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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간 테니스 선수 주신이/미국대학교 미식축구부 주장 강산>(22/11/13)

원작 수혈 안하니까 자꾸 적폐 캐해석 하고있잖아

미식축구선수 강산 보고 싶어

기왕이면 주장인 게 좋아

신이는 평범하게 산이네 학교로 교환학생 간 테니스 선수 해줘

공부는 해왔지만 영어 스피킹 서투르고 원래 남들이랑 많이 어울리는 편 아닌데다 뚜렷한 목적(테니스 실력 향상) 가지고 온 거라서 매일 테니스 코트로 출근하고 관련 코치들이랑 면담하는 신이

학교 행사에 관심 없어서 딱히 참여 안함

구색맞추기로 교양 과목 몇 개 수강하는 중인데 Pass or Fail이니까 학점 신경 쓸 필요 없어서 F 안 받게 출결만 관리하는 중

맨 뒷자리는 임자 있을 때가 많아서 대충 비는 구석 자리 앉아서 수업에 집중 안 하고 주로 테니스와 관련된 딴 생각/낙서만 하다 나감

워낙에 교환학생 많이 오가는 학교고 사람도 많다보니까 딱히 신이한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음

수군대는 사람이 있어도 못 알아들어서 한국보다 편함

신이에 대한 주변 평은 대충 맨날 캡모자 쓰고 다니고 음침한 동양인 너드 정도 될 듯

몸은 좋은 편인 것 같은데 작은 키가 그걸 다 가려버리는….

중간시험 직전 쯤?

평소처럼 수업 시작 5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한 신이가 항상 앉던 자리에 크로스백을 내려놓고 있는데 맨 뒷자리가 엄청 소란스러움

이 강의실에서 처음 보는 한 명을 중심으로 여자애건 남자애건 할 것 없이 몰려들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음

멀끔한 얼굴에 떡 벌어진 어깨….

서양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꿇리지 않는 체격과 신이에게는 오버핏일 게 분명할 티셔츠가 팽팽하게 당겨져서 옷 아래의 근육을 겨우 감싸고 있는 상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킹카의 기운….

테니스 코트 오가다 몇 번 본 적 있었음

우락부락한 미식축구부 선수들한테 뭐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

주장인가? 잠깐 궁금했다가 딱히 중요한 건 아니라 넘어갔던 기억이 있음

같은 수업 듣다니 우연이네…. 그럼 동갑인가?

미국 학사제도는 잘 모르겠어….

어차피 아는 사이도 아닌데 상관 없지….

하고 넘겼는데 강산이 먼저 말 걸어와서 엉겁결에 일방적으로 친해지는 시츄 보고싶다

강산은 처음엔 같은 한국인이라서 별 생각 없이 말 걸었는데 눈 내리깔고 대답하는 주신이의 태도에서 미미한 불쾌감을 읽어서ㅋㅋㅋ

오기 생겨서 더 친한 척함

강산한테는 여태까지 자기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강산이 먼저 말 걸었을 경우엔 다들 좋아했는데 얘는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칠 정도로 쫀 척 하면서 은연중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티가 나니까

어라? 얘 봐라?

이런 심정으로 신이한테 일부러 더 친한 척 하기 시작한 것

신이: (완전 질색)

성가신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존재감 희미한 동양인 교환학생1의 이미지로 몇 달 간 학교 잘만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딜 가든 모두의 시선을 받는 킹카가 질척대기 시작한 것임

무슨 특례가 있어서 강의는 몇 퍼센트만 들어와도 된다는 대학의 자랑 미식축구부가 꼬박꼬박 강의에 출석하고(신이랑 겹치는 강의만 이렇게 열심히 들어온다는 소문을 주워들었을 땐 이미지고 나발이고 육성으로 쌍욕함) 맨 뒷자리에 친구들 있으면서 주신이 옆자리에 앉질 않나

일부러 지각도 해봤는데 빈자리가 딱 강산 옆자리만 있던 날에도 한국어로 욕했음

완전 썩은 표정으로 ♡♡... 이러면서 욕하니까 강산은 오히려 빙그레 웃더라

미친 새낀가

아침저녁으로 테니스장 갈 때 훈련하는 미식축구부랑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강산이 질척대기 시작한 이후로 빈도가 늘어난 것 같음

…아마 확실한 것 같음

미식축구부 놈들도 제정신인지 아마 주장 독단으로 훈련시간 조정했을 것 같은데 그걸 가만 놔둬?

강산의 일방적인 친한 척이 이어진 지 두어 달쯤 되니까 이제는 주신이가 혼자 있어도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짐

그때쯤엔 생활영어가 많이 늘어서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음 강산의 이름이 빠지질 않음

그 ♡♡♡(심한 욕) 때문에 주신이의 tennis only life에 문제가 생겼잖아

테니스 배우러 왔다고 테니스만

시력은 얼마나 좋고 목청이 얼마나 큰지 놈을 피해서 빙 돌아가도 보통 사람이라면 면봉처럼 보일 거리에서 팔을 휘휘 흔들며 주신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놈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 차곡차곡 적립돼서

미국이 총기 소지 합법 국가래도 스토커 쏴죽이는 건 불법이겠지?

이런 미친 생각까지 들었음

두 학기짜리인데 저 ♡♡ 때문에 한 학기의 절반을 스트레스와 함께 날렸음

남은 학기도 이렇게 보낼 수 없었음

주신이는 자꾸만 현실 부정하려는 정신을 다잡고 현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봤음

저 새끼가 자꾸 친한 척 하는 이유?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서? 아님

동양인이 드물어서? 애석하게도 존나 아님 미식축구부에도 한국인 한 명 있는 거 확인함 나름 명문대라 그런지 강의실에도 동양인 비율 꽤 높음

얼굴은 말끔하고 세상 근심 모르는 도련님처럼 생긴 주제에 속이 꼬인 새끼가 분명함

세상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하는 오만한 새끼임

아마도 주신이가 자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괴롭히는 것 같음

왜…순정만화 같은 데 많이 나오는 시츄 있잖아

내 뺨을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이런 재벌 남자주인공의 대사

존나…엿 같지만 이런 심보가 맞는 것 같음

교내 최고 킹카가 말 걸어줘서 황송한 척 했어야 했는데 싫은 티를 내버려서 저 새끼가 이렇게 질척대는 것 같음

진짜 싫다................

저 놈의 애새끼 심보에 휘둘리는 상황이….

근데 그때도 나름 이미지에 맞게 대처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느꼈나?

느꼈으니까 이 ♡♡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감이 좋은 건지 눈치가 빠른 건지….

눈치가 빠른 쪽은 아니었으면 좋겠음

주신이가 이렇게나 질색하는 거 그 빠른 눈치로 알면서 계속 이러는 거면 정말 죽이고 싶어질까봐….

그럼 저 ♡♡의 허영심을 채워주자

1학기 남은 시간 동안 저 놈이 바라는 대로 친한 척, 다른 놈들이 저 ♡♡한테 하듯 숭배하는 척 하자

이번엔 알아챌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진심인 척 하자

완전히 악수(惡手)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최선이었음….

그러나 선택지 중 최선이라고 하더라도 악수가 아닌 건 아니라는 걸…방학 시작하고…주신이는 강산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며 깨달았음

이렇게까지 친해질 생각은 없었는데....................

한 학기가 끝난 현재...

다른 놈들이 강산의 베스트프렌드로 주신이를 꼽을 정도로 친해진 상태

주신이도 이러고 싶지 않았음....

이 ♡♡는 감도 좋고 눈치도 빨라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넘어갔을 만한 상황도 짐승처럼 캐치하고 못마땅해 했음

진심과 빈말을 귀신처럼 골라냄

다른 사람들한텐 웬만해선 킹카의 가면을 벗지 않는 놈이 주신이한텐 못마땅하면 티를 팍팍 내고 자꾸만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빈정댔음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주신이 귀에는 그렇게 들렸음)

이거 이지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어느 날엔가 파티 끌려갔던 밤에 인사불성 될 정도로 잔뜩 취한 놈을 부축해서 기숙사로 돌아오며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녀석의 대답은 심플했음

친해지고 싶어서....

물론 주신이는 믿지 않았음

재미가 없던 건 아님

외국어가 판치는 곳에서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었고 강산이 주신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베네핏이었음

그거 빼면 다 별로였지만...

전부 다? 싫었나?

주신이는 문득 자문(自問)했음

정말로?

...전부 싫었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산은 자기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주제에 어떤 면에선 굉장히 솔직해 보이는 놈이었음

이번에 같이 비행기 타고 올 때만 해도 놈 때문에 익숙해진 미식축구 영상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해줬더니 눈을 엄청 반짝이면서 전략가 같다며 추켜세워주는데 진심 같아보여서 잠깐 기분 좋을 뻔.

주신이한테 몇 번 미식축구 생각 없냐고 권유한 적도 있긴 한데 이 피지컬로 미식축구는 어림도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어쩔 땐 약간... 멕이는 건가? 싶기도 했음

테니스 치기에도 작은 체격인데 미식축구 하라고?

장난해?

주신이의 눈이 뾰족해지니까 분석을 너무 잘해서 그렇다면서 전략분석팀... 어쩌고 웅얼대던 강산이 눈치 슬슬 보면서 입을 다문 적이 있었음

미식축구 같은 건 강산처럼 축복받은 신체나 가능한거고 주신이는 테니스만 치기도 벅참

미국으로 교환학생 간 것도 경험 쌓으면서 파워 테니스의 대응법을 배우고 싶어서였음

그런데 말야

강산의 피지컬로 테니스를 친다면 한 학기 동안 주신이가 시합해왔던 상대들보다 파워 측면에선 훨씬 강할지도...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음

근데 이미 풋불로 유명한 명문대학에서 미식축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데다가 집도 엄청 잘 사는 강산이 뭐가 모자라서 테니스를 시작하겠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방학 동안 딱히 할 일 없어서 심심하다고 아득바득 주신이가 훈련하는 테니스장에 쫓아온 강산이 자기도 한 번 쳐보고 싶다며 다음 날에 장비를 사서 온 것

잘 사는 집 아들래미 답게 엄청 비싼 장비들...

근데 조금? 새거라기엔 약간 닳아있는 것 같기도?

첫 판은 주신이의 친구 정윤이 먼저 나섰음

주신이한테 해외전화로 강산 욕을 하도 많이 들었다 보니 궁금해서....

그리고 윤이는 아무래도 상대한테 잘 맞춰주는 편이니까 초심자일 강산한테 주신이보다 나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서....

기본 자세를 알려준 정윤이 먼저 첫 서브를 했고, 살살 쳤음에도 한 번에 받아내는 강산의 폼을 본 둘은 뭐라할 것 없이 둘 다 벙 쪘음

이 ♡♡ 이거 처음 아니잖아

강산이 받아친 테니스볼이 정윤의 코트로 통통 튀어들어왔음 아웃이긴 한데 저 자식....

정윤과 주신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를 쳐다보자 강산이 해맑은 표정을 하곤 빈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음

어렸을 때 아빠랑 많이 쳐봤거든.

이 ♡♡가 숨긴 게 그것 뿐일리가 없을 거라고 직감한 주신이가 코트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음

녀석의 멱살을 가볍게 잡고(키차이가 많이 나서 모양새는 조금 웃겼음...) 이를 갈면서

너 이 ♡♡....... 하고 험악하게 눈을 부라리자

강산이 입을 삐죽였음

🦅: 안 물어봤잖아? 딱히 숨기진 않았다고?

🐍: 너... 또 숨기는 거 있지.

🦅: 음... 주신이, 말해두지만 난 숨긴 적 없어. 네가 물어봤으면 다 얘기했을 거야.

🐍: ♡♡ 말고 말해. 뭔데.

🦅: 너, 정말 나한테 관심 없었구나.

강산이 픽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음.

🦅: 아빠가 강해웅인거? 신문에 몇 번 실렸다고. 검색했으면 나왔을걸? 애초에 나 정도 피지컬이 안 유명할 리가 없잖아?

아니.... 누가 같은 학교 학생 이름을 검색할 생각을 해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도 신기한데 실제로 유명인이라 당황스러웠음

강해웅이면 마흔 넘는 나이에도 테니스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노장.... 축복 받은 파워 테니스의 화신인 버서커....

그 아들이라고?

주신이는 순간적으로 맥이 탁 풀렸음

자기는 죽어도 못 가질 재능을 가진 놈...

한 학기 동안의 설움과 스트레스와 분노와 당황스러움이 혼합된 상태로 굉장히 빡쳐서 사고가 멎어버린 주신이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억지 주장을 펼침

🐍: 너, 테니스 해. 너 때문에 망친 내 한 학기를 보상받아야겠어.

정윤이 옆에서 조그맣게 신이를 불렀지만 눈이 반쯤 돈 주신이한텐 닿지않았음

🦅: 그래.

🐍: 뭐?

🦅: 한다고.

🐍: 미식...축구는?

🦅: 뭐, 평생 할 건 아니었으니까? 더 멍청해지기 전에 갈아탈 생각이었고.

테니스는 그것보단 오래할 수 있잖아?

천연덕스러운 강산의 말. 그건 너네 아빠나 선수 수명이 긴 거지... 하는 반박이 목구멍까지 찼다 밀려 들어갔음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스무 살에 시작하겠다는 강산의 말이 단순한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음

어쨌든 주신이는 자기가 바랐던 대로 파워 테니스 선수를 플레이 메이트로 얻게된 셈인데...

티끌 하나 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놈의 얼굴을 보니 자꾸 뭔가 실수했다... 말려들었다... 이런 생각만....

역시 강해웅의 아들! 화려한 미식축구 이력을 업고 혜성처럼 나타난 강산의 테니스가 시작된 날이었음

주신이가 완전 단단히 코가 꿰인 날이기도 했음ㅋㅋㅋㅋㅋ


<대학교 IF>(22/10/03)

대학 생활하는 애기들도 보고 싶어….

평범한 대학생인 4인방....

과수석을 놓치지 않는 정윤(대학원 예약되어있음)

학교 대항전 스포츠 행사 있을 때마다 와일드카드로 불려 다니는 강산

평범하게 아웃사이더 하고 싶은데 주신이 없으면 뒤풀이 안 간다고 말하고 다니는 강산 때문에 남의 과 행사에 강제로 끌려오는 주신이

과제 때문에 맨날 치이는 이공계 나인범… 고백하고 차일 때마다 네 명 모여서 중앙광장 잔디밭에서 술 마심. 이러다가 알콜 중독 되겠다는 정윤 발언에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음.

동아리는 중복 가입도 가능하잖아

윤이는 꽃꽂이 동아리 어떻니…. 아니면 뜨개질 동아리…. 머리 쉬면서 테라피하는 목적

강산은 유도나 태권도 동아리…. 농구 동아리도 좋아 넘쳐나는 체력으로 몸 쓰는 동아리

신이는 OO 동아리 같은거 들어감… 큰 목적은 없고 동아리방 널널 하대서 얼결에 잡혀 들어감 가끔 동아리방에서 침낭 깔고 잠

범이는 여친 사귀겠다는 일념으로 연합동아리… 근데 어쩌다 보니 총무 맡아서 갈리고 있음. 여친은 못 사귐

산이 신이 둘은 체육교육과나 체육 관련 학과 갈 것 같긴 한데

체육 관련 진로 안 잡으면

윤이는 공과계열 갈 것 같고(화학공학과나 생명바이오학과 같은 거 잘 어울림 순수 수학과도 괜찮을 듯)

범이는 컴퓨터공학과

산이는 문과면 경영학과(무난하고 사람 만나기 좋음) / 이과면 융합전공 쪽

신이는 점수 맞춰서 최대한 상향지원했다가 국어국문학과나 철학과 되어버렸으면 좋겠네. 영어영문과도 괜찮음

시험 기간에 제일 빡센 건 정윤인데(복수전공함/23학점 꽉꽉 채워서 들음)

왠지 젤 멘붕하고 있는 건 나인범이야. 분명히 수업을 들었는데 핸드아웃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대

신이는 필요한 만큼은 공부하는 편이고

산이는 경영학과라 거의 영어로 강의 듣는 데다가 ppt 발표로 시험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심적으로 엄청 여유로움. 웬만해선 팀플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안 받을 것 같아

아지트 삼는 카페에 넷이 모여서 시험 공부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

음료는 뭐 마실까나

시험기간인데 뭘 마셔... 아메리카노에 샷이나 추가하겠죠

도저히 못 버티겠다 졸려 죽겠다는 나인범한테

아무래도 공부량 너무 많고 갑자기 튀어나온 팀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은은하게 돌아버린 정윤이가 특제 드링크 내밀면 재밌겠다

아메리카노에 수상한 가루들 잘 섞어줌(카페인 정제가루 같은 거… 범법행위 아님)

산이 신이는 간 상한다고 안 먹는데 이번에도 재수강할 수 없다는 나인범이 한 입에 털어넣고 부스터 달린 것처럼 열공함

그 시험은 잘 봤는데 그 날 오후에 완전히 뻗어버려서 시험 하나 빼먹음….

F 확정이죠?

같이 마신 정윤은 멀쩡하게 A+ 맞아와서 뭐라고도 못함

중간고사의 꽃말은 벚꽃놀이(반대임

설레는 새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꽃놀이 가는 4인방

하루 바짝 놀고 오자고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서 유명한 벚꽃놀이 스팟…은 못 가고

학교 안에 적당히 꽃나무들 모여 있는 곳에 자리 펴고 드러 누움

정윤이 싸온 특제도시락에 주신이가 가져온 술

경영학과 nn학번 최고의 인사이더 강산이 주위의 아는 애들한테 인사하고 다니며 받은 각종 주전부리

나인범은 돗자리 챙겨왔음

주신이는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주량 엄청 센 강산이나 대학생활 할수록 술에 진심이 되어가는 나인범이나 강산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주량 되고... 가끔 멀쩡한 얼굴로 돌 때가 있는 정윤한테 술 사오라고 맡기면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4종 세트를 궤짝으로 사올 것 같아서 대충 자기가 총대 메고 적당히 사옴

하늘 좋고 바람 좋고 그늘도 좋고 꽃향기도 느껴지는 것 같고 중간고사만 아니면 무릉도원일텐데

시덥잖은 얘기 하면서 편하게 앉아서 취기 적당히 오를 때까지 먹고 마시다가 넉넉한 돗자리에 드러누워서 낮잠 자는 4인방 보고싶다네요….

신이는 과 생활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닌데 강산 때문에 오히려 걔네쪽으로 끌려 다닐 때가 있음

둘이 약간 세트같은 느낌으로.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맨날 떠올려보는데

아무래도 강산이 지 취했다고 데리러 오라고 3차로 갔던 바로 불렀을 때부터 망한 것 같음

주량 엄청 센 놈이 얼마나 마셨는지 완전히 꽐라가 되어버려서 가자고 팔 잡아당겨도 좀더 마시다 간다고 땡깡 부리니까

그래 너 알아서 해라…

하고 그냥 가려다가 보니까 거의 여자애들이라 쟤네가 저 새끼를 감당할 순 없을 것 같고…

내버려 두고 바 쪽 스톨에 앉아서 가벼운 칵테일 하나 주문해서 마심

술자리 마무리하는 분위기인데 그게 계속 반복돼

여자애들도 꽤 마셔서

내일 봐요~~ 내일 봐~ 인사가 도돌이노래야

미친 것 같음

아무리 마셔도 숙취 싫어서 적당선 지키는 주신이로서는 되게 코미디같은 상황

한 삼십 분동안 작별인사하고 드디어 헤어짐

강산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잔뜩 취해서 테이블 다리에 발가락 찧고 그 자리에 주저 앉음ㅋㅋㅋㅋ

여자애들 몇이 황급히 부축하려고 하는데

그 덩치를 어떻게 들어요...

잘 하는 짓이다…. 차게 식은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신이가 가서 애 부축하고…

강산 지갑 꺼내서 계산한 다음 밖으로 나옴

이 화상아… 속으로 욕 잔뜩 하면서 강산 자취방에(위치/비밀번호는 당연히 알고 있음) 애 던져놓고 그냥 가려다가... 완전 인사불성된 놈 가여워서 대충 양말 벗기고 나옴

그때부터였을까요....

강산이 술을 오지게 퍼마신 날에 그쪽 과에서 주신이한테 연락 하기 시작한게….

나중에는 급기야 ‘나 오늘 많이 마시고 싶은 날이야’

강산의 선전포고

죽일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술 처마신 강산은 남자애들도 통제가 잘 안돼서 주신이가 똥 씹은 표정으로 술자리에 동석한 날이면 다들 아 강산 오늘 달리려나보다⬅️알아서 납득함

주신이:개빡침

좋아하는 칵테일…

나인범은 칵테일보다 소주 마실 것 같음 그 과가 원래 남초라 칵테일은 데이트할 때만 마셔

정윤은 남들이 어린애입맛이라고 놀려도 꿋꿋하게 준벅이나 피치크러시 마심. 가끔 도수 센 거 마시고 싶을 땐 롱아일랜드티(~30도)

강산은 블랙러시안이나 러스티네일(도수 센 언더락)

주신이는 혼합 많이 안된 샷이나 언더락, 끽해야 드라이 마티니…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님 두세 잔 홀짝홀짝 먹는 편

주신이… 평… 깐깐한 조교. 말수 안 많고 뭔가 슥하고 나타나서 과제물 걷어가는 인상. 과제 제출 늦었을 때 다른 조교들한텐 애교 부리거나 과자같은 뇌물 바치면 봐줄 때가 있는데 주신이는 얄짤 없음. 조교 맡은 수업 교수는 널널한 성격인데 조교가 복병임..

키는 평균 이하라 가끔 힐 신은 여자애들보다 작음. 그런데 비율이 좋고 옷을 댄디하게 잘 입는 편이라 세련되어 보이는 차림. 캐주얼 정장 차림을 자주 하는 편. 후드 달린 정장 자켓에 운동화라든지 그런 식으로. 가방은 검정색 남성용 백팩이나 큼직한 가죽 크로스백 자주 멤…

강산은 완전 인싸…. 키 크지 어깨 떡 벌어졌지 구김살 없이 잘 생겼지 성격도 어느 정도 교화돼서 언뜻 보면 모난 곳 없어보임. 엄청 사랑받고 자란 인상. 근데 개빡치면 사람 팬다는 소문이 있음…. 살면서 딱 한 번 그랬는데 와전됨.

뭘 걸쳐도 옷걸이가 좋아서 다 잘 어울림.

동아리 mt 갔을 때 작심한 여자애들 때문에 커다란 동물 잠옷 입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그마저도 귀엽고 잘 어울렸음. 참고로 동물은 송아지였음. 강산 머리색이랑 완전 찰떡. 부끄러워하지는 않고ㅋㅋㅋ 그거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나머지 세 명한테 나눠줌(자부심!

정윤은 가디건왕자님 해라…남색 가디건을 사랑하는 남자. 부드러운 인상인데 보기보다 몸이 되게 좋은 편이라는 소문. 실제로 학교 수영장에 가끔 출몰하는데 남자가 봐도 부러운 몸이라는 얘기가 있음…

뜨개질로 만든 필통이나 장식을 갖고 다님.겨울엔 목도리가 매일 바뀌는데 다 직접 뜬거라고.

과TOP인데도 잘난체 하나 안 하고 모르는 거 있으면 나직하게 조곤조곤 잘 알려줘서 인기 많은데 본인은 잘 모름. 팀플을 극단적으로 혐오함. 수강신청을 되게 꼼꼼하게 하는 편인데 수강 정정 기간 이후에 갑자기 커리큘럼이 바뀌어서 갑자기 debate 해야하는 수업이 있었음.

그 시기 내내 정윤은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저기압 상태였다고 함… 말수가 극도로 줄어들고 평소라면 들어줬을 부탁도 미안…. 컨디션이 안좋아서…. 나중에 봐줘도 될까? 거절함

정작 수업에선 목소리 하나 안 높이고 평상시의 조곤조곤한 어조 그대로 상대측 넉다운 시켰다고.

인범이… 옷 잘 입고 싶어함 근데 어쩐 일인지 사는 옷마다 체크남방임…. 나머지 셋의 스타일을 따라해보려고도 하지만 체형도 인상도 달라서 epic fail…

주신이 코칭 받고 맞는 스타일 찾아서 지금은 잘 입고 다님. 근데 레파토리가 코칭 받은 그대로라 조만간 신이한테 뇌물 바쳐야할듯..


<공포테마 방탈출>(22/09/16)

넷이서 공포 테마 방탈출… 아니면 공포게임 해줄래…?

누가 제일 겁 많을까

답은 없지만

넷 다 겁 있으면 좋겠다..^^

강산ㅡ귀신/유령만 무서워함

정윤ㅡ시작하기 전에 제일 무서워함/들어가기 전에 온갖 시뮬레이션 다 돌려봄/예측한 상황은 비교적 덤덤함/예측 못한 상황에선 많이 놀람/데이터 쌓일 수록 무덤덤해짐

주신이ㅡ겁 없는 척 했는데 처음 접하는 장치들마다… 조용해서 돌아보면 놀라서 굳어있음. 필사적으로 다음엔 어떤 장치 나올지 예측해봄/예측 맞아도 놀라기는 함/또 가자고 하면 극렬거부함

나인범ㅡ일반인 수준/평범하게 겁 먹는데 주변인들이 각자 분야에서 리액션 짱 커서 어쩌다보니 앞장서고 있음/그래도 무섭다!

서는 순서는

나인범-정윤-주신이-강산

맨 처음 들어갔을 땐

주신이 엄청 태연해보여서 신경을 안 썼는데ㅋㅋㅋ

점프스케어 몇 번 있고 귀신이 막 쫓아와서

다들 겁에 질려서 정신 없이 도망치고 보니까 주신이가 없어

알고보니까 첫 점프스케어 때 깜짝 놀라서 굳어버려서 자연스럽게 맨 뒤로 빠졌다가 애들 막 뛰쳐나간 후에 혼자 남아서ㅋㅋㅋㅋㅋ

안무섭다 안무섭다 염불 외워도 무섭기는 하니까ㅠㅠㅠ 애들하고 어떻게든 빨리 합류하려고ㅠㅠㅠ 눈 감고 더듬더듬... 걷는데 안 보이니까 막 부딪히고(비명지름) 속도도 느려ㅋㅋㅋㅋ

되돌아온 애들 셋한테 구조돼서ㅋㅋㅋ 순서 저대로 굳어짐

놀래가지고 굳어 있어도 바로 뒤에 서있는 강산이 잘 챙겨줌^^

근데 가끔 앞이 아니고 뒤에서! 처녀귀신 튀어나와서!

강산 뒤에 서서 살살 따라올 때 있는데

강산... 초인적인 감각으로 뒤에 붙자마자 알아챔

그만큼 빨리 놀람

목청도 커서 비명도 커

산이 비명소리에 나머지 세 명이 더 놀라는 구조

존나 귀엽겠다 이것도 초반에만 볼 수 있을 듯

나중 가면 면역 생겨서 덜 놀랄걸ㅋㅋㅋㅋㅋㅋ


<PC방>(22/09/16)

넷이서 게임 해주라

무난하게 롤...? 사이퍼즈..? 사이퍼즈할래? 사이퍼즈???

둘 다 챔 너무 많아서 초보자한텐 무리인 건 알지만

게이밍 스타일....

아 얘네 너무 개성 넘치는 테니스 선수들이라서

합 진짜 안 맞을 것 같아

믿었던 정윤 마저도 마이웨이

뇌지컬과 피지컬을 앞세운..

그런데 협동이라곤 1도 없는

한타 나기 직전인데 립 먹고 있는 놈 있음

한타 참여할 것 같이 선동해놓고 시작하자마자 쏙 빠져서 뒤 도는 놈 있음

막타 가지고 개싸움하는 놈들 있음

자꾸 TAB 눌러서 내가 너보단 낫네ㅎㅎ 아군한테 입도발 시전하는 놈 있음

나인범만 울고 있음

범)'얘들아....ㅠㅠ'

범)'이거... 팀게임이야...ㅠㅠ'

범)'제발....ㅠㅠ'

차라리 태그 매치 하는 게 나은

아님 격투게임 같은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적으로 다이브 치는 놈(미세하게 성공 확률이 더 높아서 꼴받음)(산)

손이 뇌를 못 따라가는 놈(아 아깝다<-입버릇)(신)

화 안 내는데 묵묵히 자기 라인"만" 도는 놈(윤)

저 놈들을 데리고 게임해야하는 놈(범)

범)‘윤아 아까 왜ㅠㅠ 헬프핑 쳤는데ㅠㅠ 안왔어?’(너는 믿었는데…ㅠㅠㅠㅠ)

윤)‘아… 미안…. 탑 깨느라 정신이 없었네…. 신이가 안 갔어?’

산)‘저 새끼 카정 돈다고 미쳐있던데?’

윤)‘평소의… 신이네…. 미안, 나인범…. 다음 판엔 신경 쓸게….’

윤)‘산아 아까 왜 다이브쳤어…?’

산)‘아니 그 새끼가 야리잖아’

윤)‘걔는… 지나가다… 마주치고 놀라서 굳은 것 같았는데….’

신)‘뻔하지. 솔킬각 나온다고 또 앞뒤 안 재고 들어갔죠? 근데 옆에 친구 있었죠? 강산은 친구 없죠? 시야도 못 보죠?’

산)‘응~ 킬뎃 1.5따리 말이라 안 들리는데~’

산)‘아 까비~ 이걸 지네!’

신)‘미안; 내가 너무 나댐;’

범)‘;;괜찮아. 다음 판에 잘하면 되지!’

산)‘정글차이 오졌고?’

신)‘뭐라했냐 야 따라나와’

범)‘아니… 얘들아… 얘들아 진정해…. 윤아 도와줘…ㅠㅠㅠㅠㅠ’

윤)‘얘들아 큐 잡혔어… 앉아.’

산,신)‘넵’’넵’


<코인노래방>(22/09/16)

코인노래방 간 아이들..

이런 사소한 거 상상하고 행복해지기

걸그룹 노래 부르는 나인범

옆에 앉아서 박자 맞춰 탬버린 치는 정윤(흡사 메트로놈;

팝송 부르는 강산

썩은 표정으로 앉아서 절대 노래 안 부른다고 거부하다가 윤이랑 강제로 동요 부르는 주신이(이와중에 잘 부르는 윤이

주신이.... 강산이랑 한 내기 져서 끌려온 거라 1차로 기분 안 좋음

노래방 거의 안 와봐서 2차로 기분 안 좋음

노래 잘 안 듣는 편이라 3차로 기분 안 좋은데

저 바보들(강산/나인범)은 왜이렇게 신나 보이는 거야...

같이 기분 안 좋을 걸로 믿었던 정윤도 늘 그렇듯 옅은 미소 띠고 있고wwww

최대한 구석에 몸 구기고 있다가 끌려나와서 4차로 기분 안 좋음

아는 노래 없다니까 동요 선곡해줘서 5차로 빡침

근데 같이 끌려나온 정윤이 마이크 잡고 부드럽게 선창하기 시작해서

어어-하는 새에 듀엣하게 됨

ㄹㅇ로 아는 노래 없어서 애국가 부르는 주신이 보고싶어


사이버펑크 설정만 쪼끔 풀었던 거(4천자)

요새 윤이한테 마음이 좀 쓰여서... 윤이가 주인공인 썰 보고 싶어짐. 사펑 설정은 어디서 주워들은 유명한 설정들 짜깁기하겠어요.

(1) 설정충아...

윤이의 부모는 메가코프의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저명한 대학 교수. 후자(교수)보다 전자(고문)에 매진하는 여타 교수들과 달리 교수로서의 본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보기 드문 타입...이라고 알려져있음.

고문역은 강의와 연구가 선행된 이후에 시간이 날 때만. 교수 봉급보다 메가코프의 사례금이 비할 바 없이 높지만, 사치를 부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은 아들의 출생을 기념하며 만든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재단의 이사장은 어머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윤이 하고 있음. 윤의 부모는 윤에게 항상 얘기했음. '자본이 자본을 부른단다.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어리석지만 않다면 이 사회에서 돈을 불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본이 없었던 사람은 영영 기회가 없어야할까? 그것은 옳지 않다. 그들이 최소한의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네가 도우렴.'

말을 처음 배웠을 때부터 자장가처럼 들어왔던 이야기. 윤의 부모는 윤이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갖길 바랐지만, 저 말만큼은 윤에게 '왜?'냐고 물을 필요가 없는 사실이 되었음. 세상에 갓 난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인데, 그 세상이 눈을 빛내며 아이의 귀에 인이 배기도록 되풀이했던 말이니까.

윤이 기기를 익숙하게 다루기 시작한 8살, 짬을 내서 오후를 통째로 비운 부모가 윤의 생일을 축하하며 윤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선물로 줌. 재단의 자금을 잘 운용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하층민들을 도우라는 말과 함께였음. 지금까지 배운 걸 잘 활용해보라는 덧붙임. '이걸 위한 8년이었구나....'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8시 5분까지 단 5분. 그 외엔 부모의 시간을 빼앗을 정당한 명분과 대가가 있어야했던 나날들. 아침 6시에 일어나 수면향을 맡으며 잠드는 밤 10시까지 빽빽하게 돌아갔던 날들이 이것을 위함이었구나, 조숙하고 말수 적은 이 아이는 담담히 생각했음. 사명감과 어려운 일을 맡았다는 중압감은 없었음. 단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여태까지의 투자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생각 뿐.

윤은 적은 금액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돈을 불려갔음. 처음에는 순수히 윤의 능력에 의존하는 투자였음. 이미 용돈과 모의투자로 이골이 난 분야라 크게 어렵지 않았음. 천부적인 감과, 그와 대조적인 신중한 성격으로, 별다른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손실을 거의 보지 않았음. 이 때의 재단은 소수의 능력 있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케어하는 식이었음.

열한 살이 되었을 때, 윤은 실물 경제로 확장을 시도함.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고 인사권과 감사를 통해 통제하는 방식. 초반에는 몇 번 실패했지만 이후에는 나쁘지 않게 안착할 수 있었음. 재단은 고아원을 세웠음.

윤이 열네 살 때, 재단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은 열다섯 곳으로 늘어났음. 윤이 열일곱 살이 되자 재단은 그간의 사회 기여를 인정 받아 쉘터의 한 구역을 받았음. 윤은 자력구제가 가능한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쉘터에 소규모 공장들을 세우고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무직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함.

계승이 확실한데도 헛발질하는 메가코프의 자제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윤은 단연코 군계일학이었음. 이 나이에 저 자본을 가지고 이만한 성과를 낸 또래는 없었음. 사심 없이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결과였으나, 역설적으로 윤은 자신의 마음이 없어서, 재단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열여덟에 번아웃이 옴.

번아웃이 왔어도, 윤은 자기가 해야하는 일은 착실히 해나갔음. 공장들을 감독하고 자본 운용 지시를 하고, 안건들을 보고 받고 처리 방법을 지시함. 일을 끝내고 한숨 돌리면 다음 날을 준비해야하는 한밤중이었음. 그럼 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익숙하게 수면향을 켜고 자고, 다음 날 여섯 시면 다시 하루를 시작함. 전과 다른 건 '의욕'과 '동기'. 의욕은 원래도 좁쌀만했지만 어쨌든 다음 단계가 있어서 성취해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음 목표가 없음. 반복되는 하루 뿐....

(2) 주신이와 만남

프레

윤은 운명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음. 모든 일은 원인들로 인한 결과인데 인과관계를 따지기 싫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운명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음. 그러나 그 날은... 어쩌면 운명이 진짜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음.

현장 시찰을 나간 날이었음. 재단의 몸집이 매우 커진 후에 직원들은 윤이 굳이 현장까지 나갈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재단을 맡은 이후로 계속 해왔으니 윤이 이어나가는 일 중 하나였음.

현장 직원의 실수로 장소가 바뀌었고, 원래 가고자 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엔 테러가 일어나 그걸 피해 들어간 골목에서 옛 장학생을 만나게 될 확률은?

테러는 일상다반사지만 감이 좋지않아서, 테러의 조짐이 보이자마자 윤은 수행원과 함께 차를 버리고 골목으로 대피했음. 몇 분 지나지 않아 골목 바깥에선 살상무기들이 발포되는 소리와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 비명 소리가 들려왔음. 메가콥이 정리하기 전까지 이어질 아비규환. 아래구역에서 유통될 만한 무기가 아니었음. 날아가는 차도 가뿐히 격추시킬 만한 위력의 무기들, 그리고 아마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대피는 옳은 판단이었음.

그러나 골목에 있던 선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음. 막힌 골목 제일 안쪽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있던 사람이 쯧, 혀를 차며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음. 모래사장의 모래알처럼 널린 부랑민이겠지. 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를 지키고 있는 수행원의 등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음. 순간 그 자가 멈칫했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손목의 잡스러운 문신이었음. 고급 사이버웨어는 문신처럼 새길 수 있다고 하지만, 저건 그냥... 타투였음. 시선을 올리자 후드를 뒤집어쓴 얼굴이 보였음. 눈이 마주쳤음. 아, 윤은 이 사람을 안다. 중도탈락한 옛 장학생. 이름이 뭐랬더라? 신... 신이, 주신이. 특이한 이름이었음. 외자 같은 느낌을 내는 두 글자 이름. 윤이 재단을 맡기 전부터 지원을 받았는데도 몸집이 왜소하고 키가 작았던, 음침한 인상의 장학생.

마지막으로 봤던 게 열셋 때였나. 눈은 내리깔고 손가락을 가만 두지 못하는 전형적인 방구석 폐인의 모습이었지만 시에서 제일가는 넷러너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말할 땐 두 눈이 형형하게 빛을 내서, 몇 년간의 지원에도 특출난 성과가 없었지만 기세는 좋았음.

나이는 윤과 동갑. 열다섯이 되는 해에 갑자기 기준을 미충족해서 자격을 박탈당했음. 그 전까지 중간은 유지했었는데 아무 조짐도 없다 그 해에 갑작스럽게. 장학제도는 원아웃이라 이유를 들을 틈이 없었지만, 장학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가정이라 윤이 모친에게 재단 내 일자리를 주선했었음. 원래도 윤은 기억력이 좋지만, 이 건으로 부모에게 칭찬을 받아서 똑똑히 기억함.

모습이 많이 변해있었음.

눈을 찌를 듯 내려오던 앞머리는 눈썹 위에서 삐죽삐죽 잘려있었고, 늘 바닥만 보고 있던 눈동자는 불청객들을 직시하고 있었음. 키가 조금 컸나? 지원이 끊겼는데 오히려 살이 붙은 것 같음. 그래봤자 윤보다 주먹 한두 개는 작지만.

눈동자를 굴려 윤과 어두침침한 하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주신이가 한숨을 푹 쉬었음. 윤이 보기에,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음. 드문 칭찬을 듣게 해줬으니 조금은 도와줄까. 윤은 답지않은 생각을 하며 먼저 말을 걸었음.

"오랜만에 보네, 주신이."

주신이의 눈이 잠깐 커졌음.

"날...기억해요? 도련...아니, 이사님이?"

"웬만한 건 잊지 않아. 그리고 동갑이잖아. 말 편하게 해."

편하게 하라고 해도... 입 안으로 꿍얼대는 소리가 들렸음. 주눅든 기색은 아니었음. 윤은 이상하게도 그게 참 반가웠음. 살아있는 인간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윤의 주위엔 윤과 닮은 사람들이 가득해서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음. 전부 엘리트들인데도.

호의 섞인 말에도 주신이는 대답 없이 입술을 깨물며 골목 바깥을 곁눈질했음. 자신이 아닌 밖을 향하는 째진 눈을 본 순간, 윤에게 무언가 강렬한 감이 왔음. 윤이 운명이라고 느낀 지점이었음. 주신이를 데려가야겠다. 그러면 삶이 다시 재미있어질지도 몰라.

총이든 사이버테크든 아무것도 들고있지 않지만 이 아이가 지금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직감. 윤은 주신이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음.

엇나간 사람을 계도하는 것도, 목적이 될 수 있겠다. 윤에게 잠깐 스쳐지나간 생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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