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대만] 우리만물사회 샘플

임시디디함 by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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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으로 퇴마하는 양호열 x 귀신 붙은 정대만

- 동물(고양이 한 마리)과 사람(다수)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 네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구성입니다.

- 제가 귀신을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에(ㅜㅜ) 관련 지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썼으며 무섭거나 오싹한 분위기도 아닙니다. 양호열과 정대만의 일상에 귀신이 양념처럼 쬐끔 등장합니다… (아마도)

- 전체 분량 공백포함 8만 5천자 중에 공개되는 샘플은 2천 4백자 입니다.

- 164페이지 / 17,000원

- 추후 인쇄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웹발행 합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연필을 까딱거리며 머리를 굴려보아도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 패배를 인정하려는 순간 누군가 호열의 책상을 툭 쳤다.

 

“호열아, 3학년 선배가 찾아왔는데?”

“선배?”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호열이 의아하게 교실의 뒷문을 보자 대만이 서 있었다. 삐딱하게 서서 이쪽을 보고 있던 대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호열은 들고 있던 연필을 책상에 내팽개치고 후다닥 뒷문으로 나갔다.

 

“어쩐 일이에요? 3학년 교실은 2층이잖아요.”

“너야말로 오늘 아침에 어쩐 일이냐. 결국 체육관에 온 이유도 얘기 안 해줬잖냐.”

“아아….”

 

대만을 데리고 복도로 나온 호열이 1학년 3반이 있는 쪽을 잠시 힐끔거렸다. 대만의 시선이 호열을 따라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해답을 찾았으니 알려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호열이 가벼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3반이 합창 대회 연습을 하는데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요.”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대만군이 새벽부터 체육관에서 공을 던지니까….”

 

킥킥거리며 말을 하던 호열이 순간 삐걱거렸다. 대만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박거리자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왜 몰랐을까. 체육관에서 공을 던지는 소리가 교실까지 들릴 리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교실에서 십자말풀이에 열중하던 호열에게도 농구공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우리 체육관, 문만 닫아두면 방음 꽤 잘되는 편이라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을 텐데? 체육관에서 나는 소리 맞아?”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하는 호열이 입을 꾹 다물자 대만도 덩달아 눈만 깜박였다.

 

“…….”

“…….”

“…….”

“귀, 귀신!”

 

대만이 펄쩍 뛰며 호열의 팔에 매달렸다. 대만만큼이나 놀란 호열이 팔을 흔들며 뿌리치려 했지만 농구선수의 악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무섭다고 소리를 꽥꽥 지르는 대만의 얼굴을 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그럴수록 대만은 더욱 몸을 붙여왔다.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복도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연신 힐끔거리며 관심을 보냈다.

 

“귀, 귀신 아냐? 어? 양호열! 그거 귀신 아니냐고?”

“아니, 무슨 키가 팔 척보다 큰 사람이 귀신 타령을 해요! 귀신 아니에요!”

“너 그거 편견이다! 키가 큰 사람도 귀신 무섭다고! 나 새벽에 계속 연습해야 하는데 귀신 나오면 어떡해!”

“귀신 아니라니까…!”

 

제 어깨에 달라붙어 호들갑을 떠는 대만을 떼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휘두르던 호열이 복도 끝의 희미한 형체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치장한 그는 호열과 대만을 지긋이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여름이지만 그 주위만 이상하리만치 싸늘한 느낌, 분명 눈알이 이쪽을 향하고 있지만 초점 없이 흐릿한 동공, 몸의 경계가 희미한 형태. 호열이 살면서 보아온 귀신들과 추호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덧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것은 대만의 옆에 서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야, 어떡할 거냐고! 나 이제 무서워서 연습 못 해! 양호열, 네가 책임져!”

“대만군….”

“왜, 왜 부르는데! 나 진짜 너무 무섭다고! 네가 어떻게든 해 봐!”

 

이미 호열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눈치챈 그 형체는 귀신치고도 제법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과장을 좀 보태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건가? 해소할 수 없는 의문이 쌓이는 동안 그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저 대만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 시선을 보냈으면 이쪽에도 관심을 보일 법 하건만 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호열은 자신의 어깨를 쥐어짜고 있는 대만의 손등 위로 제 손을 겹치며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대만군, 그거 진짜 귀신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말아요.”

“그럼 뭔데! 이상한 소리 났다며! 새벽에 이상한 소리가 들릴 일이 뭐가 있냐고!”

 

사색이 된 대만이 덜덜 떨며 물었다. 잔뜩 웅크린 선주와 제게 매달린 대만. 전부 호열이 끌어들인 사람들이었다. 아, 여기서 발을 빼기는 틀렸구나. 피어오르는 얄팍한 책임감에 호열이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내일 다시 알아볼게요.”

“…네가?”

“네.”

“진짜?”

“네. 무섭다며요. 정대만이 무서워서 농구 연습을 못 하겠다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죠.”

 

스스로 되새기는 다짐과도 같은 말에 대만이 그 약속 꼭 지켜야 한다며 호열에게 다시 달라붙었다. 학생들이 오가는 복도 한복판에서 호열과 대만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했다. 둘의 새끼손가락이 맞물린 순간 대만의 옆에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호열을 응시했다. 시선을 느낀 호열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쏘아붙이는 눈빛은 마치 뒤통수를 뚫을 기세였다.

 

“너 진짜 나 모른 척하면 가만 안 둔다! 엉? 내일 새벽에 꼭 나와야 해!”

“알겠으니까, 빨리 교실로 돌아가요. 시간 좀 봐. 곧 수업 시작하겠네.”

 

대만은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 나서야 조금 진정된 모양인지 호열의 건방진 말투를 지적했다. 선배한테 말투가 그게 뭐냐고 연신 투덜거리며 멀어지던 대만의 뒤로 그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가고 있었다. 호열은 차마 대만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기이한 동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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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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