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대만] 러브레터교습소 샘플
- 28페이지(본문 24페이지 + 편집페이지 4페이지) / 4000원 / 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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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주의사항은 없으나 클리셰 범벅 & 순정만화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 추후 인쇄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웹발행 합니다.
“네가 그렇게 러브레터를 잘 쓴다며?”
그 말이 제 머리 위로 쏟아진 순간을 호열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도시락을 비운 뒤, 옥상에서 천원을 걸고 젠가를 하는 친구들을 버려두고 혼자 교실에 내려온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책상에 얌전히 앉아 용팔과 대남을 거쳐 호열의 손에 들어온 소년 점프를 골똘히 읽는 중이었다. 이번 주는 호열이 좋아하는 연재작 <드림 바스켓>의 인기투표가 있는 날이라 서둘러 읽고 하굣길에 엽서를 보내야 마감일까지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는 마음에 급했다. 그래서 여느 때였다면 귀찮음을 감추지 못했겠지만 조금 전 호열을 부른 목소리는 반쯤 장난기가 서렸음에도 원래의 다정함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니 호열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홀린 듯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네?”
올려다본 곳에는 가짜 앞니를 반짝이며 웃는 정대만이 있었다. 대만은 앞자리의 빈 의자 등받이를 짚고 삐딱하게 선 채로 호열을 내려다보았다.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라 호열은 퍽 바보같이 되물었다. 갈라진 목소리를 정대만이 들었을까? 대만은 조금 전보다 환하게 웃었다. 젠장, 들었구나.
“1학년 7반 양호열이 러브레터를 잘 쓴다고 우리 반까지 소문났더라.”
“아, 뭐….”
“진짜 그렇게 잘 쓰냐?”
“……글쎄요.”
호열은 애매하게 대답했지만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자신이 러브레터를 잘 쓴다는 소문이 북산 고등학교 전체에 퍼졌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호열의 궁금증은 대체 그 소문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였다. 백호가 50번의 고백을 하며 러브레터를 쓸 때 옆에서 도와줬다고 소문이 난 게 아닐까? 구식과 대남이 머리를 맞대어 추측했다. 그게 사실이면 더 이상한데? 백호는 호열이랑 같이 쓴 러브레터로 50번이나 차였는데? 용팔의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소문을 정정하자면 양호열은 상대에게 거절당하는 러브레터를 잘 쓰는 사람이었다.
“네가 우리 반 반장 도와줬다던데?”
“반장?”
“단발머리.”
“아….”
그렇지만 호열이 그 소문이 퍼지는 걸 굳이 막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편지 한 장 쓰는 걸 도와주면 얻는 것이 많았다. 지난주 1학년 교실까지 찾아와 도와달라던 3학년 선배와 두어 시간 동안 편지 한 장을 같이 쓰고 학교 식당 식권을 세 장 받았으니 그 정도면 쏠쏠한 장사였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갸우뚱거리며 되묻던 대만은 손을 뻗어 호열이 보던 소년 점프를 뒤적거렸다. 아, 이거 이번 주 거냐? 나 아직 안 봤는데 너 다 보고 나도 빌려주라. 대만은 마치 매일 보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체육관 밖에서는 지금 처음 본 사이인데?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어오는 대만의 행동을 보던 호열이 소년 점프를 제 쪽으로 당겼다.
“그 소문 듣고 날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아아.”
대만은 기어이 앞자리의 의자를 빼고 앉더니 호열의 책상에 몸을 바짝 붙였다.
“나도 러브레터 쓰는 거 도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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