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은 입맞춤으로

[태웅백호/루하나] 리벤지 어택!

[태웅백호/루하나] 보답은 입맞춤으로 후속 소설.

보답은 입맞춤으로 :

***

누군가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참 둔감한 것 같아. 아니, 그냥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그 말을 한 게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태웅에겐 그 말을 한 사람이 놀랄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정말이지 거슬렸다.

정확히는, 자신을 저렇게 불타오르듯 노려보고 있는 저 멍청이가.

***

뒷통수가 따가울 정도로 그를 쏘아보는 멍청이에게, 고개를 돌린 서태웅이 말을 걸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네 녀석에게 할 말 같은 거 없거든?”

“그럼 연습이나 해. 멍청이.”

“네가 말 안 해도 하고 있어!”

그렇게 툴툴거린 강백호가 서태웅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려 그가 있는 골대의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러면서도 서태웅을 흘겨보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 강백호의 행동을 보며, 송태섭이 서태웅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야, 너 백호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쟤 왜 저런다니?”

“몰라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서태웅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어제 아침, 연습을 나왔던 강백호를 마주친 이후부터의 기억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강백호는 사라져 있었고, 어째서인지 지친 몸과, 얼얼한 머리뿐이었으니 오히려 서태웅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서태웅의 생각과 달리 담담하게 내뱉어진 대답에, 송태섭이 팔짱을 끼며 백호를 흘겨보았다. 반대편 골대에서 연습을 하는 강백호의 모습은 정말이지, 그동안 배운 걸 전부 잊어먹기라도 한 듯 엉망진창이었다.

하아. 송태섭이 작게 한숨을 쉬곤 서태웅을 바라보았다.

“…그러냐. 어휴 백호 저 녀석도 참, 정신을 어디다가 빼고 온 건지.”

“…”

물론 대답을 기대한 말은 아니었는지, 송태섭은 서태웅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도 연습 열심히 해라. 기대하고 있다고, 에이스.”

“…네.”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는지 조금 눈을 크게 뜬 송태섭이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가 이번에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은 강백호가 있는 쪽이었다.

서태웅이 다시 강백호를 바라보자, 공을 튕기다 말고 그를 또다시 흘겨보던 강백호와 그의 두 눈이 마주쳤다.

강백호는 두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다시 홱 돌려 서태웅의 시선을 모른 척했다.

왠지 그 행동이 짜증이 났다.

***

두 사람만 남은 농구 코트에서, 서태웅이 입을 열었다.

“어이.”

“…”

누가 봐도 그를 부르는 목소리였으나, 강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더 부르지 않았을 텐데, 서태웅은 또 강백호에게 말을 걸었다.

“멍청이.”

그 단어에 움찔, 몸을 떤 강백호가 공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나 결국 참아냈는지, 서태웅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서태웅은 포기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는 대답이 돌아오든 말든 제 생각을 꺼내놓았다.

“오늘따라 왜 더 멍청하게 굴지?”

“…뭐!?”

결국, 패배한 쪽은 강백호였다. 서태웅의 말에 발끈해버린 강백호는 그 말에 홀랑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너, 기억 안 나는 거냐?”

“뭐?”

“파렴치한! 염치도 없는 놈!”

“네가 그런 단어를 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이 자식이 나를 뭐로 보고!”

“…멍청이.”

“이 변태 여우 자식이…!”

“…변태?”

강백호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태웅을 바라보았다. 식은땀이 나는지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변태라고 불릴만한 일을 했던가?”

강백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거짓말을 못 하는 어린아이 마냥 떨리고 있었다.

“…그, 그런 일 없었거든.”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일 텐데, 강백호의 저 태도를 보고 있자니 서태웅은 어쩐지 그렇게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강백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거짓말.”

“…”

저벅, 저벅. 서태웅의 발걸음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듯했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서태웅의 얼굴에, 강백호는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서태웅의 발걸음이 더 빨라서, 어느새 두 사람은 얼굴을 가깝게 마주 보고 있었다.

“알려줘.‘

“…”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정말로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멍청이가 농구도 잊고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지, 왜 자신을 피하는지, 왜 저렇게 원망 어린 눈빛을 하는지도.

전부 알고 싶었다.

저 멍청이가 저런 표정을 짓게 한, 내가 잊은 일이 대체 뭐길래?

서태웅의 그 의문 어린 표정에 강백호는 이를 꽉 깨물며 그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강백호는 결심한 듯 서태웅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강하게 입과 입을 부딪쳤다.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두 사람을 덮쳤다. 이건 솔직히 입맞춤이 아니라 입술 박치기라고 해야 옳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백호는 그런 것 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입맞춤이 아니라 복수였으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 왜!”

그 말에 서태웅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강백호는 그 표정변화에 만족하며 콧방귀를 꼈다.

“헹, 이 몸도 당하고만 살진 않는다 이 말이야.”

서태웅의 얼빠진 표정에 한 방 먹였다는 듯, 붉어진 얼굴로 웃는 건지 찡그리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강백호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이걸로 1대1이다!”

이걸로 내가 어제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알았겠지!?

그렇게 소리치는 강백호가 서태웅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때, 여전히 넋을 놓고 있는 것 같았던 서태웅의 입이 달싹였다.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린 서태웅이 손을 뻗어 강백호의 뒷머리를 감쌌다. 그대로 그를 끌어당긴 서태웅이 강백호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었다.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으나, 서태웅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혀를 내밀어 강백호의 입술을 핥곤 열리지 않는 강백호의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강백호는 그 행동에 놀라 입을 열리고 말았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벌어진 입 사이로 침입한 서태웅이 거칠게 강백호의 입 안을 휘저었다. 읍, 흡, 급하게 숨을 들이키는 강백호의 모습에 잠시 입술을 떼어낸 서태웅이 다시 한번 강백호의 입술을 잡아먹었다. 반사적으로 숨을 고르던 강백호가 또다시 숨을 빼앗기며 헐떡였다.

정말이지, 끔찍하고 서툰 키스였다.

하지만 그걸 비교할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은 첫 키스에 헐떡일 뿐이었다. 다리에 점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강백호를 붙잡으며 입을 뗀 서태웅이 강백호에게 중얼거렸다.

“그럼 이걸로 2대1이겠군.”

그렇게 말한 서태웅이 무의식적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이, 이 여우 자식이!”

결국 새빨간 토마토처럼 익은 강백호가 부들부들 떨며 서태웅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늘 하루, 서태웅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던 무언가가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불만이면 한 번 더 해보던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서태웅이 말했다.

그런 발언을 하면서도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 짜증이 난 강백호가 소리쳤다.

“할 거 같냐 이 여우 자식아!!!”

우렁찬 강백호의 외침이 농구장 밖까지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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