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노직] 노을
학전시 22화 감상 전에 작성된 글입니다/1190자
이리 와 볼래요. 보여주고 싶은 광경이 있어요.
롤스가 피습당하고 그가 각성한 다음날,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도 롤스는 기어이 그를 끌고 한 언덕으로 올라갔다. 움직이면 안 된다는 그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신도 한 고집 한다 여겼는데, 이 사람은 더했다. 그는 어쩐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그의 민낯을 보면 고집을 더 부릴 수가 없었다.
—아름답지 않나요?
올라간 언덕에서 그들은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자경단에서만 지내던 노직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는 황량했고 붉은 저녁놀이 한가득 쏟아져 마치 피로 뒤덮인 것같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롤스는 이를 보고 아름답다 말했다. 그는, 넋놓고 노을을 바라보다가, 롤스가 서 있는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고—.
—롤스의 녹안과 마주쳤다. ......네. 아름답군요. 이 풍경을 보고 하는 말인지, 그의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인지. 그 자신도 헷갈렸고 롤스도 그랬는지 그는 아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예요? 정말 정신을 놓으면 네, 하고 말해버릴 것 같아, 그는 그저 헛소리 말라고 핀잔을 놓을 뿐이었다.
노직, 어때요? 당신 코드네임으로. 저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롤스는 지나가듯 말을 건넸고 그는 노직, 이라는 옛 사상가의—이제는 제 것이 될—이름을 잠시 입 안에서 굴려보다,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들은 보통 그 본명보다는 이명異名으로 더 많이 불렸다. 문득 그는 롤스의 본명이 궁금해져, 당신은 이름이 뭡니까— 하고 물었다. 롤스는, 굳이 이명이 아니라 이름이라 말한 그의 의도를 헤아리듯, 잠시 의뭉스레 웃었다가— 존, 존이에요. 존 롤스.
나는 로버트입니다. 그럼 로버트 노직이 되겠군요. 하니 롤스는, 그럼 로버트라고 불러도 되나요? 단정에 가까운 말을 하고 웃었다.
롤스는 떨어지는 태양을 뒤로 하고 있어서, 노직은 문득— 롤스에게서 스스로 빛이 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곧 태양은 완전히 넘어가 슬슬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이만 내려갈까요, 밤공기도 쌀쌀한데, 더 있다가는 감기 걸립니다. 노직이 그렇게 말을 건네었고 롤스는 잠자코 그를 따랐다. 노직, 노직, 원래의 롤스와 노직도 꽤 막역한 사이였다는거 알아요? 그런 말 하는 저의가 뭔데요. 친해지고 싶어 그렇죠, 당연히— 실없는 소리들을 주고받으며 둘은 언덕을 내려여기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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