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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wysgafn by 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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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풀 위로 하나의 풀을 떨어트린다. 가벼운 것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공기를 뒤흔들만한 힘조차도 없이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초원 위를 쓸어가는 바람으로 인해 그 풀들이 모여 내는 소리는, 평야를 뒤집을 것처럼 날카롭고 스산하게 멀리까지 퍼진다. 때론 잠든 아이에게 악몽을 선사하는 소리로 변질되기도 한다.

지금 듣는 이 소리는 마치 자야의 기억 속의 그 소리가 오래된 테이프가 늘어진 것처럼, 먼지에 긁힌 것처럼 섬뜩하게 도시를 덮어가고 있다. 이 소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어린아이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까.

그래서? 세상에 더 끔찍한 게 많은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어린 날의 악몽은 하나의 동화가 되어 버리는데.

…찰나의 상념은 카세트테이프의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뚝, 멈춰버린다. 고개를 든다. 부정한 신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의 날개는 참으로 얇다. 하지만 그 얇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불쾌한 소리, 그리고 그사이에 섞여서 들리는 금속음은 던전의 기둥에 반사되고 증폭되며 휘몰아치는 칼날 폭풍이 되어 도시를, 그리고 크리쳐 자신도 찢길 것 같다. 자야는 훌쩍 말에 올라타 도리어 입구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달린다. 이 크리쳐들이 도시를 벗어나 삿된 존재를 만들어내면 초래할 혼란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멸절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라는 과거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다. 생겨난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순환 도로, 자야의 머릿속에 그려진 전선(戰線),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림자조차도 잡히지 않는 높이, 자신의 힘으로 창을 던져봤자 닿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할 창은 애꿎은 누군가의 머리에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거리를 가늠하고 있을 때, 몇 마리의 무리가 전선을 벗어나려는 게 보인다. 망설임 없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총을 견착한다. 그리고 스코프를 통해 그 무리를 조준한 채로 달린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마루, 골, 마루, 골

말의 발굽 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흔들리는 자기 몸, 그를 따라 흔들리는 스코프. 자야는 말발굽 소리에 맞춰서 머릿속으로 하나의 파형을 그린다. 나의 총이 말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는 정도, 내 팔의 움직임. 조금씩 그렇게 스스로를 제어하기 시작한다. 내 몸이 가장 높아질 마루(Crest)에서, 자기 팔은 아래로, 가장 낮을 골(Through)에선 위로.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려진 파형이 숨 쉬는 걸 멈추는 인간의 파형처럼 일자를 그리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흔들림 없는 스코프에 인간의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박쥐의 얼굴이 그대로 터져나간다. 계산되어 조정된 움직임은 조금씩 각도를 틀어가면서도 최소한의 흔들림으로 사격을 시작하면 총알들은 인면박쥐의 뼈를 부수고, 날개를 찢어간다. 그들이 흘린 피와 찢겨 떨어진 살점들은 꾸드득 뭉쳐 단단해져 가는 모습은, 마치 바닥으로 추락한 박쥐들은 전방의 도로를 기어다니며 발악의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자야는 말의 갈기를 잡고 전속력으로 그 잔해로 돌진한다. 콰드득, 맹렬한 말의 발굽 아래 그 발악은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철저히 짓밟힌다. 행여 골목에서 몸을 숨겼다가 튀어나오는 것들은 자야의 몸에 손이 닿기도 전에 좁은 길목에서 그것들을 맞이하는 창끝에 먼저 닿아 산산이 부서진다. 그 뒤엔 반복이다. 전선을 지키는 군인이란 그런 것이다. 나를 가장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내 능력을 제외한 나의 전부 죽인 채, 다른 것을 죽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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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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