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rie Foster
총 12개의 포스트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헐리웃 스튜디오의 일상은 대체로 평화롭다. 제멋대로인 높으신 분들과 갈려 나가는 실무 스태프들, 때때로 생떼를 쓰는 연기자와 그 에이전시, 상업 시장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오만 곳에 민폐를 끼치는, 눈치라곤 쥐톨 만큼도 없는 감독들… 같은 것이야 물론 사실이지만 대단한 음모가 도사린다거나 흡사 야생과 같은 생태계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글은 2016년 여름에 발간된 글로 시간이 많이 지나 무료로 공개합니다. 학교 내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묘사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엄마의 애인은 뱀 같은 남자였다. 그는 기어코 엄마를 설득해 날 기숙학교에 보냈다. 엄마가 1박 2일짜리 짧은 캠프도 겨우 보내던 사람이란 걸 생각하면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엄마는 특별
1부 어쩌다보니, 나도 모르게 1 모든 것을 얼릴 것 같은 추위가 한 풀 꺾이자 우체통에 두툼한 서류가 채워졌다. 민호는 예상하고 있던 것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 길게 숨을 쉬었다. 일단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니, 그것을 가방에 쑤셔 넣고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목에 두른 머플러를 끌어올려 입가를 가린 뒤 페달을 밟았다.
*2015년 6월에 있었던 민른전에서 무료배포된 것으로, <겨울밤>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금발머리의 남자를 찾은 것은 넉 달 전 일이었다. 그는 키가 큰 편이었는데, 민호보다는 약간 작아 토마스와 비슷했다. 대신에 훨씬 깡마른 몸에 한 눈에 보아도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공무원들이 으레 그렇듯 역력한 피로와 무기력함에 그리 위협적이진 못 했다
겨울밤 무엇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란 말인가요? 이제서야 해야 했을 말이 떠올랐다. 어려운 문제의 답은 단순한 소일거리 따위를 할 때에야 떠오른단 말대로 민호는 한창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답이 나와봤자 무슨 소용일까. 이미 차는 떠난 뒤였고 남겨진 것이라곤 몇 개의 숫자 조합이 적힌 쪽지뿐이었다. 금발머리의 남자가 찾아온 것
흙과 눈(目) 이와이즈미 세이코가 아들의 연락을 받은 것은 이틀 전이었다. 연락을 먼저 하는 일이라곤 도통 없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통화를 한 게 보름 전인데, 그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아들은 정말로 먼저 전화를 해왔다. 환한 목소리로 어쩐 일이냐며 전화를 받는 그녀에게 하나 뿐인 아들 하지메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자신이 지금 일본에
1장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서 이따금씩 손발이 저렸다. 부어오른 팔과 다리를 잠시간 주무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져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자고 있을 때는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에 의사는 옆으로 누워서 자면 조금 낫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영 효과가 있진 않아, 발에 쥐가 나 새벽을 고스란히 뜬 눈으로 지새게 되는 날이 좀처럼 줄지
나는 대충 20살보단 많고 30살보단 적은 여성입니다. 이름은 김익명이고요.-이게 본명일리 없단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자고요.- 집은 경기도인데 실제로 지내는 건 서울에서 더 오래 지내요. 일단은 학교가 서울이라 그렇고, 친구들도 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서 놀기도 서울에서 놀아요. 지금은 휴학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바하는데 여기도 물론
1. 포스트 시즌까지 모두 종료된 뒤 찾아온 2개월의 휴식 기간에도 대만은 개인 훈련 루틴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루틴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여섯시 쯤 일어나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의 러닝을 한시간 남짓 하는 것이 전부다. 일어나서 가볍게 씻고 나갔다가 운동을 끝마치면 대략 일곱시 반 정도가 되는데, 집앞 베이커리나 토스트 집이 영업을
1. 대학교 2학년인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트위터부터 확인을 한다. 밤새 쌓인 피드를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한 번 훑는데, 모든 피드를 확인하고 난 뒤에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그 자세 그대로 크롬 어플을 실행한 뒤 메인에 떠있는 자주 가는 페이지로 접속한다. 그곳은 모 커뮤니티로 비교적 여성이 많은 공개 커뮤니티인데, A씨는 개중에서
1. 정대만은 귀를 의심했다. 지금 들은 말이 진짜 제가 이해한 말이 맞는지 싶어서. 하지만 눈앞의 프런트 스태프가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진짜로 팀 옮기세요?” “무슨…?” “조간 초판에 떴어요. 정대만 선수 워리어스로 간다고.” 그러면서 코앞에 불쑥 신문을 내민다. 거기엔 제 사진이, 아마도 나흘 전쯤에 찍힌 게 분명한 것이 실려있었다. A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