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動搖

백업용 by 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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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뼈로 만들어진 무덤 위에서 살아요,

죽은 동료의 살점과 피로 만들어진 성 위에 서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평화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전부 똑같은 것이지, 우리가 모르는 새 누군가는 피 흘리며 죽어갔던 것이고, 우린 그 피를 양분삼아 자라난 터에 자리 잡고 살았던 거다. 그러니 지금은 그것을 돌려주어야 할 때이고… 미래의 누군가가 다시 우리의 피를 먹고 자란 열매를 따먹겠지. 그것이 마법이든, 기계기술이든, 검술이든, 정치이든, 혁명이든, 빛바랜 종교이든. 비록 죽음을 맞게 된 우리들도 결국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한 걸음이 된 것이다. 찬란한 미래라는 실험의 모르모트가 된 것이다. ……그래, 어떠니, 이런 식이라면 조금은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니?

 

무수히 반복되는 죽음이란 진부한 것이다. 다르지도 않고 특색 없는 이들이,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코드와 숫자로 불리는 이들이 보잘 것 없는 생명을 던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 장담한다 ― 전혀 즐겁지 않다. 그러니 나는 나를 떠나간 너희들에게 이름을 주겠다, 기억을 주겠다, 특징과 추억과 특별함을 주겠다. 너희들은 이곳에 살아 있었으며, 끝까지 타인의 영광보다는 스스로의 영광과 목적과 마음으로 스러졌다고.

 

우리는 뼈로 만들어진 무덤 위에서 산다.

죽은 동료의 살점과 피로 만들어진 성 위에 서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평화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뼈로 만들어진 무덤 위에서 산다.

죽은 동료의 살점과 피로 만들어진 성 위에 서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평화에서 살아가고 있다….

 

성벽에 걸터앉아 흔들리며 움직이는 다리가 춤을 추는 것 같이 보였다. 마치 그 꼴이, 미칠 정도로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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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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