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기사단 공동 육아일기

아발론 기사단 공동 육아일기 [봄의 끝자락] 샘플

2차 연성 by 니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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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짙은 분홍빛 머리카락을 정리조차 하지 않은 채 침대 머리에 기대 로드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떨어진 테라스 창에서 푸르스름한 맑은 하늘이 보인다. 아이가 아발론 성에 오고 하루가 지나 이틀째. 엄마가 되고 본 이른 아침 하늘은 생각보다 새롭지 않다.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걸까. 로드는 왠지 어제 있었던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되고 맞는 첫 아침이네. 느낌은 어때 로드?”

잠에서 깨고 별로 안 됐는지 프라우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 스멀스멀 불안과 걱정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대답이 늦어지자, 프라우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으로 로드의 머리를 헝클인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뒤로하고 프라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마침 세안 도구를 가져온 시녀에게 건네받는다.

-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나인과 루미에, 로드의 미간은 많은 고민으로 좁혀진다. 한 아이가 평생 불릴 이름이라는 생각에 로드는 끝도 없이 신중해졌다. 침묵 아닌 침묵이 이어지자, 누군가 세 사람이 둘러앉은 자리로 다가왔다.

 

“메이링! 라플라스!”

 

“깊이 고민하는 듯하여 왔소이다.”

 

“후후. 혹시 저희가 도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응! 잘 왔어! 아기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

 

“호오. 작명이라. 소인도 몇 번 헬베티아에 있었을 때 조언을 구하러 온 지인을 도와주고 했소이다.”

 

“정말 고마워요! 안 그래도 나인이랑 로드하고 계속 머리 싸매는데 이름 짓는 거 엄청 어렵더라고요! 저도 보고 들은 게 있어서 좋은 뜻과 유명한 이름을 찾긴 했지만, 이상하게 아이한테 딱 맞는 이름을 찾지 못했다니까요. 이렇게 두 사람이 와줘서 다행이에요! 아! 책들은 신화랑 전설, 작명 책인데 읽어 보셨나요?”

 

“저도 예전에 흥미롭게 보던 책이군요. 다행히 금방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마워. 이건 우리가 후보군으로 적은 이름인데….”

 

메이링과 라플라스는 이름들을 살피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

-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로드 바로 뒤에서 요한은 조용히 걸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떠드는 소리와 뚜벅뚜벅 울리는 발소리만 복도에 울린다. 금방 방에 도착해 로드가 인사를 하자 요한이 꼼지락거리던 손을 뻗었다. 가죽 장갑을 낀 큰 손이 검은 장갑으로 싸맨 손에 손가락을 끼워 잡았다.

 

“요한. 왜 그래?”

 

“….”

 

요한은 조용히 로드의 손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마른 손은 살이 별로 없어 손뼈가 쉽게 만져졌다. 셀 수 없이 잡고 만진 따뜻한 손. 그와 달리 흉터가 있거나 거칠지 않아 요한의 눈에는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애초에 독점할 자격도 없는 내가 질투를….’

 

- 이어지는 장면이 아닙니다-

루인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지만,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상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꺼냈다. 언뜻 보기에도 두께가 상당하지만, 로드는 놀라지 않고 받으려 손을 뻗는다. 그러나 서류는 로드가 아닌 프람이 받았다. 프람도 자연스럽게 한 팔로 들고는 멀뚱멀뚱 눈을 깜빡였다.

 

“어… 프람 나 줘도 괜찮은데.”

 

“됐어. 저번에 로드가 서류 다 흘려서 자이라랑 메이링이 같이 주워줬다며. 업무실로 갈 거지?”

 

“끙… 고마워, 프람.”

 

“그럼, 로드. 저는 업무지시를 간단히 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알겠어. 먼저 가 있을게.”

행정실부터 로드의 업무실까지 가는 길. 늦봄의 꽃이 풍기는 향기가 코끝을 건드린다. 두 사람은 가던 도중에 잠시 멈춰 꽃밭을 구경한다. 그러다 로드는 시든 봄꽃을 발견했다.

 

“이제 봄도 끝나가네.”

 

“응.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프람은 서류를 고쳐 안고 로드가 시선을 둔 꽃을 같이 바라본다. 노곤한 봄바람이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꽃향기를 실어 온다.

 

“로드. 우리 할머니한테 로드의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말했거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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