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님/감상 커미션(샘플용)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던 두 세계가 만나는 그 교점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상대의 세계에 입장하게 되는 문이니까요.
저는 글의 첫 문단이 마치 사람의 첫인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작문 실력은 어떠한지, 어떤 문체를 가지고 있으며 표현력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글이 어떻게 진행될 지 첫 문단을 보고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글을 읽어나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커미션 글을 받으면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는 편이라, 마감일보다 빨리 감상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제가 이 글을 처음 본 시각도 글을 받은 날 당일 1시가 넘는 늦은 새벽이었고요. 문체과 묘사를 중점으로 글을 읽어달라고 하셔서 이 점 유념하고 글을 폈습니다. 그리고 첫 문단을 읽는 순간, 거짓말 하지 않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보통 비유와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가는 글은 잘못하다가는 유치해 지거나, 너무 설명문처럼 반복해서 루즈해 지는 경우가 많죠. 무얼 말하려는지 모르겠는 느낌만 들기도 하고요. 그러나 신청자님의 글은 2~3줄 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길이임에도 저 위의 요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술자가 현재 보고 있을 햇살의 따사로움과 눈부심이 제 눈앞에 선한 듯 했습니다. 지금은 분명 어두컴컴한 새벽 1시인데도요.
첫 문단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표현은 ‘어색하리만치 찬란한 햇살’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감고 있던 눈을 떠서 그저 눈이 부신 것을 표현하는 줄 알았는데, 2번째 읽으니 다른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그녀에게 모진 말을 하고, 그녀를 외면합니다. 그리고 결국 상처만을 남기고 이 관계는 그녀의 죽음으로 끝이 나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는 그녀가 자신을 원망했다면 원망했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꿈 속의 상황이 어색하겠지요. 그녀는 자신을 미워할텐데, 꿈 속은 그와 반대로 너무나 화창하니까요. 이런 그의 무의식적인 생각이 ‘어색하다’ 와 ‘찬란하다’라는 두 단어와 함께 만나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삘이 찌르르 느껴졌습니다. 와, 이번 커미션은 엄청난 분이 오셨다.
작가님의 글의 특징은 표현이 아주 섬세하면서도, 자신만의 명확한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순간’, ‘기억’, ‘추억’… 이 모든 것은 전부 추상적인 요소들이죠. 그런데 이런 추상적인 요소를 자신만의 단어로 정리하고, 이를 독자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글로 적어내시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마치 잘 짜여진 흑백만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완벽함을 믿었던 A가 그로 인해 결국 자신의 소중한 관계를 스스로 끝을 내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완벽주의임에도 불구하고 흑백논리를 경계하며 신중한 성격인 A가, 돌이킬 수 없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마저 영영 잃게 되었으니까요. 그도 분명 미숙했을 뿐인데, 세상은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군요. 아니면 혹은 이미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집에 사로잡혀 그녀에게 상처만 준 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 어찌되었건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고, 그가 잘못을 뉘우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이 관계의 가장 큰 맛도리.. 아니 핵심인 것 같았습니다. 또한 노리신 부분이실지 모르겠지만 자신自身과 자신自信의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표현도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이 진실 혹은 거짓으로만 나눌 수 없다는 표현은 선생님의 글에서 처음 들어보았는데요. 저는 사람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으로 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선악 뿐만이 아니라 참과 거짓에 있어서도 분명 그렇겠구나 하고 새로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글을 읽은 후에 제 세계가 약간은 더 넓어진 느낌이 들었고요. 가볍게 커미션을 위해 받은 주신 글일 테지만, 생각치도 못 하게 제 인생에도 연필 자국을 남기셨습니다.
연필 자국의 말이 나와서 한 번 잠시 적어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글을 읽으며 신청자님께서 공을 들여서 적었다는 느낌이 딱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부분도 물론 부족함 없는 흐름이 이어지지만, 이 문단은 특히 다른 것에 배로 완성도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연필과 지우개로 시작하여 도화지와 물감으로 이어나가고, 그들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종이의 일어남과 젖어버린 종이로 표현한 점이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보통은 흰 도화지에 검은 물감을 칠한다고 하는데, 한 번 꼬아서 색이 바뀌어 나온 부분도 생각할 점이 많다고 보았습니다. 신청자님께서 무슨 의도를 담아 이렇게 적으셨는지는 저는 알 수 없으니 개인적인 해석을 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는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며, 자신은 선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A의 가치관이 비유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이 글은 꼭 어려번 다시 읽어봐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문단을 읽고 여운을 느끼다, 정말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지금 당장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첫 문장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게 되된 결과, 글의 마지막, A의 꿈이 첫 문단과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이래서 좋은 글은 여러번 읽어봐야 한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번 읽으면 읽을 수록 하나씩 숨겨진 요소들을 찾고, 그 가치가 더욱 쌓여가는 글 만큼 훌륭한 글이 있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내주신 노래가 완벽했습니다.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 황급히 방을 뒤져 줄이어폰을 찾아 귀에 꽂고 들은 것은 제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가만히 노래를 들어보니 잔잔한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히 따스했을 어느 오후, 창 밖에 내리쬐는 햇살과 흩날리는 꽃잎, 어색하지 않은 적막 속의 고요한 평화…… 아마 이 때는 A가 가장 돌아가고 싶어 하는 때이겠지요. 글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후회, 안타까움, A의 자신도 몰랐던 사랑과 이미 지나간 기회, 아련함들이 잔잔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제가 이들의 행복했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러 가는 듯 하였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마치 하나의 목걸이가 만들어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들 하나하나의 성격, 가치관, 어떠한 일들이 있었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였는가. 제시해 주신 눈앞의 흐름을 따라 표현을 하나하나 꿰어가며 음미하다 보니, 끝에 도달하였을 땐 어느새 아름다운 작품이 제 손 안에 존재하더군요. 이는 제 기억 속 어딘가 잊지 못할 반짝임이 되겠지요.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빛나는 작품을 세상 어딘가에 남겨주세요..
아래는 정말 뇌를!!! 빼고 적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읽을때 이렇게 느낀점을 적고 이를 위에처럼 정리해서 올립니다. 그래서 상당히 저급합니다… 읽기 전에 알아주세요
뭐임?
이분 천채인가?
내가 최근 몇개월간 본 글 중에 제일 글솜씨가 좋으심
와 잠만 정말 당황스럽다 ;;;;;;;;;;;;
이렇게 취향일 문체일지 상상도 못 함.
이분 커미션 안 여시나ㅜㅜ 아니 나중에 함 찾아가야겠는데 ㄹㅇ로
아니
아니 A야
야이…야이나쁜놈아
마!!!!!!
신중하다매!!!!!!!!! ㅠㅠㅠㅠ
원래 완벽한 애들이… 자기 사랑만 ㅈㄴ말아먹긴 해… 그래서 맛있는거지만
아 이 글 B 시점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B는 A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6년이란 시간 동안 외면받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언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빨리 일어나서 저남자 한대 때려버리고 후회남 데리고 잘 사세요ㅠㅠㅠㅠㅠㅠ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
기분이다
언니 관짝open
부활~~!!
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이집 사약 맛집이잖아?
숨참고
사약다이브~
후회해
아니 후회하지마
행복해
아니좀만더 고통받아
하……
사약이 너무 맛있어요
조금 피맛이나고 눈물이 줄줄나지만 괜찮아요
암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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