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열 (단편)

[백호열] 강백호는 사랑이 무겁다

업로드 2024.02.04

* 백호열 트친 생일축하연성

** 최대한… 풋풋한 백호열 보고싶었습니다

였는데 뭔가 무겁기만 해졌다

*** 백-> 쏘 -> 탱 묘사 있음


강백호는 사랑이 무겁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동안 오십번을 고백하고 오십번을 차여 밖에서 보기에 강백호라는 남자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고백해서 쉽게 차이는 사랑에 한없이 가벼운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나 강백호에게 사랑은 한없이 무거웠다.

쉽게 반한다고 해서 쉽게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운명론을 믿는 불량아 치곤 순진한 구석이 있는 그였기에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고백은 쉽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 인사를 어떻게 건네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했고, 그 뒤에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했다. 겨우 전한 고백의 결말에 따라 슬퍼하기도 해야했으며 새로운 운명을 발견하고 느끼면 다시 사랑에 빠질 준비도 해야했다.

그렇기에 강백호의 사랑은 항상 무겁고, 바쁘다.


농구를 좋아하느냐 물으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그 상냥한 미소에 반했다. 운명을 느꼈다. 사랑에 빠졌다.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움츠러들 법 하면 먼저 다가와주었다. 농구부에 들어간 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해주고 응원을 해주었다. 농구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강백호는 채소연에게 운명을 느꼈다. 사랑에 빠졌다. 사랑이 무거운 강백호에게 채소연을 향한 사랑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웠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극복해낼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채소연이 망할 여우에게 관심을 가질 때면 항상 질투로 불타올랐다. 한번 더 자신을 봐주길 바랐고 한번 더 자신을 향해 웃어주길 바랐다. 사랑이 무거운 강백호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기에 감당하려했다. 그러나 채소연의 시선이 항상같은 곳을 향해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 무거운 사랑에 질식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너무 무겁게 사랑하지 마, 백호야.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게 자신을 놀리는 거라던 양호열이 언젠가 그랬다. 오늘도 채소연은 망할 여우를 보고 있었고, 강백호는 그런 채소연을 보고 있었다. 양호열은,

양호열은 그런 강백호를 보며 말했다. 너무 무겁게 사랑하지 말라고. 강백호는 양호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양호열의 말은 너무 어려웠다. 사랑은 언제나 무거웠다. 사랑은 가벼울 수 없었다. 사랑이 가벼우면, 진심이 가벼운 거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만큼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강백호의 사랑론이었고, 그렇기에 강백호의 사랑은 무거웠다. 그 무거운 사랑은 강백호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양호열은 너무 사랑을 무겁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태 자신의 사랑을 지켜봐와놓고서.

- 우리가 너를 오십번 고백하고 오십번 차인다고 다른 녀석들까지 너를 가벼운 남자라고 오해하는데, 네가 여태 한눈에 반해 사랑을 느끼고 고백하는 그 순간들이 가볍다고 생각한 적 없어, 백호야.

의외였다. 어찌보면 양호열은 퇴짜맞는 강백호를 보며 가장 웃었던 녀석이었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좋아했던 녀석이었다. 군단 놈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녀석이었는데. 그런 호열이 제 사랑이 무거운 것을 알고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 그럼 네가 너무 힘들잖아.

강백호는 그 말에 서태웅을 보는 채소연을 떠올렸다. 선망과 애정이 담긴 시선을 떠올렸다. 강백호의 무거운 사랑만큼이나 무거운 사랑을 떠올렸다.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저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을 알아본다. 같은 과니까. 그렇기에 강백호는 채소연을 향한 무거운 사랑을 감내했다. 그 무거운 사랑이, 그 진심을 전해받는 이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게되는지 강백호는 알고 있었다. 채소연의 무거운 사랑을 품에 안고 싶었다. 자신의 무거운 사랑을 채소연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무거운 진심을. 무거운 사랑을 그렇게 건네주고 받고 싶었다. 꿈에 그리던 사랑을.

그런데 양호열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가장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가벼운 사랑을 할 것 같은 사람이.

그래서 강백호는 양호열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만큼 의외라고 생각했다.

- …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잖아? 그 무거운 사랑을 주고받는 게? 지금 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탕 하는 공이 튕겨지는 소리가 울렸다. 강백호에게서 무겁게 짓누르던, 무거운 사랑이 순식간에 농구공으로 변했다.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전신에 열기가 맴돌았다. 무겁고, 거대한 사랑이 가렸던 시야가 밝아졌다. 공중에 떠오른 농구공에 손을 뻗었다. 양 손 안으로 느껴지는 감각. 냄새.

오롯이 공을 잡은 이만 느낄 수 있는, 이 느낌.

강백호의 시야가 탁 트인다. 공을 튕겨 제게 보낸 양호열이 웃고있었다. 모든 순간을 함께한 친구. 조력자.

무거운 사랑은 항상 채소연을 향해있었는데. 어째서인지 트인 시야에 가득찬 것은 양호열이었다. 채소연과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양호열이었다.

오십번 사랑에 빠지고, 오십번 고백을 하고, 오십번 차이는 동안에도 눈물 쏙 빠지게 웃고 재밌어한 주제에 마지막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주던 양호열.

그리고 강백호는 이제서야 보게 된다.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을 안다.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한없이 가벼웠으니까.

양호열의 사랑은 한없이 가벼웠으니까.

가벼워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다.

이토록,

이토록 거대한 사랑일지언정 상대를 부담주고싶지 않아 한없이 높이 떠올라 시야 밖으로 숨겨버릴 정도로 가벼운 사랑이었기에.

언제든지 놓아버릴 수 있게 가느다란 실로 연결해놓았으면서, 놓치고 싶지 않아 있는 힘껏 움켜쥔 그 손이 이제서야 보였다.

자신의 사랑은 철저히 숨겨놓고, 강백호의 사랑을 응원하고, 나아가 지금 강백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일깨워주는 그 사랑이 이렇게나 가벼울 줄은 몰랐다.

강백호의 사랑은 무겁다. 

무거운 진심만이 사랑이라 믿었다.

그렇게 알았다.

양호열의 가벼운 사랑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농구공을 보고, 손에 넣었을 때와 같은 전율이 올랐다. 강백호가 양호열을 보았다. 양호열 역시 강백호를 보고있었다.

항상.

그 자리에서.

- … 너무 무겁지 않은 그 사랑은, 너랑 해도 되는거냐?

그린 듯 미소를 유지하던 포커페이스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순간을 강백호는 눈에 새겼다. 드물게 진심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즐긴다. 어울리지 않게 버벅대던 양호열이 멋쩍게 웃었다.

- 평생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 네 사랑이 너무 가벼워서 안 보였던 거다.

강백호가 농구공을 양호열에게 아프지 않게 던졌다. 어어, 하며 양호열이 공을 받는다. 이내 그 공을 만지작거리다 강백호를 본다.

- 네 사랑이 무거우니 내 사랑을 볼 일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 네 말대로 너무 무겁게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보이더라, 양호열아.

농구공이 서로를 오간다. 공을 주고, 받는다. 강백호의 무거운 사랑과 양호열의 가벼운 사랑이 오간다. 마음을, 진심을, 사랑을 주고 받는다.

- 그래서, 사랑을 너무 무겁게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양호열이 공을 보냈다. 강백호가 공을 받는다. 공을 다시 보내는 대신 강백호가 양호열의 앞에 섰다.

- 너니까. 괜찮을 것 같아.

제법 거리가 있어서 몰랐는데 양호열의 얼굴이 붉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서태웅을 보는 채소연의 눈빛에서 느껴지던 사랑. 양호열은 채소연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서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강백호는 무거운 사랑을 하는 채소연을 향하던 무거운 사랑이 점차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아. 그렇구나.

무거운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구나.

자신을 향하지 않은 애정으로 인해 무거운 사랑에게서 짓눌리던 감정이 비로소 양호열의 가벼운 사랑을 만나 가벼워졌다.

강백호는 사랑이 무겁다.

무거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는 덜 무겁게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가벼운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

양호열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내 푸핫! 하고 웃는다.

- 바보야. 난 그런 너 역시도 좋아하는 거야.

양호열이 강백호에게 손을 내민다. 강백호가 그 손을 잡았다. 온기가 느껴지는 애정어린 손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없이 가벼워보이던 진심이 무겁게 와닿는 것이 느껴졌다. 양호열이 그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는 것이 보였다. 강백호가 고개를 숙여 그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마음을 주고 받는다. 진심을 주고 받는다.

사랑을, 주고 받는다.

강백호는 이제 사랑이 무겁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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