 큰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변호사님을 소중하단 듯이 제품에 꼬옥 끌어안고 있었으니 안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쯤 은퇴 선물 줄 거야?”
사방이 하도 고요한 탓에 살짝 열린 방문 틈새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어쩐지 들어선 안 될 대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꼭 다 듣고 싶단 충동이 일었습니다. 둘 중 이긴 것은 후자였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이며 사이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다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말하는데, 사실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느낀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어차피 이런 블로그에 들어올 사람은 없으니 읽을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딱 그 점 때문에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하는 그저 제가 들은 것에 대해서만 적으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제가 글을 쓴 이유가, 그리고 길고 긴 서두를 쓴 이유가 충족될 것이니까요.
“이미 줬잖아.”
“아니 그거 말고. 내가 바라는 거 뭔지 알잖아. 응?”
“......”
“내가 준 반지, 언제 껴줄거야?”
“......”
“우리 만나고, 연애하고, 같이 살고, 같이 밤도 지내고 그렇게 십년이 넘었는데 응? 이제 좀 껴주라. 응? 권변호사.”
“...... 나도 네가 준 반지 좋아.”
“그래, 좋잖아.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이제 껴주면 안 되냐?”
“그치만 말이야. 내가 이 일 하는 이상 내 생활 하나하나 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할텐데, 나는 네가 나 때문에 같이 감시 당하는 게 싫어.”
“감시 그거는 이미 지금도 당하고 있을 걸. 너랑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아무리 내가 숙소랑 왔다갔다 해도.”
“하지만 그거하고는 다른 차원이잖아. 그건, 어쨌든 변명할 수 있지만 이건 그럴 수 없는 거니까... 이걸로 네 커리어에 흠집 나는 거 나는 어려워. 아니, 싫어.”
“내 커리어? 박수칠 때 떠난 내 커리어에 뭐가 먹칠을 한다고.”
“모르는 척 하지마. 무슨 뜻인지 너도 다 알잖아.”
“그래, 알아. 무슨 말인지 다 알아. 근데 나는 그거 먹칠이라 생각 안 한다. 뭐 거슬리긴 하겠지. 지들 주제도 모르고 클릭수 좀 높여보겠다고 헛소리 팔아먹는 새끼들 언젠가 튀어나오기도 하겠지. 근데 나는 그거 먹칠 수준 못된다 생각해. 그냥 티끌 같은 거야. 좀 거슬리긴 한데 나한테 아무런 타격 없는 그런 거.”
“난 그런 것도 너한테 주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러겠지. 나도 그거 이해해. 왜냐면 나도 너 인권변호사니 뭐니 하면서 뛰어다니는 거 사실 마음에 안 들고 짜증나거든. 근데 너는 그거 안 하면 안 되잖아. 그거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그냥 잠자코 있기로 한 거야. 네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야만 행복할테니까.”
“......”
“그래서,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거야. 농구 즐겁게 했고 여한없이 코트에서 뛰었어. 즐거웠고, 앞으로도 그 때 생각하면서 즐거울 거야. 그때 벌어둔 돈 빼다가 어린애들 장학금 주겠다는 거, 그것도 할 거야. 근데 그거 하는 동안 나도 너하고 같이 있고 싶어. 네가 있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어.”
“...난, 나는 말이야. 나는...”
“아직 쉽지 않단 거 알겠어. 하지만 나 포기 안 한다, 권 변호사. 너도 알잖아. 나 포기를 모르는 놈인 거. 너한테 준 반지 네 손에 끼워지는 거 나 볼 거야.”
“...정말이지 못하겠다. 너 포기 시키는 거 정말 못하겠어.”
“알면 됐어. 아니, 된 게 아니라 알았으니까 결국 그렇게 될 거 지금 받아들이는 건 어떻겠어?”
“아니, 그건- 그건 아니야. 아직은. 아니, 아직 어렵단 거 알겠다고 해놓고서 이래.”
“원래 아는 거 따로 원하는 거 따로인 거야. 근데 뭐 네가 여기까지 왔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이러고 논쟁만 하기엔 우리 할 것도 많고.”
“할 거? 할 거 뭐.......?”
“왜 얼굴이 붉어져, 권변호사. 난 그냥 밥 먹고 그런거 생각했는데. 하여간 야한 구석이 있다니까.”
“거짓말! 그 생각만 한 거 아니잖아.”
“아니 뭐 해봐야 키스 정도 생각했지 뭐 더 한 건 안 했는데 어째 권변호사는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나도 거기까지만 했거든? 진짜 매번 나 놀리기만 하면서 반지는 껴달라니.”
“그래? 그럼 우리 통했네. 이렇게 된 거 밥 먹기 전에 키스부터 할까.”
“......”
“아니다. 할게, 키스부터.”
저는 그 뒤로 곧장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갔던 이유는 여전히 사무실로 남긴 채로요. 그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이 놀라운 사실에 입만 벙긋벙긋 움직이며 너털 걸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그 날을 생각하며 저는 오늘 변호사님의 손을 떠올려봅니다. 그의 왼손에는 늘 하고 다니던 시계가 여전히 자리했지만 아직 네 번째 손가락은 비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머잖아 그 자리는 채워지겠죠. 그런 확신 속에서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지 매일 카운트해 볼 뿐입니다.
fin.
후기
1.
후기는 새로 적습니다. 지금 시각은 12월 10일 일요일 오후 8시 3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출력한 원고에서는 새벽 3시 반을 향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저렇게 다 쓰고 주문서 쓰고 자러 가서... 3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했었다고 합니다. 미친짓이죠. 이 나이 먹고 해선 안 될 짓인데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신 안 하려고요......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이는 것을 느껴버렸거든요.
2.
나름 학술회니까 조금 학술회스러운 소재를 잡고 싶어 머리를 굴렸습니다. 해서 권자니아 시리즈 중 하나를 선택해보았구요(이 경우엔 인권변호사죠. 루베님과 덕질 초창기 때부터 종종 한 얘기인데 거기서 차용한 게 큽니다.), 또 글의 형식은 한국 근현대문학을 차용했어요.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서 차용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옥희처럼 딸 같은 포지션의 캐릭터를 화자로 등장시키려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려면 많은 빌드업이 필요해서요. 전개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해서 고민 끝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해당 작품을 모티프로 했단 게 잘 드러나지 않는 거 같기도 해서 조금 아쉽네요. 제가 조금 더 능력이 되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그치만 쓰는 동안 저는 즐거웠으니까 이해해주세요.(?)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읽은 게 아주 어릴 때 일이라(아마 교과서로 읽었던 듯 합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읽어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비극이더라고요. 물론 잘 안 되는 결말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 나름 열린결말이었지 않나? 수준으로 기억했거든요. 하지만 아니었다고 한다... 해서 아, 이걸 모티프로 대만준호(필요충족조건 : 해피엔딩)를 써도 되나? 싶었는데 뭐 어디까지나 모티프니까, 그렇게 따지면 옥희도 없는데! 하는 마음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물론 새로운 걸 구상하려니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없잖아 있어요.()
3.
그간은 사회적인 배경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대만준호에게 온화한 세계를 구상해서 써왔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현실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근데 대만이가 운동선수라서, 정상성 압력이 강한 세계 속 사람이라서 걱정인 것보다는 오히려 준호의 직업으로 인해 준호가 걱정하는 방향으로 쓰려고 했어요. 인권변호사 이런 사람들의 신상 정보 언론에 흘려서 창피 주고 이랬던 게 사실 생각보다 오래 전 일은 아니죠. 요즘에도 언론을 보다보면 내가 이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나요? 싶은 얘길 온 언론이 안달복달하며 내보낼 때가 많기도 하고요. 그렇다보니 준호가 인권변호사라면 자기 자신으로 인해 대만이 타겟되는 상황을 몹시 걱정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로 사랑함에도 그 사랑은 온전히 둘만 있을 때 드러냈을 것이고, 공개적으로 둘의 관계는 늘 미지의 영역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익명 씨는 본의 아니게 알게 되긴 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대만이와 동창인 것도 잘 모른다는 설정이에요. 대만의 말마따나 언론에 몇 번 얼굴을 내비쳤던 준호를 대만이 지지하는 입장이다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뭐 프로필 정보 같은 거 대조하다가 눈치채는 직원도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준호가 얘기하지 않은 이상 그게 공식화 될리는 없겠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둘이 결혼하고서야 알려지게 될 것이고요.
뭐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결혼 이후의 대만준호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건 읽으시는 분들의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만준호가 서로 사랑하고 있단 것 아닐까요?
4.
이 글을 구상하고 끝까지 써내긴 했지만 중간에 다른 데에 꽂혀서 다른 글이 나올 뻔 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그게 엠프렉 소재다보니 배포 교류를 해야 하는 학술회에서는 좀 그렇지 않을까 해서 원래의 방향을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엠프렉에 미친 인간이라서요. 특히 준호는 뭐랄까, 엠프렉 특화 캐릭터라고 생각하기에(응?) 언젠가 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뭐 야한 얘긴 아니고 우당탕탕 댐준가족 이런 짧은 코미디(근데 저한테만 웃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거든 꼭 써볼게요.(그리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5.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으셨길 바라요! 다들 연말연시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만준호 많이 해주세요. 진짜 매일 같이 다들 대만준호 하게 해달라 소원하는 사람이라 이거 진심이란 거, 사실상 이 문장이 저의 모토라는 것 알아주심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만준호 포에버..!!
(+본 글의 시간적 배경은 2015년 경 전후로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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