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öll

Marwysgafn by 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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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태양을 삼키고, 달을 삼키고 싶어 하는 늑대가 있었다]

신들의 종말을 고하는 날, 두 쌍의 늑대는 태양을, 달을 삼킨다고 한다. 그는 마치 우리와도 같지 않나고 물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자들, 그들을 쫒으며 그들이 모는 태양과 달을 무너트리는 존재. 그리고 그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을 세운다.

한 쌍의 늑대 중 한마리는 감히 신에게 도전했기에, 신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짝을 잃은 네발 짐승은 황야를 떠돌며 울고 있었다. 울며 애꿎은 인간을 잡아먹고, 복수심에 인간을 잡아먹고, 지능이 없는 하찮은 존재를 마구잡이로 먹기도 했다. 그렇게 늑대는 잡아먹은 시체거죽에 사지가 걸리고, 그물에 걸리고, 꽃밭의 덩굴에 걸려 질질 발을 끌고, 사체의 뼈에 온몸이 찢긴 채 신전의 터에 도착한다. 이 죽음의 죄를 씻기 위해, 신에 도전한 제 자신을 뉘우치기 위해. 그리고 그 모습을 한 사냥꾼이 발견한다.

그 사냥꾼은 짐승의 목줄을 풀어 주었다. 그 역시도 사냥꾼이 아니었다. 자신과 한 쌍인 달을 잃고 지상에 떠돌던 존재였다. 태양은 뜨거운 손으로 늑대를 달래주는 동시에 그의 몸을 불태웠다. 불쌍한 짐승을 조롱하고, 짐승과 함께 울부짖기도 하며 억지로 그 몸에 박힌 뼈를 뽑고, 다리를 잘라가며 올가미에서 풀어주었다. 짐승은 그를 물기도 했지만, 결국 순순히 그에게 몸을 맡겼다. 

결국 마지막, 그 얼굴을 베일처럼 덮고 있던 반려의 가죽이 벗겨지는 순간, 짐승은 눈 앞에 떠 있는 태양을 보았다. 열기에 타버린 가죽과 끓어올라 안구가 터져버린듯 갈라진 눈동자로 그 태양을 바라본다. 모든 죽음의 무게는 그 짐승을 태생의 괴물로 돌린다. 신에게 도전하며 세상에 멸망을 가져올 것이라는 그 끔찍한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 목적은 전부 잊은채로, 어떠한 죄의 무게도 짋어지지 않은 것은 오만하게 하늘을 다시 올려다본다. 

그리고 짐승이 사냥꾼을 사냥한다


짐승의 아가리가 얇은 살갖을 밀어내고 태양의 위를 감싸쥔다. 태양을 그것이 위치하던 우주와 분리시킨다. 짧고 일정하지 못한 이빨이 태양과 우주를 연결하던 끈을 끊어낸다.

별들의 비명소리가 난다. 태양 밑에 도사리던 은하수는 더욱 길게 찢어지며 빛을 발한다. 짐승의 아가리가 찢어지듯, 태양도 찢어지며 서로 비명을 지른다. 

짐승의 이빨 아래에 태양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소리를 낸다. 품고 있던 고온의 가스는 잇새로 빠져나오며 황홀한 탄성을 자아낸다. 죽어가는 별이 만드는 찬란한 빛은 이 우주를 밝힌다. 그 빛을 쬐고 있는 자들을 하얗게 태우며 본연의 색도 전부 가려버린다.


콰득

짐승의 아가리가 닫히는 순간

태양은 마지막으로 붉은 별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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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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