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썰 모음 2
톨+남밀 / 기억지우기, 막을까 받아들일까, 곤란해, SF AU, 코멘터리, 출입카드
5.
멀린이랑 둘이 술 마시다가 언젠가 '정말로 죽는'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두의 기억에서 흔적도 없이 싹 지워져서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릴 하는 밀레. 초반엔 그럴 수도 있지 암암 하면서 듣다가 그 '모두'에 자기도 포함돼 있다는 걸 깨닫고 안색이 변하는 멀린
“너, 다른 애들 앞에선 그런 소리 하지 마라.”
“? 안 해. 그리고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진짜 그런 일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아무도 안 슬퍼하긴 개뿔, 난 지금!!!!!!! 현재!!!!!!! 바로 이 순간!!!!!!! 슬프다고!!!!!!!!”
톨한테는 이런 얘기 안 할 것 같음. 만약에 한다면 가정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고 물을 때일 듯.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당신의 그 바람을 실행하는 것은 다른 이들의 애도할 권리를 뺏는 일이니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음, 역시 그렇구나 알겠어.”
6.
언젠가 에린에서 신들이 개체를 잃고 개념화되어 아튼시미니 곁으로 돌아가게 되고 거기에 톨도 포함된다면 내 밀레는 따라감. 톨은 막으려고 할까? 받아들일까? 모르겠다.
톨이 막는다면
“나 여태까지 진짜 열심히 살았잖아. 아무것도 안 바라고 부탁 다 들어주고 영웅이 돼달라기에 그렇게 다 했잖아. 당신이 약속을 지키는 것밖에 바란 게 없는데 왜 안 돼?”
라고 반광란이 되는 내 밀레밖에 안 떠올라서 얘가 뭔 짓을 할지 모르겠음. 받아들이면 그냥 같이 산화하는 거고. 막으나 받아들이나 둘 다 내 밀레가 산화하는 건 마찬가지일 것 같으니 되도록이면 기꺼이 받아들여줘.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며.
한편으로는 톨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기랑 밀레를 싹 지운 뒤(세월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둘 다 가까운 사람이 별로 없음) 아발론 봉인할 때처럼 자기 신성력의 대부분을 아튼 시미니한테 보내고 에린에 남아서 평범하게 끝이 있는 삶을 살 것 같기도 함.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건 애도할 권리를 뺏는 일이라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애도할 이도 별로 남지 않았으니까요.”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늙는’ 건 처음이야. 잘 늙을 수 있을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저 받아들이면 됩니다. 매일 귀한 날이 되겠군요.”
7.
본인의 소멸이나 실종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심해서 아무렇지 않게 그런 소릴 했다가 톨한테 조용히 한소리 듣는 우리집 밀레
“밀레시안.”
“?”
“이 세계에 내가 없는 것을 당신이 곤란히 여기리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만, 당신은 어떻습니까?”
“…곤…란해.”
“나도 그렇습니다.”
8.
사실 우리집 톨밀톨은 관계성이 좀 일그러져서 정서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저한테는 있습니다만, 본인들은 문제를 못 느낄 것이며 옆에서 지적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하더라도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라) 그냥 저렇게 살 것 같습니다. 환경적 특수성이니 현실 잣대로 생각하지 않기로 함. 그래서 쟤네 관계성은 현대AU가 안 됨. 애초에 만날 일이 없을 것이고 만났는데 저렇게 되면 약간 심리 지배임. AU라도 SF판타지 같은 것일 것 같아. 국제 무슨 협회 높은 사람인데 신분 감추고 현장지휘하는 톨이랑 그런 톨이 이능력자 수감보호시설에 버려진 걸 주워다가 전투용으로 키운 밀. 이건 장면이 되게 쉽게 떠오름. 많이 봤던 그림이라. 그런 거 있잖어. 말끔한 수트에 코트 차림으로 폐허에 나타난 톨이 그 장소를 폐허로 만든 장본인인 밀을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안아들고 귀가하는 모습 같은 거. 아직 능력을 발동한 뒤에 진정이 안 돼서 자기 목을 졸라버릴 수도 있는 소년을.
“내가 당신 목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그런 걸 물어볼 정도면 이젠 괜찮겠군요. 그리고 당신이라면 내 목을 부러뜨릴 바에야 스스로 혀를 깨물겠지요.”
“…그도 그러네.”
이런 소릴 잡담처럼 하면서 뒤처리하러 온 기동대원들 사이를 지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이라든가
9.
수호자와 함께 보는 신기단 리플레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코멘터리 영상처럼
“이때 무슨 생각으로 하나도 안 좋은 표정으로 '좋습니다'라고 한 거야?”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거짓말쟁이. …아, 요리….(말이 없어짐)”
“맛있었습니다. 즐거웠지요, 저때.”
“우와, 이렇게 보니까 칼 진짜 크네.”
“…….”
“저때 당신이 한 말, 무슨 소린지 거의 못 알아들었는데 다시 들어봐도 모르겠어.”
“그건 뜻밖입니다.”
“근데 뭐 그게 당신이니까.”
10.
집밀레가 혼자 낚시하고 있을 때라든가 불쑥 나타나서 뽀뽀나 허그만 하고 사라지는 수호자 같은 거 상상함
“이왕이면 던전 보상상자 열 때 와. 붕마정 부적.”
“모리안에게 출입허가를 얻으란 말입니까.”
“그건 좀.”
“그렇지요.”
여신상에 바치는 제물에 따라서 거대한 던전 내부의 특정 구역으로 연결해주는 설정이었으니까 수호자라도 모리안한테 출입카드 찍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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