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샘플
곰 님 프로필 대필 작업물 / 24.03.19
너 그 애랑 말 섞어 봤어? 까맣고 음침한 애. 백날 캐내 묻고 다녀도 대답은 대략 두 가지다. 일 번, 아니. 이 번, 말은 해 봤지만….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애써 웃음을 짓는 예의 바른 쪽. 와중에도 일 번 대답을 체크한 사람보다 이 번 대답을 체크한 사람이 많을 것이리라.
미스터리어스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어스는 좋은 애지만 그래도 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는지 잘 모르겠어, 하는 웃음이 동반된 좋은 미스터리어스. 두 번째는… 무섭지 않아? 로 서술을 시작하는 좋지 못한 미스터리어스. 사람을 떼어 놓고 보면 A에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수식이 붙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무섭게 생긴 사람을 무섭게 생겼다고 칭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덩치는 산만해서 새카만 녀석. 모쪼록 얼굴도 표정도 밝은 사람은 아니었으며, 넘어서 자주 묘하게 노려보는 것 같은 얼굴이 되었기 때문에.
다만 사람을 떼어 놓고 보지 않아도 A는 충분히 무서운 녀석의 범주에 어울렸다. A는 그랬다. 남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사람. 퍼스널 스페이스를 아주 잘 아는 나는 나 너는 너, 그 이상의 선은 넘지 않는 사람. 따라서 이렇게 됐다. 말도 없고, 다가가기도 힘들고. A의 주변인들은 필요 이상의 과묵함이나 정적은 공포를 이끌어낸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잘 알았다. 말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설령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 주더라도 대화는 몇 마디가 채 이어지지 못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서 나오는 행동일지, 내지는 아주 결여된 사회성 때문에 나오는 반사 작용일지. 오늘은 좀, 내일도 좀… 특별히 할 말 없으면 그것도 좀. 어느 쪽이든 예의 없다는 감정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A, 우리의 도련님. 신의 뜻에 충성하는 사람이었다. 이름조차 그 A! 은혜가 있으리라. 다만 태어난 위치적으로나 살아가는 역할적으로나 미움을 곧잘 받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일까. 틈을 내보이는 걸 싫어했다. 역시나 따위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중요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이 틈을 내보이고 말고는 A 그의 알 바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랬다. 대부분의 사항을 아무쪼록 조목조목 기록해 다른 사람이 잡아뗄 수 있는 부분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 혹자는 단어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쪼잔하다고.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디서도 트집 잡히기 싫은 사람의 방어기제였다. A, 자신은 본인 스스로가 지켜야 했다.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얄팍한 말로는 진정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뤄져야 했다. A는 어쩌면 지킬 게 아주 많은 사람이었으므로, 어쩌면 보여주기 싫은 것도 아주 많은 사람이었으므로.
바보 같은 사람. 때로는 이게 못돼먹은 쪽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의 흠집도 따위 기록물로 남겨두고 복기했다. 어쩌면 항상 위를 점하는 사람이었다. 흠집과 기록, 그리고 사람을 깔보는 시선… 결국. 하나의 불쾌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좋은 방식의 사고를 지켜 주자면 그는, 그래. 우리 도련님이시니까. 만에 하나 어쩌면 그저 겁먹을 게 많은 사람일지도 몰랐다. 두려운 게 많은 사람이 본인을 지키고 지키고 결과가 종내 공격으로 이어지는 걸지도 몰랐다. 말했잖는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한 마디를 빌어 주자, 그에게 부디 은혜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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