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카이 전력 / 상처
주제 : 상처/傷/Wound. 2024.06.29 약 1600자.
“으햐아아아! 아 진짜 좀.. 적당히 해요, 놀랐잖아요!“
뭔가 이상한 비명소리 다음에 화인지 짜증인지 감정이 잔뜩 섞인 목소리. 시노노메 군에게는 심각한 일이니까 웃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꽉 깨문 입술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카이토, 또 아키토 괴롭히고 있어? “
“아니야~ 그치 아키토!”
“메이코 씨~ 카이토 씨 좀 데리고 가세요.”
억울한 척 하지만 시노노메 군의 눈이며 입꼬리가 히죽히죽 웃고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상한 건 아니다.
“그러게 코하네가 해 온 샘플링에 집중했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토우야에게 문자가 와서요. 아니, 나 말했다고요! 카이토 씨가 안 들은 거잖아요. 코하네 너, 내가 말하는 거 들었지?!”
카이토와 장난치듯 말을 주고 받다가 휙 돌아보는 아키토의 눈이 반짝반짝한다. 코하네는 최대한 진지하게 대답한다.
“응, 시노노메 군. 들었어.”
“아~~”
엑, 하는 카이토 씨의 표정과 이겼어, 하는 시노노메 군의 표정.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이 꽤 잘 맞는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
“방금 코하네가 샘플링 해 온 거 말이야~”
카이토는 열심히 조언하고 아키토가 듣고서는 한마디 얹고. 이번에는 안에게서 연락이 온다. 아무래도 안과 토우야가 같이 도착할 모양이라 코하네와 아키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이토에게 인사하고 메이코에게도 인사하고 카페를 나서려는데 카이토가 문득 생각난 듯이 묻는다.
“아키토, 귀에 흉터 있던데. 상처 났던 거야? 아님 귀 뚫었다가 막힌 거야?”“
”뚫었다가 막힌 거요.“
아까 아키토가 꽥 비명을 질렀던 건 카이토가 아키토에게 몰래 다가가서 귀에 바람을 훅,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그 때 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귀는 아키토가 직접 뚫은 거야?”
“네. 집에 아직 뚫는 도구 있으니까 혹시 귀 뚫고 싶으면 얘기하세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카이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사래를 친다.
“아프지 않았어?”
그 질문에 아키토가 별걸 다 묻는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대답한다.
“아팠죠. 하지만 이제 다 나았으니까요.”
손을 흔들고는 모든 미련과 아픔을 다 떨친 것 같은 뒷모습으로 걸어나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코하네가 후다닥 뒤따라 나간다. 카이토가 중얼거린다.
“메이코, 나 귀 뚫어달라고 할까?”
“? 아픈 거 싫다며.”
“그렇긴 한데 아키토가 뚫어주면 안 아프지 않을까?”
암만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홀린 듯이 아키토가 나간 문을 쳐다보는 카이토가 심상찮다. 저게 그 썸탄다는 건가? 최근 자주 있는 일이라 메이코는 카이토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
“불러줘서 고맙다.”
“별거 아니었어. “
그랬다. 가장 먼저 카페에 도착한 코하네가 먼저 카이토를 만났고 샘플링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러면서 아키토에게 ‘지금 카이토 씨랑 얘기하게 됐는데 시노노메 군도 올 수 있냐’고 연락해서 아키토도 카페에 온 거였다. 아키토가 카이토를 신경쓰고 있다는 걸 코하네는 꽤 일찍 눈치채고 있었다.
“너도 다음에 필요한거 있으면 얘기해. 도와줄테니까.”
“응, 고마워!”
사심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코하네를 본 아키토는 좀 계면쩍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사람은 너무 종잡을수 없는데다가 어떤 때는 정말 얼굴 보기도 힘드니까 말이지. 아키토가 남의 속도 모르고 적당히 자기합리화를 하는 동안 6월의 방과 후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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