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아케주 전력 / 240810~240816 / 주제: 향수
저는 글을 써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글이 이상한지 아닌지 잘 모릅니다...
편하게 피드백 주시면 감사합니다...<3
본편 스포일러 有
"향수?"
"응, 아케치한테 어울리는 향이길래…."
아마미야 렌은 항상 아케치와의 만남 이후 헤어질 때면 선물을 주었다. 처음에는 실버 뱅글같은 소소한 물건이었으나 만나면 만날수록 아케치의 마음에 드는 것만 쏙쏙 골라 선물했다. 보통 비타민제나 최신형 로봇 청소기같은 편리하고 유용한 물건들이었는데, 오늘은 뜬금없이 향수라니.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일단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줄 게 없는데, 항상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한걸."
거짓말이다. 다락방 쓰레기에게 줄 선물이 뭐가 있겠는가? 하물며 며칠 뒤면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상대다. 예의상 선물을 주더라도 너무 아깝지... 하지만 그런 본심은 마음 깊숙히 숨겨두는 아케치였다.
"아케치는 안 줘도 상관없어. 그냥 내가 주고 싶은 것 뿐이고…. 아케치는 특히 바빠서 만날 시간도 많이 없으니까."
아마미야는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하긴, 그는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선물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아케치에게 주는 선물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케치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하지만 향수는 아케치한테만 준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아케치랑 어울리는 향이니까, 나중에 내가 같은 향을 맡으면 아케치를 생각할 수 있잖아."
"…….뭐?" 예상도 못 한 말에 당황한 아케치는 겨우 한 마디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꼭 뿌리고 와."
"아니, 나는 향수는 그다지…."
"꼭이야."
그럼 다음에 봐― 아마미야는 아케치가 대답을 다 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인사를 하고 저만치 가버렸다. 아케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아마미야의 뒷모습만을 쳐다봤다.
11월 18일, 니지마 사에에게 예고장을 보낸다.
그녀의 팰리스로 보물을 훔치러 간다.
괴도단이 보물을 훔치자 아케치가 미리 대기시켜놓은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조커는 미끼가 되어 도망치다가 경찰들에게 붙잡힌다.
현실로 돌아와, 아마미야 렌은 심문실에서 공안에게 심문을 당한다.
공안이 아마미야에게 폭력이나 약을 쓸 가능성이 있으나 아케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일 방법은 정해두었으니 단순히 폭력을 좀 더 쓴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심문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수와 함께 들어간다, 간수에게서 총을 빼앗아 죽인다, 아마미야도 죽인다, 누가 봐도 자살이라고 생각하도록 총을 아마미야의 손에 들려주고 떠난다. 아주 간단한 계획이다.
르블랑에 모여있던 괴도단 사이에서 아케치는 자신이 아마미야를 구해오겠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드디어 그를 죽인다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쩐지 신이 나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경시청 지하 특별 심문실. 아케치는 계획했던 대로 간수의 총을 빼앗아 죽이고 아마미야에게 총구를 겨눴다. 이것이 하찮은 정의의 말로다, 비웃으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아마미야는 희미하게 웃는 듯 보였다. 그 웃음은 금새 총을 맞고 피에 씻겨 내려갔지만 아케치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아케치는 잠시 머뭇거리다 누가 오기 전에 아마미야의 손에 총을 들려 주고 얼른 심문실을 나왔다.
내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예상한건가? 아케치는 집에 돌아와 방금 전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그 미소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까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자신과 그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서로가 진정한 동료이자 라이벌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했다면 미소의 의미도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책상에 놓아두었던 향수병에 시선이 갔다. 아마미야는 다음부터 꼭 쓰고 오라고 했지만 아케치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케치랑 어울리는 향이니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향수를 살짝 뿌려보았다. 부드럽고 깔끔한, 그야말로 '탐정왕자 아케치 고로' 같은 향. 그러나 처음 향이 조금 날아가자 달콤씁쓸한 커피향이 퍼져나왔다. 이 향은 아케치보다는―
"네 향이잖아, 커피향은…."
'나중에 내가 같은 향을 맡으면 아케치를 생각할 수 있잖아.'
"반대라고…."
아케치 고로는 아마미야 렌의 향이 날아갈 때까지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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