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시리즈)

[명헌태섭우성/우성태섭명헌] 수인 & 오메가버스 au (2)

* 수인 & 오메가버스 au

* 뱀&알파 명헌 X 코요테&오메가 태섭 X 뱀&알파 우성

* 제목은 아직도 못 정해서 미정… 인데 진짜 이 시리즈 완결 볼 때까지 제목 못 지으면 어떡하지

이상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이상한 관계에서도, 결혼식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태섭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산왕에 적응을 시작했다.

산왕의 추운 환경은 온몸이 털로 뒤덮힌 코요테 수인 태섭에게 상대적으로 덜하게 다가와서, 명헌이나 우성과 같은 산왕의 수인들보다는 덜 한 도톰한 옷을 받게 되었다. 생각보다 추위를 타는 카오루와 아라에게는 일반 산왕의 수인들이 입는 정도의 두툼한 옷이 지급되었고. 항상 온화한 기후의 북산에 익숙한 탓인지 어린 아라는 자주 콧물을 달고 다녔다. 태섭이 산왕 우두머리들의 반려라는 소식에 길가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태섭에게 예를 차렸다. 작은 도마뱀…인 줄 알았던 코도모 왕도마뱀인 현필의 안내에 따라 산왕의 도심을 중심으로 길을 익히던 태섭은 덩치 큰 현필의 뒤에 숨곤 했다. 그런 태섭에 현필이 그를 돌아보며 사람 좋게 웃었다.

“당신은 산왕 우두머리들의 부인이 될 분이시니 예를 갖추는 이들 앞에서 숨을 필요 없어요.”

“그치만…….”

“우두머리는 통치하는 자들에게 인사를 받을지언정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걸으세요. 당신의 위엄은 곧 산왕의 위엄이니까요.”

“…….”

그 말에 태섭이 쭈뼛쭈뼛 현필의 앞으로 나왔다. 삐그덕 거리면서도 숨거나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으려 했다. 현필은 다시 사람 좋게 웃으며 태섭을 안내했다. 산왕은 거칠고 강한 찬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기에 명헌과 우성이 지내는 건물이 아니면 고층 건물이 없었다. 완만하게 바람을 넘기기 위해 건물 꼭대기를 둥글게 만들고, 벽을 두텁게 했다. 희귀 약초 및 광물을 채취하여 가공하고, 타지역과 거래하는 상업이 발달한 탓인지 우두머리 건물 주위부터 상가 건물이 가득 차 있었다. 상가 건물 바로 옆에 거주용 건물이 있어, 그 사이에 통로를 뚫어 연결해둔 식이었다. 산왕의 수인들 중 대부분이 파충류라 그런지 건물이 크고, 도로가 넓었다. 상가 건물 뒤로는 저마다 상단용 마차가 배치되어 있었다. 마구간 역시 벽이 두껍고 보온이 잘 되어 있었다. 마구간 안에 서있는 말들을 보던 태섭이 물었다.

“저 말들은 춥지 않아? 문이 닫혀있는 게 아니잖아.”

“마구간 내부에 온열 마법을 걸거나 발열석을 가공해 넣어서 춥지 않아요. 상단을 수시로 운영해야 하는 산왕의 입장에서 문을 여닫을 시간도 아깝거든요.”

현필의 말대로 마굿간 안의 말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말들의 뒤로 보이는 주홍빛이 현필이 말한 그것인 모양이었다. 태섭이 그것을 보다 저도 모르게 손을 비볐다. 현필이 그것을 보곤 주머니에서 작은 발열석을 그에게 내밀었다.

“추우셨어요?”

“아. 그건…….”

“전 산왕의 기후에 익숙해서 이 정도는 괜찮아요. 받으세요.”

“…고마워.”

현필의 손에 쥐어졌을 때는 아주 작아보였는데 태섭이 받아들었을 때 두 손 가득 채워진다. 현필의 손 크기를 새삼 체감한 태섭이 양손 가득 채워진 발열석을 쥐었다. 너무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해 기분 좋았다. 태섭이 발열석을 찬 바람에 언 뺨으로 갖다대었다. 따뜻해.

산왕의 중심 상가를 돌아본 태섭이 앞으로 지내게 될 집으로 들어왔다. 산왕의 우두머리인 명헌과 우성이 지내는 건물이었다. 다른 건물들 보다 높게 솟은 건물은 우두머리의 방으로 향할수록 계단을 오르게 되어 있었다. 계단 밑으로는 산왕을 방문한 손님을 접대하는 방들이 있었다. 추위와 바람에 견디기 위해 겉은 투박하게 지어진 것과 달리 속은 발열석과 보온 마법이 걸린 물품들로 곳곳이 영롱한 주홍빛으로 빛났다. 산왕의 특산물을 주로 거래하기에 방문한 다른 지역 상단의 눈에 잘 들어오도록 산왕에서만 나는 희귀한 약초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기도 하고, 산왕의 희귀 광물을 원석과 다양한 악세사리 등으로 가공한 물건들 또한 복도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발 밑으로는 산왕의 거친 기후에 적응하여 두꺼운 가죽을 가진 짐승들로 만든 두툼하고 부드러운 러그가 길게 이어졌다. 명헌과 우성이 쓰는 방 앞까지 도착하고, 현필이 태섭을 보며 말했다.

“오늘 일정 고생하셨어요. 저는 내일 오늘과 같은 시간에 여기에 나와있겠습니다. 내일은 산왕 외곽을 돌아볼 예정이에요. 혹시 많이 춥진 않으셨나요?”

현필의 말에 태섭이 양손에 쥐고 있던 발열석을 건네며 말했다.

“괜찮아. 내일… 또 봐.”

“내일 뵐게요.”

발열석을 받은 현필이 사람 좋게 웃은 뒤 예를 차려 인사하고는 복도를 돌아나간다. 태섭은 산왕에서 가장 크다는 그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처음 만남이 썩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를 구하고 나서 자신이 산왕에 오게 된 것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은혜를 갚기 위해 자신을, 자신을 포함한 살아남은 가족들을 이곳 산왕에 데려와 안전을 보장하게 된 것은 좋았으나… 정말로 이게 좋은 방법인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태섭이 온기가 남아있는 제 손바닥을 보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이들과 결혼 및 임신… 을 해야하는 제 사정이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조건을 걸고 온 곳이라 처음 이미지가 좋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 이들이라 마음이 복잡하다고 해야할지.

어차피 선택권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태섭이 숨을 골랐다. 천천히 문을 대신하는 두꺼운 커튼을 걷는다.

“왔어? 춥진 않았어?”

“뿅.”

커튼을 걷고 들어오자마자 둘의 시선이 태섭을 향한다. 우성의 긴 다리가 몇 번 성큼성큼 걸었을 뿐인데 금새 태섭의 앞까지 닿아있었다. 우성이 손을 들어 태섭의 빨간 뺨을 감쌌다. 뱀 수인이라 그런지 태섭보다 낮은 체온이 더 차가운 뺨에 닿아와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괜찮다고 작게 답하자 우성이 손을 내린다. 방 중앙에 피워놓은 화로 앞으로 그를 이끈다. 화로 위에는 크고 검은 솥냄비가 끓고 있었다.

“크림 스튜 좋아하나 뿅.”

명헌이 커다란 솥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은근하게 끓어오르는 스튜의 고소한 냄새가 방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배고프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음식 냄새를 맡으니 배가 고파졌다. 태섭이 저도 모르게 배를 감싸자 우성이 태섭이 앉을 자리에 푹신한 방석을 깔아주었다. 태섭이 자리를 잡고 앉아 머리 위에 덮어쓴 두터운 천을 거두었다.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정리하는데 시선을 느낀다.

“왜?”

“아니, 아니야.”

“그 머리가 더 괜찮아서 뿅.”

“…패션을 모르네.”

“근데 진짜 평소에 올린 머리는 브로콜리가 생각나는 걸.”

태섭이 입술만 비죽였다. 명헌이 건더기를 많이 담아낸 스튜 그릇을 건넸다. 태섭이 받아들자 우성에게도 건네고 제 몫도 덜어낸다. 제 그릇을 물끄러미 보던 태섭이 말했다.

“…많아.”

“뿅…….”

“먹을 만큼만 먹어도 돼. 태섭이는 소식가구나.”

“…당신들이 많이 먹는다고는 생각 안 해?”

꿈벅꿈벅 두 시선이 순진무구하다. 태섭은 덩치값 하는 모양이라 생각하며 명헌에게서 나무를 깎아만든 국자를 받아들곤 반을 덜어냈다. 그 사이 명헌과 우성이 시선을 교환했으나 태섭은 눈치채지 못 했다.

반을 덜어낸 태섭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튜를 한 숟갈 떠 후후 불어내고 먹어보았다. 고소한 크림 속에 큼직한 감자와 고기에 맛이 잘 배어있었다. 태섭이 눈썹을 세운다.

“어때? 괜찮아?”

“…맛있다.”

“더 먹어용.”

“…….”

얼굴에 화색이 도는 두 우두머리의 시선을 받으며 솥냄비를 보던 태섭이 물었다.

“엄마랑 동생에게도 전해주고 싶은데 괜찮나?”

명헌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성이 큰 그릇 몇 개를 가져와 스튜를 담았다. 태섭이 일어나려 하자 우성이 고개를 저었다.

“다 먹고 가. 그때까지 안 식어.”

“…응.”

우성의 말에 자세를 고쳐앉은 태섭이 식사를 시작했다. 푹신한 방석을 깔고 앉아 불의 온기를 느끼며 따뜻한 스튜를 먹고 있자니 바깥에서 한기를 품고 들어온 몸이 녹으며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씹히는 당근을 삼키는 것으로 식사가 끝났다. 태섭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졸려 뿅?”

명헌의 물음에 태섭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이 자리를 정리하고 명헌이 태섭을 침대로 이끌었다. 태섭을 침대에 앉히고 그의 손을 잡는다. 태섭이 졸린 눈을 들어 명헌을 보았다.

“오늘도 적응 시간을 갖고자 하는데 뿅.”

그의 말에 태섭이 작게 침을 삼키곤 고개를 끄덕였다.

적응 시간. 하루에 한 번씩 갖는 이 시간은 다름 아닌 독을 가진 뱀수인인 명헌과 우성의 독을 미량으로 노출시켜 태섭의 피부에 점적하고 혈관에 스미게 하여 독 내성이 없는 태섭에게 내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었다.

“앗. 하기 전에 다들 양치해요, 양치.”

우성이 양치도구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졸린지 귀찮아하는 태섭을 달래고 그의 손에 양치도구를 쥐어주었다.

귀찮아했지만 양치에 이어 목욕까지 하고 나온 태섭이 가벼운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털썩 누웠다.

“꼬리 나왔네 뿅.”

“귀도 나왔다. 많이 피곤했나봐요.”

타고난 배짱인지, 제게 호의적인 걸 알아서 그러는 건지. 처음 마주했던 날 그렇게 경계하고 딱딱하게 굴었는데 날이 갈수록 말랑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지금처럼귀와 꼬리가 나왔다고 해도 수습하지 않듯이. 포유류는 다 이런가?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게 산왕의 포유류는 다소 난폭한 편이라, 기후 환경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래도 살아남기에는 혹독한 환경이라 다들 성질머리가 있어서.

현필을 노려보면서도 산왕의 안내자를 자청한 그를 거부하지 않고 잘 따라다니는 것만 해도 그랬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가족들의 안전과 그들의 안정된 모습을 매일같이 확인하기 때문에 경계가 허물어진 건지.

눈이 가물가물한 태섭을 보며 침대 밖에 앉은 명헌과 우성이 태섭의 손을 한쪽씩 잡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뱀의 혀가 날름대며 태섭의 손가락을 휘감자 그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손등 위로 송곳니를 아주 살짝 찌른다. 아주 미량의 독을 흘려내야 했기에 명헌도 우성도 이 시간만큼은 독 컨트롤에 매우 심혈을 기울였다. 사냥감이나 적을 죽이는데만 쓰던 것이기에 더 많이 독을 흘리면 흘렸지 줄여본 적이 없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자칫하면 반려를 독살시킬지도 모르기에.

한방울 반 정도 되는 독이 송곳니가 낸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태섭의 손등에 스며들었다. 손등의 혈관이 검게 물들더니 순식간에 팔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으…….”

태섭이 눈을 감고 인상을 썼다. 어깨를 타고 목까지 퍼진 독이 혈관을 검게 물들였다. 우성이 태섭의 잠옷 바지를 종아리 위까지 걷어 올렸다. 검은 혈관이 그의 발등까지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태섭의 몸이 독에 의한 열기에 휩싸였다. 얼굴을 비롯해 전신이 땀에 젖어든다. 벌어진 입술에서 헐떡이는 숨이 뛰쳐나왔다. 명헌이 태섭의 양 손등의 송곳니 자국을 소독하고 거즈를 붙였다. 독이 퍼져나간 근원지인 손등은 검은 혈관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한 우성이 숨을 길게 내뱉었다.

결혼식을 바로 올리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형질인의 결혼은 이른바 각인을 모든 이들에게 보임으로써 둘의 관계를 모두에게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었는데, 독뱀인 명헌과 우성이 각인을 위해 태섭의 뒷목을 물면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독에 죽을 수도 있었다. 각인이 아니어도 독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는 태섭에게 독 특화 지역인 산왕은 너무 위험했다. 지금 하는 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 시작된 행위였다.

내륙 타이판의 독은 뱀종 중에 가장 강한 독을 가진 종이기에, 그들의 독에 대한 내성만 있어도 어지간한 독은 다 내성이 생길 것이다. 태섭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아끼는 가족들도 아주 약한 독부터 시작해 내성을 기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산왕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낸다곤 하지만 평생 이 건물 안에서만 살 순 없으니.

태섭은 다른 누구도 아닌 명헌과 우성의 독을 견뎌야 했기에 시작부터 둘의 독으로 시작해야 했다. 그의 가족들처럼 약한 독부터 시작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극미량부터 시작해도 태섭에게는 고통의 시간일 뿐이겠지만.

손등부터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을 뒤덮는 저린감은 매번 견디기 힘들었다. 혈관을 타고 독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느낌이 생생했다. 폐쪽을 지나면 숨 쉬기 힘들었고 허벅지를 지나면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발이 불에 타는 느낌이었다.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 숨쉬기조차 버거울 때면 생리적으로 고인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곤 했다. 한방울도 채 되지 않는 양부터 시작해 한방울 반인 오늘까지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으나 태섭은 견디고 버텨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나 별 수 없었다.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모친과 동생을 지킬 수 있는 건 자신 뿐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남은 가족들이 어찌될지 몰랐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눈 앞의 이들이 자신의 죽음에 남은 가족들에게 돌변할 성정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니. 가족들만 남기고 죽고싶지 않았다.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다 죽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살아남고 싶었다. 부친과 형의 몫까지 모친과 동생을 지키고 싶었다. 빌어먹을 형질 때문에 가족의 반을 잃고 이 형질 때문에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된 게 아이러니했다. 뭐가 됐든 살고싶었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 태섭에게는 그것만이 전부였다.

“…….”

각각 한방울 반씩. 총 세방울의 독을 견뎌낸 태섭이 까무룩 잠들었다. 전신에 검게 도드라졌던 혈관들이 원래 색을 찾으며 모습을 감추었다. 한방울도 치명적인 산왕 우두머리 둘의 독을 오늘도 견뎌낸 것이다. 식은땀으로 푹 젖은 몸을 닦아내는 우성의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태섭의 상태를 재확인한 명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태섭이 가족들 보러가요?”

“뿅.”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 쓸 여력 없도록, 서로가 모르도록 같은 시간대에 태섭과 그의 가족들을 독에 노출시켰다. 서로를 아주 아끼는 자들이기에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 독을 삼키고 있다는 말은 서로에게 절대 비밀이었다. 처음 그것을 알았을 때는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으나 그들의 유대를 알고나서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의 알에서 한 개체씩 태어나는 파충류는 가족애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한 모체에서 태어났기에 가족이나 형제자매에 대한 개념과 의식은 있으나 거기까지였다. 다같이 태어나도 정신차리고 나면 이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 해 죽는 이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산왕은 가족의 개념보다 의형제의 개념이 더 컸다.

태섭의 가족이 있는 방으로 향한 명헌이 그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태섭에게 명헌과 우성이 붙어있던 것처럼 태섭의 가족에겐 현필과 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가 붙어있었다. 독을 이겨내고 지쳐 잠든 이들에게 시선을 두다 예를 차리는 두 수인에게 손을 들어보인다.

“어린 알파는 베타보다 더 많은 독을 적용중입니다.”

의사의 말에 명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에게 태섭의 동생이 알파 형질이라는 것을 전해들었다. 산왕의 모두가 우두머리의 반려 가족을 목숨걸고 지키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아직 어린 개체이기에 내성을 기르는 것은 어른 개체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상태를 확인 후 방으로 돌아온 명헌이 침대 근처를 벗어나지 않은 채로 책을 보는 우성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죠?”

“우리 독보다 훨씬 약하니까.”

태섭을 확인하고 우성 근처에 앉은 명헌이 그가 건네는 다른 책을 건네받았다.

[코요테의 모든 것]

참고로 우성이 보고있는 책은 [파충류의 시선에서 포유류란] 이라는 책이다. 둘은 산왕을 관리하면서 결혼식 준비도 하고 태섭과 그 가족들의 독 내성을 기르는 틈틈히 반려가 될 코요테 수인에 대해 공부했다. 책은 현필의 형인 현철이 최근 상단활동을 하며 구해온 것들이었다. 그저 알을 낳아 후손을 보라고 지랄해대는 노인네들이 귀찮아 어떤 오메가가 오든 알만 낳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섭을 만나 그에게 내건 조건을 뒤집어 엎을 만큼 흥미가 생긴 탓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처음보는 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시작한 공부였다.

사냥이나 전투를 위한 전술전략 공부나 상대의 약점을 찾는 것만 배워온 이들이었기에 죽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사랑…하기 위한 공부가 퍽이나 낯설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애정보다는 오메가를 깔아놓고 지배하고 싶은 알파의 욕망이 더 크지만, 분명 그는 산왕의 두 우두머리의 시선을 잡아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눈물겨운 가족애인지, 가족의 안전을 빌미로 얼토당토 않은 조건 앞에서 담담한 척, 강한 척 하면서도 파르르 떨리는 몸이 애잔해서인지, 엎어진 강제 조건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확 풀어지는 경계가 귀여워서… 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책에서는 일반 암컷 기준이지만 보통 새끼를 여섯 정도 낳고 한마리씩 낳거나 최대 열 아홉마리까지 낳는대요. 태섭이는 수인이고 오메가니까 더 많이 낳을 수 있겠죠?”

“낳는 건 인간 형태로 낳는 거라 한 번에 많이는 못 낳을 거다 뿅.”

“히트 올 때마다 하면 무조건 임신이잖아요. 노팅만 하면.”

“뿅.”

“우리는 뱀이니까… 기본은 쌍둥이겠죠?”

우성이 하는 말의 의중을 파악한 명헌이 손을 들어 지쳐 잠든 태섭의 배 위에 대어보더니 말했다.

“일단 다 넣을 수 있게 길들이는 게 관건 뿅.”

그에 우성이 순진하게 웃으며 말한다.

“괜찮을 거에요. 오메가니까.”

두 개 쯤이야 쉽게 삼키겠죠. 오히려 좋아할지도?

두 알파 뱀수인이 오메가를 내려다보았다. 노랗게 빛나는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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