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 그의
* HONA님께 신청했던 리퀘 명태 보고 기분 급 좋아져서 월루
* 성인명태 결혼했다는 설정
* 흐흫 흐흐흐흐흐흐흫
** 허락받고 트윗 링크 올립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x.com/roro147714/status/1694571148288414198?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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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헌이 먼저 씻기 위해 들어간 사이, 태섭은 방을 한 번 훑는다. 꿈에 그리던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까지 즐기고 온 후 처음으로 밤을 보낸 둘의 집. 둘이 함께 지내는 거실. 둘이 함께 자는 안방. 자고 일어난 직후의 엉망이 된 이부자리에 그제서야 태섭은 명헌과 결혼하고 함께 산다는 것이 와닿는 모양이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귀에 들려올 무렵에야 정신을 차린 태섭이 꾸물꾸물 헝클어진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명헌이 씻는 시간을 이용해 정리를 덜 한 옷상자를 열었다. 명헌의 옷상자였다. 고등학생 시절 사용했던 옷들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산왕교복과 농구부 유니폼 등이 들어있었다. 태섭은 고등학생 시절 북산과 산왕의 잊을 수 없는 시합을 떠올렸다. 제 손에 잡힌 단정하고 검은 교복을 펼쳐보았다. 시합 때 마주했던 크게 일어서던 파도같은 남자가 현재의 남편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태섭이 옅게 웃으며 옷을 꺼내기 위해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손에 잡힌 교복이 태섭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저보다 큰 교복을 태섭이 물끄러미 쳐다보다 흘끔, 명헌이 씻으러 간 샤워실을 본다.
***
- 태섭. 나 다 씻었는데… 태섭?
명헌이 샤워실 문을 열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그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얼굴만 쏙 내놓고 태섭을 부르던 명헌이 고개를 기울인다.
- 태섭?
신혼여행 다녀온 뒤라 오늘 방문해야할 곳이 많다며 얼른 일어나라고 보채던 것은 태섭이었던 것 같은데. 명헌은 머리를 말리며 태섭의 부재에 대해 생각했다. 연애와, 결혼 후 신혼여행지에서 봤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침은 간단하게라도 거르지 않는 특성 탓에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섭이, 그러니까 서류 상 부인이 처음 해주는 아침식사라는 생각에 갓 씻고나온 명헌의 뺨이 발그레했다. 잠이 덜 깨 느릿하던 움직임이 조금 빨라진다. 속옷만 입고 나가면 놀라려나. 결혼 전 동거하면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고 하지만 결혼 초인데 처음 만난 것 처럼 설레어서, 명헌은 평소 편하게 입고 다니던 저를 털어내고 잘 입지도 않는 샤워 가운을 걸쳐보았다.
- …….
오늘 나가야하는데 괜히 꼴릴 거 같으면 어떡하지.
앞치마를 맨 태섭을 상상하던 명헌이 걸쳤던 샤워 가운을 곱게 벗었다. 정줄 잡으려면 옷 다 차려입어야한다뿅. 명헌이 그리 생각하며 옷들을 정리해둔 옷방으로 향했다.
***
- 태섭?
두근반세근반 하며 부엌에 도착한 명헌은 텅 빈 공간에 눈을 깜빡였다. 깨끗한 식탁의 모습에 명헌의 짙은 눈썹이 축 처진다. 괜히 혼자 설레발친 것 같아 무언가 무안하기도 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던 거라 태섭을 탓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럼 태섭이 어디 있을까뿅?
명헌이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까지 두어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깔롱쟁이 부인 태섭의 스타일링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낙낙한 시간은 아니었다. 일단 샤워실은 없었고. 부엌도 없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갔던 옷방도 없고. 부엌을 가려면 거실을 지나쳐야했으니 거실에도 없고. 명헌이 화장실에 들러 태섭의 것과 나란히 놓인 제 칫솔에 치약을 잔뜩 짜 입에 넣었다. 치약 흘린다고 태섭이 잔소리하겠지만 이 정도 투정은 받아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치마 입은 태섭 상상하며 혼자 설레놓고 명헌은 그렇게 생각했다. 삐뇽.
하나하나 태섭이 있을 위치를 소거법으로 지워나간 명헌이 안방 앞에 섰다. 칫솔을 잡지 않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아. 잡았다 놓고 노크했다. 똑똑.
- 태섭, 자? 우리 나갈 준비해야하는데.
칫솔을 물고있는 탓에 명헌의 목소리가 뭉개져 새어나왔다. 안에서 들려오는 우당탕 소리에 명헌이 빠르게 반응해 문고리를 돌렸다.
- 태…!
- 으악! 으아아악!! 잠깐만요!! 명헌 형!! 잠!!!!! 와아악!! 형!! 제발!! 잠깐만-!!!! 잠깐!! 잠깐만요!!!!
- !!!!
명헌이 물고있던 칫솔을 떨어뜨렸다. 바닥과 부딪힌 칫솔에게서 거품이 된 치약이 엉망으로 흩어졌다. 칫솔을 바닥에 떨어뜨렸으니 날아들어야할 잔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칫솔을 새로 바꿔야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 아, 아니이… 그게… 명헌이 형, 그게 아니라…….
명헌이 동요했다. 태섭을 향한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나온다.
- 그… 태섭, 그거, 내 교복… 아침부터… 이벤트……? 뵤? 뵹? 뿅??
- 이벤트겠어요!?!? 사람 민망하게 말버릇까지 틀릴 정도로 놀라지 말라고요!!
고장난 명헌에게 얼굴이 벌게진 태섭이 외쳤다. 뵹뵹거리며 삐걱거리면서도 명헌의 시선이 태섭의 전신을 훑었다. 한참 커서 손끝과 엉덩이 밑까지 가려지는 제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입은 것도 꼴렸지만 그 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일명 하의실종 상태에 명헌이 매우 동요했다. 삐? 삐농? 뇽? 삥? 고장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명헌에 태섭의 귀까지 벌겋게 물들었다.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순간 명헌의 시선이 손 끝만 겨우 나온 태섭의 팔과 팔을 올리면서 위로 올라간 교복 끄트머리로 보이는 태섭의 속옷과 허벅지에 닿았다.
- 오늘 약속 취솝뵤, 뵵, 아니 뿅.
- 악! 무슨 소리에요!! 오늘 양쪽 부모님 다 뵈러가기로 했!! 악!! 이명헌!! 이거 안 놔!?
- 앞치마 하고 아침 준비하는 태섭보다 이게 더 꼴려뿅.
- 아니 앞치마라니 그게 무슨, 아! 형!! 나 씻고 나갈 준비해야되요! 잠깐, 이렇게 억지로 벗기면 형 교복…! 아 말 좀 들어라 이명헌!!!!!!!
- 아침부터 야한 태섭 잘못.
- 아!!!
이명헌 진짜---------!!!!!!!
결국 아침부터 명헌의 교복을 입은 채로 한바탕 하는 바람에 명헌과 태섭은 양가 점심 약속을 저녁으로 미뤄야만 했다.
-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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