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fe Of Surveillance

나 역시 찬란한 미래라는 실험의 모르모트가 되었다고 생각할게.

백업용 by 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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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월 XX일

A는 이 일을 하다 미쳐버릴까봐 일기를 쓴다고 했다.

어쩌면 현명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황실 특별지령이 내려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건 안다.

그렇지만 그 쪽 역시 급하기는 한가보지.

 

 

 

 

 

X월 XX일

그들이 지명한 발명품은 확실히 환영받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연구에 착수해야만 한다.

상관없다.

그런 걸 신경 썼다면 애초에 아카데미도 도중에 자퇴했을 것이다.

 

 

 

 

 

X월 XX일

이곳은 편지도 걸러 들어온다고 한다.

사상 문제겠지만,

그런 싱거운 짓을 할 인간은 애초에 이곳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

쫄보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오는 편지는 안부편지 뿐인데,

그마저 답장할 수도 없다.

읽을 수만 있다.

 

 

 

 

 

X월 XX일

연구는 순조롭다.

그러니까, 양쪽 연구 다.

하기 싫은 해야 야는 연구랑, 내가 하고 싶은 연구 둘 다.

조만간 둘 모두 임상 실험에 들어갈 수도 있을 만큼.

나쁘지 않다.

 

 

 

 

 

X월 XX일

회의는 즐겁다.

내 눈치를 보는 팀원들 꼴이 재밌으니까.

황실 제1기계공학자 지위가 꽤 높기야 한가 보다.

회의에서는 쓸 데 없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다들 삭막하다.

아카데미에서는 이것보단 좀 더 활기찼는데.

물론 더 머리 아프게 시끄럽기도 했다.

 

 

 

 

 

X월 XX일

언니가 가족들 모두 건강하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잠잠해질 때까진 모두 조심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 걱정은 말라고 답하고 싶었는데,

젠장, 답장을 못 보내는 걸 까먹고 있었다.

 

 

 

 

 

X월 XX일

절망적.

여기 커피 더럽게 맛없음.

……불평은 많지만 일단은 그만두겠다.

나열해봤자 끝도 없을 테니.

 

 

 

 

 

X월 XX일

임상 실험에 허가가 났다.

내일부터 당장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급한 황실 성명을 보면 그럴지도.

마지막으로 꼴에 연회를 열었다.

나가게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X월 XX일

임상 실험 시작.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J가 울면서 사직서를 내왔다.

거절했다.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내겐 없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개인 연구를 오랜만에 만졌다.

그토록 오랫동안 만져왔던 건데.

손에 감기는 느낌이 어색했다.

몇 번 부품들을 손질해주다가…

내려놨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J가 다시 사직서를 내왔다.

이번에는 울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메말라 있었다.

여전히 거절했다.

 

 

 

 

 

X월 XX일

소동이 있었다.

 

 

 

 

 

X월 XX일

J가 나갔다.

멀쩡한 채는 아니었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정신 상담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A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지금 이곳의 대다수가 이미 상담 중에 있다고 했다.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다.

 

 

 

 

 

X월 XX일

정신 상담사는 이를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개소리였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D가 식당에서 몰래 지독한 럼주를 세 병이나 훔쳐왔다.

좋은 생각이었다.

회의실은 금세 술판이 되었는데 그게 썩 나쁘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인데.

그치만 난 원래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난 원래부터 이런 세상의 적합체?

아하하하!!! (평소보다 필체가 개판이며, 종이에서 술 냄새가 조금 난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발명은 강자보다 약자를 위해 시작되었다.

발명은 강자보다 약자를 위해 시작되었다.

발명은 강자보다 약자를 위해 시작되었다.

 

 

 

 

 

X월 XX일

젠장, 나한테 뭘 어쩌라고.

제발 그만 좀 따져.

그 X같은 편지 좀 그만 보내라고 해!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어쩔 수 없어.

살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해.

어른이 된다고 했잖아.

이 이야기 근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X월 XX일

K는 우리 모두가 천국에 갈거라고 했다.

이슈타르 신과 황실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으니까.

우리야말로 천국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J가 이곳에 있었다면 이렇게 물었겠지.

이렇게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죽여놓고서요?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했고…

녀석은 잡혀서 죽었다.

내 커프스.

 

 

 

 

 

X월 XX일

두통약을 왜 이렇게 많이 먹었지.

꽤 오랫동안 구토를 했다.

 

 

 

 

 

X월 XX일

그 날을 기점으로 머리가 명쾌해졌다.

 

 

 

 

 

X월 XX일

최근은 기분이 좋다.

 

 

 

 

 

X월 XX일

정신상담사는 여전히 꼴도 보기 싫다.

상담을 그만 둬야겠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녀석은 겁에 질렸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 했고…

녀석은 죽었다.

 

 

 

 

 

X월 XX일

살인자!

살인자!

살인자!

살인자!

시끄러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만해!

 

 

 

 

 

 

X월 XX일

상태가 좋다.

어쩌면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X월 XX일

눈이 맞고 싶다. 

너희들이 보고 싶다.

그리운 사람들이 그립다. 

X월 XX일

기억해,

반드시 기억해야 해,

내가 하고 싶었던 발명은…….

이후의 일기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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