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주이담] 흑안
미완(드랍)/적폐날조/1536자
*도의 죽음이 자경단과 관련있다는 사실이 나오기 전 작성된 글입니다.
장주는 이담의 흑안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 초연한 두 눈은 마치, 어릴 적 도가 자신을 보던 눈과 같으면서도 달랐다. 도가 그를 바라볼 때면 그녀는 그래도 어린애라고 생각은 했던 것인지. 최대한 숨겼으나, 기민한 장주에게는 그 안에 어린 일종의 혐오, 두려움, 또는 경멸— 그러한 감정들이 보였다. 그에 비해 이담은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은, 그저 길가의 돌을 보는듯한 그런—장주는 이담이 자신보다 길가의 풀 한 포기에게 더 따뜻한 시선을 던질거란 것에 제 부채를 걸 수 있었다— 시선으로, 장주를 보았다. 둘 중 무엇이 더 싫으냐 하면— 글쎄. 그에게는 둘 다 똑같은 위선자일 뿐이었다.
왜 다들 자기 힘을 싸우는 데에만 쓰는 걸까.
분명 이담에게 건네는 말인데도 장주는 어째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아, 언젠가부터 함께하던 쥘부채를 쥐고, 그대로 그들을 떠났다. 위험할 때 재빠르게 내빼는 발돋움과 그의 의지대로 부릴 수 있는 사역들을 통해 그는 죽지는 않았고 조금 더 커서는 진영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살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들을 떠난지 오래되어 장주가 제법 어른 티가 날 무렵. 어느 날 한 치유 능력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치유 능력자가 세상에 그녀 하나뿐이 아닐진대, 어째서.
삶과 죽음이란 그저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뿐이니— 그는 스스로가 그 사람의 죽음에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날 치유 능력자가 몸 담고 있다던 조직을 거의 궤멸시킨 것도 그저 변덕 때문이라고—그렇게 치부했다. 자신은 원체 변덕스러운 이였으니까.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휘두르며 장주는 허공을 디뎠다.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혈사를 위에서 가만 내려다보고, 먹으로 만든 제 사역들을 거두어들인 그는 자리를 떴다. 한바탕 했어도 원인 모를 짜증이 영 가시지를 않았다. 왜 다들 자기 힘을 싸우는 데에만 쓰는 걸까. —당신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하려나. 경멸하겠지,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 되었으니, 결국!
평소처럼 각성자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던 장주의 앞에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흰빛의 사내가— 이담이 나타났다. 그는 운무를 짙게 펼쳐 장주의 사역들을 무력화시켰고 자그마한 물방울들이 시야를 완전히 가리기 전, 장주가 본 이담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여서. 무슨 조화인지 그는 허공을 오를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 서 있다, 운무가 걷히고 나서야 땅을 걷어차며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게 고고한 척 하는 이담! 제 어미와 똑같은 위선자! 아는 체도 않다니, 나를 잊어? 기실 그는 이담을 보자마자 나를 기억은 하나, 소리칠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부상자들을 데려간 것을 보아하니, 치료라도 할 생각인 것 같은데— 종종 부상자들을 치유하던 도를 따라하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 그의 아들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건가? 하여간 그는 기분이 더러웠다. 장주는 손등에 핏줄이 돋도록 부채를 부여잡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다음에도 그렇게 나를 무시할 수 있는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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