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프리큐어5/코코노조] 무슨 일이 있어도 한결 같았을
위대한 희망은 언제나 그 안에
※ 어른 프리큐어 23 ~ 희망의 힘 ~ 이후의 시점입니다. ※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은 불시에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었다.
“아,”
“왜 그래, 노조미?”
되돌아서서 침구를 정리하고 있는 코코의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등지고 서 있는데도, 정말 호흡과 호흡의 사이에 있던 조그마한 울림도 곧바로 눈치채는 그의 주시에 새삼 마음 한 켠이 간질거렸다.
“아- 그냥. 이거였구나 싶어서.”
그런 즐거움이 배인 미소를 지으며, 반쯤 몸을 돌린 노조미는 방금 전 시선을 주었던 물건을, 파우더 팩트를 들어 보였다.
“그 화장품에 뭐가 있어?”
“화장품이 아니라. 모양새라고 해야 하나...이게, 파우더 팩트잖아.”
“그런데?”
“응. 이거랑 완전히 형태가 똑같은 거였구나 싶어서... 로즈 팩트 말야.”
“아.”
작은 버튼을 누르자 접혀있던 본체가 펴지며 거울이 드러나는 그 형태를 보며, 코코는 그제야 아, 하고 이해의 한숨을 뱉었다.
“나, 중고등학교 때 쯤에는 별로 화장이라던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었는데 말야. 이거였구나-하고 지금 생각했지 뭐야.”
“...나도 지금, 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하하. 똑같네.”
생경한 깨달음에 제가 생각해도 참 바보같은 표정으로 저도 모르게 흘린 코코를 보며 노조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번져오는 웃음에 자연스레 미소를 짓덧 코코의 시선이 문득 노조미의 뒤편에 가 닿았다. 책상 위에 조르르 놓여 있는, 제각각인 모양의 화장품을 바라보는 제 눈이 조그마한 거울 안에 비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들을 보며 코코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던 사이에 하나하나 익혀나갔을 노조미를 떠올렸다. 자신의 바람을 깎아내기 위해 말없이 먼 곳에서 들여다 보았을 때 노조미의 입술이 옅게나마 물들어 있음을 확인했을 때의 낯섦을, 그것이 일종의 징조로서 여겨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있잖아, 코코.”
때를 맞춘 듯이, 이기적인 어리석음을 반추하며 다시 수렁에 빠지려는 마음을 건져내듯이 노조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와 코코는 다시 노조미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그와 비껴나가듯 노조미는 고개를 돌려 손에 가볍게 쥐고 있던 팩트를 책상 위로 돌려놓고 있었다.
“나나 주변에선 관심이 없었지만, 그 때의 내 또래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도 제법 수가 될만큼, 아직 어린 아이들은 화장을 부러워 해.”
손접은 팩트를 시작으로 늘어져 있는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손끝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노조미가 말을 이어나갔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예뻐지고 싶으니까’라고 말하지만, ‘어른스러워 지고 싶다’로 들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
마지막으로 놓여있던 찰랑이는 액체가 가득한 병의 표면에 매끈하게 그려진 나비 모양을 톡, 친 노조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정면으로 되돌렸다.
“...프리큐어로 싸우면서 말야, 마음 속 어딘가에선 나 스스로를 그 이전보다 더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아. 어쨌든, 남들은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니까.”
누군가를, 누군가가 소중히 하는 무언가를, 무언가를 소중히 하는 마음을.
“아마도 다들...그런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자신이-‘어른’이 되고 싶다. 라고 말야.”
먼 곳에 있던 아이들의 얼굴을 헤아리던 선생님의 시선이 서서히 돌아온다. 그 낯섦은 아마, 오랫동안 계속 함께했다하더라도 어느 순간 생겨났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나- 이젠 그 아이들에게 있어선 어른이잖아. 그야- 한참 한참, 멀기는 했지만 어쨌든- 프리큐어로 변신하지 않아도, 어른은 되었어. 누군가가 되기를 바랐던 어른.”
자신을 짚으며 노조미가 겸연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것은 또 너무나 잘 알고 잇는 것이라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데에는 ‘어른’인 게 중요한게 아니었다는 걸,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좀 뜬금 없었으려나? 라고 중얼거리며, 낯섦과 익숙함으로 엮여진 오늘의 노조미가 웃었다. 느즈막한 아침의 햇빛은 너른 창을 넘어 두 사람이 있는 방에 길게도 들어섰다. 원체 사랑스러운 웃음은 화장이 아닌 빛에 가꾸어져 더욱 빛이 났다.
“...노조미는, 만약 프리큐어가 되지 않았더라도 분명 지금처럼 생각했을 거야.”
자신이 가꾼 희망적인 관측을 특별시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누군가에게 공유하기를 바라며- 그것이 누군가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희망의 지키미. 한계가 있다해도 그럼에도 믿음을 버리지 않고 맞서나가는.
영원불멸의, 희망의 전사.
“으음...? 칭찬은 고맙지만, 프리큐어가 된 쪽이 더 좋은데. 모두와도 만났고, 코코랑도 만났고.”
“하하. 그랬지.”
그럼에도 너는 햇살이 짧아지고 땅거미가 지고, 달이 뜨고 어스름이 밝아오던 어느 순간에도 빛이 나고 있었을 거야.
웃으면서 코코는 천천히 노조미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가오는 몸짓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짝 상기되는 뺨을 다른 손으로 감싼 뒤 가볍게 입가에 입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많이. 사랑하고 있어.”
어떠한 순간이든 한결같이 너다웠을 너를. 아주 많이.
마무님에게 짧게 보내드린 글입니다.
어른 프리큐어를 계기로 프리큐어5 관련해서 짧게 쓰고 싶었던 차에, 보관중이던 로즈팩트를 양도하게 되면서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여아용 애니메이션에서의 아이템들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사항을 노리고 기획되는 것이 많지요.
그 동경의 형태에 어떠한 한계와 제약이 걸려있다고 하더라도
화면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희망을 꿋꿋이 이야기해주며 화면 밖에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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