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난 자들의 짧은 티타임

2차 연성 by 니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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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와 체자렛이 티타임을 가집니다. 프라로드 요소 약간 있어요.

달그락.

 

도자기로 된 찻잔이 받침에 떨어지듯 닿는다. 순간 체자렛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지만, 프라우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턱을 괸 채 시선을 마주 보았다. 야외지만 천장이 있는 티룸은 괴상하게도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빛나지 않는 눈동자는 어두운 거울처럼 자신이 보인다.

 

“내 티타임에 끼어든 사람치고 굉장히 무례하군요. 그래도 내가 꽤 아끼는 것들인데.”

 

“안 깨 먹었으니까 상관없어.”

 

“하.”

 

잔 손잡이에서 마찰음이 들렸으나 오히려 프라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다시 찻물을 담았다. 소리 없이 흐르는 연갈색 홍차가 얼추 채워지고 각설탕 한 뭉치를 잡아넣었다. 설탕은 뜨거운 물에 모습을 잃고 사라진다. 하지만 이 찻물엔 설탕의 단맛이 흔적으로 남았다.

 

“그래서 왜 온 건지 말 안 해줄 건가요?”

 

챙이 넓은 모자의 그림자가 내려앉은 얼굴은 노기가 사라지고 웃음이 남았다. 질문을 들은 프라우는 반대로 입가의 미소가 사라진다.

 

“그거야 뭐… 요즘 특정 인물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라던가.”

 

눈을 동그랗게 뜬 체자렛이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태연한 모습에 프라우의 미간이 절로 꾸겨진다.

 

“어머. 저는 사교활동도 금지당했던가요? 그저… 마음이 잘 맞는 사람으로 보여서 다가갔을 뿐인데.”

 

“용덕후씨. 헛소리는 그만하시고 적당히 해. 여기서 더 했다간 우리 행정관이랑 요정이 크게 노하실걸.”

 

체자렛은 대답하는 대신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찻잔을 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입가에 홍차가 닿는다. 그리고 차가 몇 모금 삼켜지고 그제야 붉은 입술이 열린다.

 

“친절도 하셔라. 하지만 혹시 제가 알게 될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당신이….”

 

저답지 않게 말꼬리를 늘리는 체자렛의 얼굴은 오늘 가장 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등에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돌아가고 싶었던 그때로 되돌아가는 방법이라던가….”

 

순간 침묵이 티룸을 가득 채웠다. 의기양양하게 해맑은 표정을 감추려 하지도 않는 체자렛을 프라우는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프라우의 대답이 늦어지자 더욱 눈꼬리를 내려 웃었다. 물론 프라우가 여기서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대답은 단 하나였다.

 

“근데 알려줘도 난 돌아가지 않을 건데.”

 

“…네?”

 

“아~ 뭐야. 겨우 그게 전 제국의 참모가 가진 패라고? 너무 진부해서 눈물도 안 나오네! 아직도 내가 거기에 미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올라간 입꼬리가 점점 일그러진다. 조금 전에 만 해도 여유롭게 웃던 표정은 사라지고 자신의 감정을 갈무리하려는 노력이 드러났다.

 

“내가 돌아갈 곳은 오직 그 녀석뿐이야. 그러니 같잖은 수작질 그만하고 좀 조용히 살아. 안 그래도 바쁜 애 맘고생 시키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프라우는 티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체자렛은 그 뒷모습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 앞에 놓인 찻잔을 치우고 식어 빠진 찻물을 버렸다. 그리곤 마치 불청객이 오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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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GL

댓글 1


  • 매력적인 쿼카

    사랑해요 원래도 체자렛-프라우 조합을 좋아했는데 이걸 바라는 분이 저말고 두 분이나 계시다니... 너무 행복해요... 프라로드를기반으로한체자렛프라우NCP는 메이저다 그리구 난나님이 그린 상황이 진짜 넘 좋아요 한쪽이 웃으면 한쪽이 찡그리게 되는 신경전... 멋대로 처들어와서 체자렛에게 휘둘려주지 않는 프라우 넘 매력적이에요 사실... 체자렛이 알고있는게 되게 규격 외의 정보인건 맞죠 상대가 하남자였으면 유효타였을수도 있는데(?) 프라우가 로드를 돌아갈 곳으로 삼았기 때문에... 체자렛이 로드한테 접근하는 건 프라우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지만 약점을 파고들어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아무것도 아닌 따분한 짓거리가 되었다는게 사랑은 짱이구나 그리고 항상 우위에 있을 것 같은 체님이 한방 먹는 상황이 넘 재밌어요 여기에서도 사교활동이 금지당했냐며 능청을 떨었는데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전부 체님의 매력... 체자렛이 하 불쾌한 벌레같은 프라우자식 내가 공격해주겠다 로드한테 키스 갈겨서 화나게 해야지 할수도 있는데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이렇다할 뜨거운 일은 없다는 게 체자렛프라우의 매력... 여하튼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만수무강하세요 - 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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