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업로드 2023.08.27
* 이전 연성 추억언덕 후속편
* 인간 강백호 X 요괴 양호열
* 연성하는 모든 백호열은 친구들을 위해 씁니다.
** 뒷북 백호열 전력110분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숲은, 산은 점차 메말라갔다. 점차 사라져갔다.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골 오지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것과 연관이 있었다. 땅을 매입한 어느 부자의 진두지휘로 커다랗고 굉음을 내는 차들이 대거 들어와 인간을 잡아먹는 요괴가 사는 숲과 산, 그리고 주위의 산들까지 모조리 밀어버린 탓도 컸다. 사람이 더이상 살지 않아 흔적만 남아있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른 산은 몰라도 이 산은 저주를 받았기에 주의해야한다 말하던, 마을에 살았던 마지막 인간은 어디로 떠났나. 마을 주민의 경고에도 코웃음 치며 산을 밀어버린 매입자는 어떻게 되었나.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숲은, 산은 어떻게 되었나.
모조리 나무를 베이고 땅이 파헤쳐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이 있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평지가 되었다. 아스팔트가 그 위를 덮었다. 산은 그렇게 도로가 되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곳에 살고있던 인간을 잡아먹는다던 요괴는 어디로 갔을까.
- 이런…….
백호는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산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휑한 도로만 남아있었다. 입만 벌려 뻐끔대는 모습을 슬쩍 보던 호열이 백호가 보는 곳을 보았다. 암녹빛의 눈이 어둡게 일렁였다.
- 도로인데?
- 아니! 원래는 산이었는데! 어, 언제 도로가 된 거지??
백호가 당황했다. 호열은 느리게 주위를 훑는다. 첫사랑을 찾으러 간다며 낯선 곳으로 버스를 타고 멀리 나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한 곳은 우뚝 선 산의 위용이 아니라 저 끝까지 보일듯 깨끗하게 밀린 도로 한복판이었다. 산이 있던 곳에 도로가 깔리고, 주변으로 듬성듬성 상가나 모텔 따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산의 뒤에 자리잡았던 더 큰 산은 등을 깨끗히 밀리고 거대한 골프장이 되어 있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키 큰 조명들에 백호가 어물거리다 결국 말을 잃고 만다.
- 그럼 어떡하지….
- 여기 살았던 거 말고 기억나는 건 없어?
호열의 물음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백호가 고개를 저었다.
- 그 녀석 만난 것도 그렇고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에 대한 모든 기억이 흐릿해서… 모르겠어.
- 흐응. 그렇구나.
심드렁하게 목소리를 낸 호열이 잠시 시간을 두고 입을 열었다.
- 그럼 더이상 찾을 수 없겠네.
- 누웃….
백호가 침울해하자 호열이 강백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 기억도 흐릿했다며. 여기를 기억해낸 것만으로도 첫사랑은 고맙게 여길지도 몰라. 이제 방법도 없으니 돌아가자.
- 하지만…….
- 제대로 기억나는 것도 없는데 주위를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호열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 백호가 축 처진 채 돌아섰다. 호열이 느릿하게 그 뒤를 따랐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걸음 중에 호열이 뒤를 돌아보았다.
- …….
텅 비어버려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도로를 보다 다시 앞을 본다. 백호를 따라가는 걸음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 그래서? 첫사랑 만나기는 실패?
- 그렇지, 뭐.
- 그래서 백호 녀석이 저렇게 힘이 없구나. 농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데 오늘은 농구부도 안 간다고 하고.
- 그건 좀 의외다.
- 그치. 안그래도 아까 섭섭 왔다 갔던데.
- …….
백호는 책상에 몸을 구기고 엎드려 있었다. 백호 군단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백호를 둘러싸고 한마디씩 얹는다. 농구부 활동도 마다한다니 호열의 입장에서도 의외긴 했다. 호열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평소와 다른 모습의 백호가 신경쓰였는지 평소라면 놀리기 바빴을 녀석들이 백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저마다 빵이며 군것질거리를 책상 끝에 올려놓고 자신들의 교실로 돌아갔다.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간식들을 엎드린 백호의 팔 근처까지 밀어넣은 호열이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백호야.
- …….
- 강백호.
- …왜.
침울하게 수구린 덩치와 어울리는 푹 퍼진 목소리가 웅얼댔다.
-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 하면서 첫사랑은 어떻게 떠올렸어. 괜히 마음만 상하게.
호열이 부드러운 듯 거칠은 듯 백호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소라면 애취급 하는 거냐며 짜증을 냈을텐데 퍽 조용하다. 첫사랑을 만나러 갈 생각에 잔뜩 들뜨고 기합을 넣었던 만큼 깨끗하게 사라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공간만큼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 …한번씩…….
- 응.
백호가 중얼거렸다. 호열이 말없이 백호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귀를 기울였다.
- 한번씩, 꿈을 꿨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내 또래의 아이랑 산을 타고 숲을 헤쳐나가는 꿈을. 내 머리색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았어. 먼저 손을 내밀어줬는데. 그래서 같이 신나게 노는 꿈이었어. 같은 꿈을 계속 꾸면서도 그 녀석의 얼굴만큼은 전혀 기억나지 않더라고.
- 그게 첫사랑이랑 무슨 상관인데?
- 그야…….
백호가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켰다. 호열의 손이 자연스럽게 떨어져나왔다. 백호가 떨어져나가는 호열의 손을 잡았다. 호열의 시선이 붙들린 제 손을 향했다. 백호가 호열을 보며 말했다.
- 나한테 그렇게 스스럼 없이 다가와준 사람은, 호열이 너 이전에 그 녀석이 처음이었으니까.
- …….
백호의 손에 쥐어진 호열의 손이 움찔했다.
- 나를 보면서 분명 시작은 무례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장난을 치기 위해서 했던 말이었다는 걸 알아. 나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하루종일 함께 해주었던 것도 알아. 나를 보면서 웃어주던 얼굴이… 온전한 나를 봐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 그래서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아쉬워하는 게 보였는데. 그 녀석은 왜 나를 마을로 돌려보냈을까?
- 백호야.
- 마을로 돌아가라는, 삶이 있는 곳에서 살라는 말을 해주었을 때. 그 녀석은 분명 슬퍼하고 있었어. 나를 보내야하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었다고. 그저 그 한순간에 처음 만났는데. 나도 아쉽고, 그 녀석도 아쉬워하고 있었어. 그때 느꼈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걸.
- …….
- 그 때는 이게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걸 몰랐어. 그저 나를 봐주고 웃어주던, 아쉬워하던 그 얼굴을 마주볼 수 가 없었으니까.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노을지던 하늘이 아니면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았어. 그 때 얼굴을 한 번만 더 들여다봤더라면. 내가 그 녀석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까?
- …….
- 호열아. 나는 그 녀석과의 시간을, 함께 뛰어놀았던 그 숲의, 바다숲에서의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꿈에서는 항상 기억하고 있었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녀석과 보낸 하루가 그 시절 내게 있어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걸. 꿈에서 깨어나면 흐릿한 기억보다 더욱 흐릿한 그 녀석의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애 썼는데. 결국 안되더라고. 그러다가 그 바다숲이 생각난 거야. 거기를 다시 가보면, 그 녀석도 그때까지 거기 살고 있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이 좀 더 확실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되어있을 줄은 몰랐지만.
백호의 말을 끝까지 듣고있던 호열이 말했다.
- 그 아이와 헤어지고 난 순간부터 기억이 사라졌다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 뭐?
- 이를테면, 그 숲의 저주같은 거 말이야.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백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열을 내려다보는 표정이 매서웠다. 그런 백호를 올려다보던 호열이 말을 이었다.
- 그 숲의, 산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잖아. 바다숲에 사는 요괴 이야기. 숲을 헤매는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가 살고 있다는 거. 그래서 그 주변 마을에서 곤란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제물마냥 숲에 버리고 오면 누구도 살아나오지 못하는 숲.
- 너,
- 백호야.
백호가 움찔했다. 호열의 암녹빛 눈이 단호하게 빛났다.
- 너 그 숲에 들어가서 홀린 거야.
- 뭐?
- 숲에 버려진 사람들은 숲에서 살아나오지 못 했어. 버려지지 않은 사람이 우연히 들어와 길을 헤매더라도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로 숲 밖에서 발견되곤 했잖아? 그 숲의, 산의 소문이 워낙 크게 돌아서 나도 기억해. 그 마을 신문에, 네 이야기도 있었던 거 알아? 마을 사람들이 사색이 되어 너를 찾아다녔는데 네가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거든. 아마 너는 그 당시의 기억이 없을테니 몰랐던 거겠지.
- …….
- 백호야.
호열이 입술을 달싹였다. 백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인다.
- 기억이 지워진 건 이유가 있는거야. 그러니, 잊어버려.
- …….
- 죽음과 맞닿은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려. 그리고 앞으로 밝게 빛날 너의 삶을 위한 현재를 보며 살아.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 …….
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 그래서?
- 이제 꿈에서도 그 때의 광경이 나오지 않겠지.
- 허. 그래도 괜찮다고?
- 백호는 앞만 보며 달려야하는 녀석이야. 녀석에게 어울리는 건 태양이지 달이 아니라고.
- 허 참. 이해할 수 가 없네.
백호는 다음날부터 농구부 활동에 참여했다. 어제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뿐이라고! 천재의 부활이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는 모습을 보고 돌아나온 호열을 불러낸 것은 태섭이었다. 암녹빛의 눈과 갈색을 띄는 눈이 서로를 마주했다.
- 백호한테 괜한 바람 넣을 생각하지 마.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첫사랑이 너라는 거 알려줘도 되지 않았나? 네가 그랬다며.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 …그래서 만났잖아.
- 그럼 기억도 하게 해줘야지. 기억도 못하는데 눈 앞의 중학생 시절부터 함께 다녔던 놈이 첫사랑이라는 걸 무슨 수로 알아?
- 내 정체를 안다고 해서 참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죽고싶어?
- 송구스럽지만 같은 요괴한테 그런 협박 안 통하는 거 알지? 같은 바다숲 출신이면서.
- …….
호열이 태섭의 말에 마른 세수를 했다. 태섭은 그런 그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 진짜 알 수 가 없네. 너도 쟤 귀여워했잖아? 기억 지우고 마을로 돌려보내고, 그 후로 저 녀석이 이 근방으로 이사갈 때 바다숲의 산 꼭대기에서 안 보일 때까지 애처롭게 쳐다본 거 기억 안 나?
- …애처롭게 본 거 아니거든?
- 어쨌든 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 쳐다봤다는 거잖아?
- 말을 말지.
- 산이 밀리고 집을 잃어버리고 쟤가 있는 곳까지 거주지를 옮긴 건 넌데?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호열이 짜증스레 태섭을 보았다.
- 백호 농구부에 없어서는 안 될 녀석이야. 어제처럼 저 녀석이 크게 흔들릴만한 일이 또 생기는 건 곤란해. 안그래도 농구 초보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해서 바쁜데 어제 정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 하아… 정말 인간세상에 완벽 적응했네. 인간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산이 밀리면서 너네 가족 지키다가 너네 형 사고 당했잖아.
- 하, 이렇게 불똥을 튀긴다? 그래서 복수 했잖아. 공사 진행했던 놈이랑, 그 땅을 매입해서 밀어버리라고 했던 놈들 목 다 땄잖아. 더러워서 잡아먹지도 않고 목만 따서 버려줬는데. 그런다고 형이 돌아올 수도 없는 거, 형이 좋아하던 농구 좀 한다는 게 뭐 어때서? 그리고 농구는 재미있어. 쓰레기 같이 플레이하는 놈들 있긴 한데 농구 자체는 엄청 재밌다고. 그러니까 너도 만나고 쟤도 만나고 그러는 거지.
- …….
괜한 역린을 건드린 탓에 와다다 쏴대는 말만 듣게 된 호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태섭이 말했다.
- 너 쟤 아직도 좋아하는 거 아냐?
- …백호한테 말 한마디라도 하기만 해봐.
- 그러진 않을거고. 기억을 지워서 너를 기억할 리 없는 놈이 너를 기억해냈잖아.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 …….
- 그럼 너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
- 뭐를.
- 백호 말야. 네가 이번에 다시 지운 기억이 또 돌아온다면. 그때는 인정해.
강백호는 뭐가 됐든 양호열 너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고.
- …….
호열은 태섭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곱씹었다.
강백호는 뭐가 됐든 양호열 너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고.
- …….
주술은 완벽했다. 그 때도. 지금도. 백호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한 순간이라도 떠올릴 수 없어야 했다. 꿈에서 그 때의 광경이 나타난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주술은 완벽했고, 강백호는 양호열을 기억하지 못 해야했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라고 자기 자신에게 주었던 여지까지도. 백호가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지 않는다면 솔직히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호열은 백호가 자신을 기억하지 않길 바랐다. 그 때의 어린 백호에게 했던 말은 모두 진심이었으니까. 백호는 인간이었다. 죽음과 맞닿은 곳에서, 죽음과 맞닿은 이와 함께할 것이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어야 했으니까. 유한한 삶은 짧다. 원하는 것만 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바쁘고, 빠듯하다. 호열은 백호가 가장 빛나는 삶을 살길 바랐다. 얼마나 살았는지,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인간을 잡아먹는 음침하고 잔인한 요괴의 곁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라는 것은 생각보다 유용한 자리였다. 스킨십도 서슴치 않는 사이이고,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 어느 순간이든 함께할 수 있는 사이였으니까. 백호가 성장하는 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백호가 살만큼 살아 세상을 떠날 때 다음 생의 백호가 태어날 때까지 세상을 떠돌며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호열은 백호의 영혼을 제 눈 안에 새겼다. 백호가 다음 생에 어떻게 태어나든 알아볼 수 있도록. 태섭의 말을 다시 곱씹었다. 강백호는 뭐가 됐든 양호열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가 아니야. 그 반대지. 호열이 노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양호열이었다.
강백호가 뭐가 됐든, 사랑할 운명인 이는.
친구든, 연인이든,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이든, 그 무엇이든.
결국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는 것은, 양호열을 향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무한에 가까운 삶을 모두 살아내고 나면,
그러고 나서도 백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 되면 그때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지워진 기억에서도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
내가 그랬듯, 너 역시 나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백호야. 네가 많이 좋아. 너를 많이 사랑해.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될 줄 알고 있었어.
그렇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피로 뒤덮인 요괴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만나게 된다면. 그 날이 온다면.
그러니 그 때까지는 백호가 자신을 기억해서는 안 됐다. 기억하길 바라지 않았다. 그것이 비록 지금의 백호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는 행위라고 해도. 사랑하는 이 앞에서 당당하게 같은 인간으로서 마주하고 싶은 호열의 욕심이었다.
-fin.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