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특수계통 이능력자에게 선택권을 주어라!
1화
오늘의 이능력자 협회 안내 센터의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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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S
흘리는 모든 눈물이 진주라면 그러나 그러지 못한 생이란 점에서
진즉에 유리 병에 모아둔 후 앞으로의 이야기는 고난 투성이며,
폭풍이 오기 전 날 모조리 팔아 내가 겪은 이야기는 이와 같다.
이 땅 밖으로 벗어났을 것이다.
문장이 쓰인 기사를 손 휘적거려 치운다. 홀로그램 화면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이펙트와 함께 다른 기사로 전환된다. 귓가에 걸린 장식을 한 차례 점검한다. "나오스 씨, 말들이 많아요." 거울 너머, 까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다듬는 자가 말한다. "어째서?" 그 말에 의문을 표한다.
"나오스씨와 같은 특수 계통의 사람의 내부고발이잖아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심이 쏠릴 걸요. 당장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기자들이 득실득실거리다 못해 진을 쳐선 먹잇감이 그물에 걸리길 기다릴 거예요."
"달라붙어봤자 얻을 게 없다고 하더라도?"
"그럼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달라붙겠죠."
"평소와 같이. 그건 인상적인 말이야."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나오스는 몸을 돌려 제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던 이와 눈을 맞춘다. 장신구는 다 채웠어요? 허리에 하나 더 추가할까 고민중이에요. 앗, 귀걸이가 반대로 끼워졌다. 도와줄래요? 물론이죠, 나오스. 편히 시키세요. 어깨에 버건디 색 코트를 걸치고 뒤에 리본이 달린 독특한 형태의 구두를 신은 후 나설 준비를 마친다. 현관문의 대리석을 딱딱한 구두 끝으로 탁, 치며 소음을 만든다.
"리니. 함께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은 집에서 쉬거나, 나가고 싶다면 나 나간 뒤에 나중에라도..."
"나오스 씨. 제가 지금 맡은 일은 당신의 경호인걸요."
"경호가 이렇게까지 잡다한 걸 해주진 않을텐데."
"당신은 특수 케이스니까!"
리니는 자연스레 나오스가 옆으로 밀어버린 화면을 끌어와 한 차례 더 재생한다. 리니의 반듯한 발음에 비하면 딱딱하기 그지없는 음성 해설 서비스가 방 안을 채운다. 모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던 특수계통 이능력자가 자신의 회사를 고발하는 이야기를 담은 기사다. 공신력 강한 언론사의 글이니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댓글 창엔 수많은 좋아요와 싫어요 표기가 꼬리에 꼬리 물어 다람쥐공처럼 몸을 부풀려나가는 중이고, 찌라시나 긁어두는 사이트에선 가끔 활자로 정리 된 이야기를 지닌 특수계통 헌터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한통속. 혹은 있을 지도 모르는 괴로움과 슬픔, 하여튼 입에 넣으면 찌릿거려 씹을 맛 나는 이야기들을 타자기로 틈 매꿔 망상을 투고한다.
나레이션이 리니의 목소리인지 tts 서비스의 것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 홀로그램 너머의 밖을 바라본다. 훤하게 난 유리창. 그 위에 떠오르는 기상 서비스, 식단 알림, 국제 헌터본부의 주가 변동이나 할일 리스트... 그리고 그 너머. 보다 정확힌 아래렸다. 나오스는 굳이 신발을 벗으면서까지 소음을 만들고 있을 물고기때를 엿보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가서 마주하게 될 거. 차라리 전면에서 동태 눈들 골라내는게 편하다.
"비장하게 나서네요."
"리니, 나 그렇게까지 긴장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런 말에 날카롭게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고요."
"세상에."
"나오스 씨! 이리 와봐요. 당신은 이제와서 무를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하게- 특수계통이고, 기자들이 자주 달라붙고 그러겠지만. 내가 파견된 이유는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에요."
"위험인물 감시겠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고요."
"저희의 계약 기간이 이런 행동 하나만으로 연장된다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네요."
"나-오-스-씨!"
뒷말은 끊긴다. 나오스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내부는 조용하고, 혹시나 모를 예민한 사람들을 위해 닫힌 벽면엔 외부의 풍경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오늘은 터넌 시티의 풍경이었다. 모래사막과 붉은빛 대지가 특징인 구역으로, 전자기기와 북적거리는 사람들 투성이인 도시에선 쉬이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나 색다른 삶만 즐기는 이들이 향하는 곳이었다. 어느 한 구석엔 출입 금지 구역이 놓여있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곳이 실은 이능력 훈련장이었다는 헤프닝도 존재한다. 뭐가 됐든 신문에 오르고 사람들 혓바닥 아래에서 소용돌이 만든지 좀 된 이야기다.
화면이 팟, 꺼지며 도착했다는 활자가 엘리베이터의 벽면을 큼직하게 차지할 즈음에야 몸을 돌린다. 스르륵 열리는 문. 출입불가 구역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작자들. 나가면서 나오스는 생각한다. 그래, 다 좋다. 고발이고 기자들의 말이고 뭐고 다 괜찮다. 심지어 이능력자가 모여 사는 구역이나 특정 재활 센터의 경우엔 기자의 출입이 제한되도록 힘을 써서 법을 제안한 일 조차 있었으니 협회를 애정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발 한 번 뻗어 달라지게 되는 하루로 사람을 내몰 거라면, 그럴 거라면-
플래쉬라이트. 빗발치는 마이크와 녹음기, 형식적인 웃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사람들. 빛 받은 보석이 반짝이고 걸음 걸이마다 결 좋게 빗어진 머리칼과 안감 빨간 코트가 펄럭인다. 출근마다 이런 치장을 꾸역꾸역 하고 싶진 않은데도! 나오스 카도 루베오는 순순히 기자들에게 응대를 진행하며 출근 길에 나선다. 안녕하세요 시민 여러분, 오늘도 도시는 저희 헌터 협회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협회 본부의 로비를 구두 끝으로 달칵, 밟는다. 몸 움직이는게 전부인 헌터들 사이에서 구두를 신는 이들은 드물었는데, 화려한 장식까지 몸에 걸치고 있는 이들의 교집합 만들어두라 하면 손에 들어올 만한 길이의 줄까지 꼬아둘 수 있을 것이다. 그 선에 들어가는 헌터 중 한 명엔 저기, 방금 갓 들어온 작자가 포함되어 있고.
나오스는 구두 끝을 바닥에 눌러 또각거리는 소리를 만든다. 무리 지어뒀거나 각자 쉬고 있는 자들 쪽으로 꼬박꼬박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리니 또한 그 뒤를 뒤늦지 않게 따라나선다. 때마침 홀로그램 전광판에 오늘의 임무가 떠오르고, 그에 맞춘 인원 목록이 나열된다. 추가 인원 모집 및 추가 신청이란 단어까지 확인한 송사리들이 삼삼오오 모여 참가여부를 결정한다. 나오스 본인에게 있어선 의미 없는 잡담이다. 어차피 필수 참석일테지.
늘 얼굴 맞대던 헌터들 쪽으로 이동한다.
"아이고 이거, 나오스 씨 아닌가." 고동빛 북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꽉 묶은, 헐렁한 셔츠 차림의 중년이 고갤 까딱인다.
"또 뵙네요, 에인즈 선생님." 나오스는 그쪽으로 깍듯하게 인사한다. 가슴팍에 잠깐 손 올려 예의를 차리는 동작 덧대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 이번에도 다섯은 꼭 모이는군." 에인즈 선생이 말을 한다.
"다재다능하니, 다방면으로 쓰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그럼 이번엔 그 옆 자리에 앉아 무릎을 통통 두들기던 청년이 조잘거린다.
"동의하는 바에요." 나오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서 긴 검을 옆구리에 찬 채 침묵하던 인물도 동의하듯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이번에도 캐넌의 절차에 따라 임무를 하게 될련감." 에인즈 선생이 스스로의 턱을 긁는다. 수염이 까끌거린다.
"회장님의 지시가 올바른 정답일 때가 많긴 하니깐요." 나오스는 맞장구친다. 그러면 티-보 라고 적힌 명패를 만지작거리는 청년이 소심하게 말을 덧붙인다. 목소리가 작았던 탓에 의견을 제대로 못 듣는다. 오로지 칼을 찬, 이제는 하늘빛 머리카락 한 쪽으로 넘겨 다시 단정하게 묶고 있는 이가 입을 연다.
"무엇이 됐든 캐넌 회장님에 대한 이야길 여기서 대놓고 하는 것도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엿듣는 자들이 어디에나 있지 않습니까."
"어이쿠!" 에인즈 선생이 제 무릎을 탁, 치는 시늉이나 한다. 그럼 응하듯 저어기 한 켠에서 침묵한 채로 도구나 만지작거리던 무리 쪽 바닥에서 흙으로 빚어진 팔 불쑥 올라와 무리를 와해시킨다.
풍경을 뒤로 빼내자. 협회의 직원이 다가와 슬슬 출발할 시간이라고 안내한다. 가장 어린 티-보가 앞장선다. 그 뒤를 사이프가 따라 나선다. 에인즈는 앉아있던 테한을 붙잡아 일으키며 가자고 독촉한다. 그 사이 어딘가를 나오스가 발 뻗어 이동한다. 그 다섯이 탑승구에 도착한 후, 신분을 증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얼굴이 곧 신분증이랍시고 뻗대는 테한의 경쾌한 목소리 뒤로 착실하게 헌터증명증을 제출하는 사이프. 옆에서 같이 지갑에 있던 증명증 꺼내보는 나오스. 이미 얼굴로 뻐겨서 넘어간 에인즈는 샌님들 투성이라고 툴툴거리고, 사이프의 뒤를 따라가던 티-보는 나오스의 도움 받아 무사히 잉크 갓 마른 증명증을 제출한다.
10분 지난 뒤에야 직원은 새끼 거미때처럼 몰린 헌터들 쪽으로 돌아가 추가 참가 인원을 확인한다. 통로에 맞춰 꼬박꼬박 증명증 제출, 능력 확인, 몇몇 헌터들의 경우엔 특기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 필드이기에 곤란할 거란 경고를 듣고 있다.
띡, 띡. 일정한 소리와 진동음이 동시에 송출되는 통과 게이트. 그리고 먼저 워프 장치 앞에 서서 좌표가 고정되길 기다리는 대기 인원. 노란 뱃지를 단 직원이 다섯에게 다가와 물어본다.
"건강은 다 괜찮으신가요?"
"예이, 좋쑤다." 에인즈는 차마 티-보 앞에서까지 담배를 입에 물 수 없는지, 막대 과자나 문 채로 그 끝을 까딱인다.
"네. 언제나처럼요." 나오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정보를 제공한다. 티-보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명패에 끼인 걸 손으로 빼낸다.
"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프가 담담히 말 하는 뒤에서, 테한은 위로 펄쩍 뛰며 온 몸으로 자기 상태 좋다는 걸 알린다.
이 모든 정보를 들은 직원은 그렇다면 다행이라며, 오늘의 임무에 있어 조금이라도 몸의 이상이 느껴지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즉시 퇴각 요청 및 절차를 진행하라고 안내한다. 고참인 헌터들 앞에서 왜 이런- 새삼스러운 안내인가 싶었더니, 가장 어린. 아직 성인도 못 지난 티-보를 위한 설명인 모양이다. 대답도 꼬박꼬박, 반응도 또렷하게. 어른 넷이 보조하듯 반응하다보면 겨우 곱슬머리의 틈새낑김 저주에서 벗어난 티-보가 고갤 따라 주억거린다. 직원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듯 떠난다.
워프 장치로 먼저 넘어가자고 티-보를 꼬시는 테한을 바라보며, 적당히 그 떠들썩함에 묻힐 크기로 에인즈가 입을 연다.
"역시 애 하나 키우는 데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이거지?"
"그럼요. 아이들은 섬세하고 또 작으니깐."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물며 티보의 능력은 저희와 결이 더 다르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협회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편이라 하더라도 목적은 저희 모두가 모르지 않습니까."
"저 아이에게 별도의 목적이 있을거라고 보는감, 사이프?"
"아뇨. 저 아이를 이곳으로 보내는 것에 승인한 보호자에게 이면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뿐입니다."
"아이의 환경은 보호자가 전부이기도 하고요. 아차, 이쪽 본다. 저희도 얼른가요."
"얼씨구, 테한. 쟤 봐라. 자기가 막내 신분에서 벗어났다고 들뜨긴."
"저도 제가 막내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기뻤는 걸요."
"사이프 들어왔을 때?"
"아뇨. 그것보다 더 어렸을 때. 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티보보다 더 어린 헌터가 들어와서 무심코 속으로 탄성을 뱉었던 적이 있어요."
워프 끄트머리에 발이 들어간다.
"그보다 더 어리면 협회의 가입이 어렵지 않습니까." 등 뒤에서 사이프가 질문한다.
"선택권이 있는 처지가 아니었어서요." 나오스는 웃음소릴 내며 넘어간다.
워프 사이로 찢어지듯 길어진 웃음이 사이프의 귀에 어떻게 들렸을 지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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