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히어로즈] 불멸자의 홀리데이 + 불멸자의 순례

동명의 제목으로 다른 사이트에 게시했던 글과 같은 글입니다~

펜슬의 첫글은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글을 올리고 싶어서요.

또 마침 로오히도 홀리데이 시즌이고 하니... >_<;;

*엘리트 스토리2 종료 이후

*시간선 통합으로 다양한 속성의 영웅들이 함께 등장

*브랜든의 과거사는 전부 본인의 뇌피셜 (홀리데이 글 게시일 21년 12월 25일, 순례 글 게시일 22년 7월 27일)

 


 

 

한 때 일국의 왕이었으나, 나라를 위해 불멸의 요정을 삼키고 어려져 대지에 두 발을 딛을 수 없게 된 자. ‘영혼 포식자’ 또는 ‘망령의 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브랜든 카스의 과거사이다. 그는 아발론의 로드가 해내는 일을 보면서 경탄하고, 오랫동안 메마른 마음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새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의 성격은 여전히 모난데가 많았다.

 

“브랜든 님.”

 

그리고 그의 성격을 더 까칠하게 만드는 존재가 하나. 눈부신 금발과 대비되는 검정에 가까운 회색 눈동자를 가진 로드의 최측근 기사. 요한 테일드. 모노클 뒤로 보이는 브랜든의 붉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또 귀찮게하려고 왔느냐.”

 

왕이었던 과거가 있다고 들어 알고 있으나, 비슷한 자격, 그러니까 통치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로드와의 말투와는 완전 다른 거만한 말투에 요한은 신기하다 생각하면서도 눈을 빛내며 그에게 말을 재차 걸었다.

 

“당분간 여기 머무르신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됐지.”

 

갈루스에 줄곧 적을 두고 있었지만 제국은 이제 유명무실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방랑자 생활을 할까 고민했지만 아발론의 로드가 기꺼이 숙소를 하나 마련해주었다. 일단 주는 것이니 거절하지 않고 받았지만 이렇게 귀찮은 만남이 생기곤 했다. 브랜드의 시선은 다시 먼 곳을 향했다. 해가 아직 밝게 뜬 시간이라 우수에 잠기긴 이른 시간이다. 그리 외면당했음에도, 요한은 굴하지 않았다.

 

“요즘 왕성에서는 홀리데이 파티 준비가 한창인데, 브랜든 님께서는 혹시 참석하시나요?”

 

“그런 귀찮은 짓을 내가 왜.”

 

더 귀찮게 하지말고 꺼지라는 듯, 브랜든의 오른손이 팔랑거렸다. 물론 순순히 그 말을 들어줄 요한이 아니었다.

 

“그러지말고 함께 가시죠. 친우분들도 오신다 들었습니다.”

 

브랜든의 고개가 비스듬하게 요한에게 기울어졌다. 그가 말한 친우들이란, 사르디나에 남은 옛 동료들이겠지. 그렇게까지 시간내어 보고싶진 않지만,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면 지금보다 몇 배는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브랜든이 기어이 한숨을 얕게 내쉬었다.

 

“안내해라.”

 


 

왕성 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나무를 보고 브랜든의 눈빛이 달라졌다. 새삼스레 옛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희미해지다못해 닳고 낡아, 꺼내보려면 정말 오래걸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 그 땐 자신도, 저기 있는 순진무구한 어린 기사들처럼 반짝이는 것과 선물에 정신 못차리곤 했을 터였다. 똑같은 얼굴이지만 지니고 있는 색이 다른 나인들이 각자 라플라스, 루미에 등에게 선물을 받아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려니, 누구보다도 들뜬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브랜든 님도 오셨군요!”

 

말없이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자신, 정확히는 마도대전의 영웅들을 존경한다 말했던 수인기사, 슈나이더였다. 검은색 꼬리가 반가움에 살랑이는 듯 했다. 파티 준비의 일환인지, 슈나이더에겐 못보던 흰색 콧수염이 붙어있었다. 제 멋대로 팔랑거리는게 굉장히 흥미로워보였다. 무의식중에 그 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겨우 멈춘 브랜든이었다.

 

“그래, 누가 온다 그래서.”

 

“아~ 헬가 님과 발터 님이요?”

 

그 둘이 온다면 한 명 더 있지 않나. 브랜든의 눈동자에서 무엇인가 읽어낸 것인지 슈나이더가 활짝 웃었다.

 

“로잔나 님은 사르디나에서 파티를 따로 여신다고 하여 아발론으로는 못 오신다 하셨습니다!”

 

“그렇군......”

 

원하는 대답이었나보다. 수긍의 대답을 들은 키작은 수인기사의 반짝거리는 시선을 다시 회피한 브랜든은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하고 들려오는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브랜든의 시선은 다시 거대한 트리로 향했다. 반짝이는 장식들을 한아름 들고, 이오케이라를 계단 삼아 나뭇가지에 장식을 거는 순백발의 프라우가 보였다. 새빨간 자켓과 바지를 입은 꼴이 언뜻 우스워보일 듯 했으나 잘 어울렸다. 일부러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는 묘기까지 선보이자, 각자 선물상자를 하나씩 안고 있던 나인들이 난리가 났다. “조심해, 프라우!” “바보야, 다 연기야.” "그건 이 쪽으로 달아주면 안돼?" 하는 비슷비슷한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터져나왔다.

 

“헤헹, 우리 어린이들~ 걱정마시라!”

 

오히려 그 반응을 즐기는 프라우였기에 이제는 춤을 추듯, 트리 주위를 빙빙 날며 묘기 부리듯, 여기저기 빈 자리에 빨간 구슬장식을 척척 걸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브랜든이 다리를 꼰 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보니 그 자식, 요한이랬던가? 녀석이 파티 ‘준비’중이랬지. 헬가와 발터 이름에 낚여 일찍 와버린 것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상황이 기이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던 라플라스, 루미에가 눈인사를 보내왔고 그 중 물색을 닮은 긴 머리카락을 지닌 루미에가 브랜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음.”

 

생각보다 유한 반응에 루미에의 쨍한 분홍빛 눈동자가 동그래졌다가 방긋, 웃으며 고운 곡선을 그렸다.

 

“혹시 잊어버리셨을까봐 소개 한번 다시 할게요? 문레이크의 루미에에요. 음,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이 많이 시끄러울텐데. 아참, 아이들이랑 인사해주셔도 좋을텐데, 싫으시면 제가 잘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을게요. ”

 

다다닥 들어오는 긴 문장은 뒤로 갈수록 빨라졌고 목소리 톤도 제법 높아졌다.

 

“그래...... 잠시 궁금해서 와 본 것 뿐이야. 자칭 친구라는 녀석들 얼굴만 보고 가려고.”

 

“아아~ 헬가 님이랑 발터 님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그분들께서 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정확히 시간은 몰라서요~ 혹시 알게 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이번엔 브랜든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빛나는 눈꽃 장식과 샹들리에의 빛이 브랜든의 모노클 위로 소리없이 반짝였다. 그를 흘끔거리던 검은색 머리의, 루미에보다는 약간 빛깔이 덜한 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나인이 루미에의 뒤에 몰래 숨어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무언가 속삭였다. 오! 하고 감탄의 표정을 잠시 지은 그녀는 나인의 머리카락을 쓱쓱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브랜든 님의 그 안경 알에 별이 가득하대요! 정말 귀여운 표현이지 않나요?”

 

“하아?”

 

브랜든은 저도 모르게 제 모노클을 고쳐썼다. 어린아이 특유의 저런 순진한 말투를 들은게 대체 얼마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아직 루미에를 방패삼아 고개만 반쯤 빼꼼 내민 아이를 쳐다보았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는 여기 매달린 조명보다 더... 아름답게 반짝인다고 느껴졌다. 발을 땅에 딛을 수 없는 자는, 제게 한정된 공간 위에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 그대로였지만 표정만큼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짙은 흑색 비단같은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붉은 눈동자가 아주 조금, 웃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불멸자인 자신의 미래가 아니라, 이런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겠지. 아무리 죽지 못해 산다지만, 본래는 타인의 미래를 위해 그는 살아왔다. 마도전쟁도 이겨냈고 갈루스에서도 벗어났으며 이제는 올바른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래, 다음에는 나도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해보마.”

 

“......허억... 나인, 들었어요?”

 

“으, 응!”

 

브랜든은 손등으로 제 입가를 가리고 슬그머니 호들갑 떠는 둘을 피해 분수대 쪽으로 갔다. 마침, 거대한 나무를 둘러보며 감탄하는 제 친우들이 보였다. 그는 놀림감이 되지 않고자, 살짝 들려올라간 입꼬리를 살살 문질러 내렸다.

 


 

홀리데이 기념 트리를 구경하러 온 건 카르티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제국이라던가, 회귀라던가, 늘 짊어지고 있던 짐을 벗어던진 그는 옷차림도 비교적 가벼워졌다. 곁에는 그림자처럼, 그 뒤를 바짝 따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기사가 서 있었다. 그 둘을 데리고 다니던 아발론의 로드가 살짝 웃어보였다.

 

“어때, 카르티스? 제국에 있을 땐 이런 거 하지도 못했지?”

 

“흠, 확실히 그렇군.”

 

정복전쟁을 실행하던 그에게 파티는 사치일 뿐이었다. 그의 시야에, 한데 어울려 놀고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이라. 카르티스는 제 뒤에서 묵묵히, 그러나 시선은 내리깔고 있는 그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도 아이같은 면모가 있긴 했다. 맹목적이고, 순진하기까지 한.

 

“그래도 강요는 하면 안되지 않겠나.”

 

로드 또한, 그 새카만 기사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마음껏 쓰도록 해. 난...... 서두르지 않아.”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가장 가까운 기사와 닮은 그를 보는 로드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카르티스의 곁에 남기로 한 유일한 기사가 그, ‘요한 발켄슈트’ 였다. 시선은 비록 누구에게도 향하고 있지 않았지만, 찌르는 듯 피어오르는 기세가 로드의 피부에도 조금씩은 느껴졌다. 이 자리가 불편하다는 무언의 항의인 듯 했다. 로드는 머쓱하게 웃으며 다시 트리를 바라보았다. 장식이 많이 달려, 아까전보다 훨씬 화려해진 모양새였다. 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온 프라우가 로드를 보고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어때, 로드? 나의 이 뛰어난 미적 감각이?”

 

“어어, 맘에 들어. 수고 많았어, 프라우.”

 

“히힛.”

 

로드의 칭찬을 들은 프라우는 이제 카르티스와, 요한 발켄슈트를 보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여어, 계급장 떼진 두 사람도 안녕?”

 

“음.”

 

어떻게 보면 무례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카르티스는 개의치 않고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었다. 옆의 기사는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피어오르고 있던 기세가 줄진 않았다. 프라우도 그것을 느끼고는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상자 두 개를 꺼내 각각 카르티스와 요한...에게 주려다, 둘 다 카르티스 손에 쥐어주었다. 가까이 다가섰을 때 그제야 눈을 마주 볼 수 있었는데, 밝은 금안은 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쳐 건들면 폭발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자, 둘이 나눠 가져. 이 프라우 산타 님의 선물이야!”

 

“......산타?”

 

“그런게 있어!”

 

프라우는 수상쩍게 웃고는 로드의 손을 잡아끌고 트리 쪽으로 데려갔다. 어어? 하는 소리만 남기고 로드는 무력하게 끌려가버렸다. 손 안의 선물을 잠시 바라보던 카르티스는 이내, 한 개는 요한 발켄슈트에게 내밀었다.

 

“자, 어쨌든 그대 몫이라니 그대가 열어보는게 맞겠지.”

 

군말없이 선물상자를 받아든 그는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었다. 금색의 리본과 새빨간 포장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상자 안에 든 것을 본 요한의 금색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이건.”

 

여러 색으로 물들고 포장이 된 사탕와 초콜릿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프라우가 쓴 듯한 작은 카드도 함께.

 

-메리 홀리데이! 달콤한 것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지~ 그렇지?

 

“내 것도 비슷하군.”

 

카르티스 또한 상자를 열어보고 피식 웃었다. 장난기 가득 어린 필체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그래, 그대도 메리 홀리데이.”

 

그 새카만 기사는 대답 없이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금빛 눈동자는 크게 동요의 빛을 일으켰다. 주변에 달린 조명들 덕에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그 모습을 보고, 카르티스는 초콜렛을 하나 입에 물었다.

 

“... 나쁘지 않군.”

 

늘 수많은 미래의 불행한 가능성을 걱정하며 살아온 그는 이제 걱정없이 웃을 수 있었다.


브랜든 카스. 

오래 전에 자신을 구원해주고, 심신을 다해 사랑했던 자가 지어준 이름이다. 브랜든은 그 이름의 무게를 끌어안은 채로 다시 오랜 시간 방황했다. 그의 웃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인륜 따위는 얼마든지 다시 저버릴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속삭여댔다. 

결국 그 모든 희망이 거짓임을 깨달았음에도, 브랜든은 여전히 라르곤에 대한 마음만큼은 버리지 못했다. 여전히, 아주 많이, 그리웠다. 

그래서일까, 라르곤과 닮은 눈빛을 한 어떤 존재에게 시선이 간 것은. 닮은 것은 눈 색 뿐이었고 그나마도 라르곤의 선명한 녹빛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에게 자애로우며 생명을 회복시키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존재는 때때로 정원에 나와 꽃이 흐드러진 그 한가운데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다. 딱히 갈 곳이 없어 아발론 왕성에 머물던 브랜든은 손에 들고 있는 지휘봉 끝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끝에서 선명한 자줏빛의 선이 공기 중에 그어졌다. 전투를 할 때, 망령들을 지휘하는 것과는 다른 기분과 감각이었지만, 사실 브랜든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심드렁한 표정이 그 증거였다. 상냥한 연주가 멈추자, 브랜든의 손짓도 멈췄다. 

"안녕하세요, 브랜든 님."

맑은 녹빛 눈동자가 웃음기를 머금고 햇빛 아래 선명하게 반짝였다. 브랜든은 고개만 까딱이고 말았다. 

"지휘자는 연주자가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가지고 있지요. 함께 한 곡 더 연주해 볼까요?"

"...그러지."

부드러운 왈츠의 멜로디가 바네사의 활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브랜든은 아주 오래 전, 자신이 인간이었을 적의 궁중 무도회를 떠올리며 지휘봉을 움직였다. 바네사의 몸 주변에서 금빛의 마력이, 브랜든의 지휘봉 끝에서 자줏빛 마력이 왈츠 연주에 맞춰 춤을 췄다. 

살아있기에 시시각각 죽어가는 존재가 저를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지만, 음악에는 묘한 힘이 있기 마련이라. 연주를 마친 바네사는 일부러 더욱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브랜든은 이렇다 할 말을 남기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아발론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왕과 기사 간의 격식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체계가 있어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신경쓰이는... 요정 같은 것이 있었지만 서로 피해다녀서 아직까지 큰 충돌은 없었다. 산책하는 것처럼 왕성 내, 외부를 둘러본 브랜든은 테라스에 도착한 다음, 자신을 언제나 공중에 머물게 하는 거대한 함에 손을 얹었다. 

이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영혼 중에, 라르곤의 혼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윤회를 막고,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 혼과 결합하면 라르곤을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론의 영역.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겠다 저를 속여댄 초월적인 존재는 거짓된 증거만 남기고 사라졌다.

브랜든은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신이 부여받은 이름, 붉은 눈에 비치는 세상, 전부 라르곤이 지켜내, 남긴 것이었다. 브랜든은 때때로 이 세상 자체가 너무 원망스러워 전부 부숴버리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저를 막게 만든 것도 라르곤의 의지였기에 아무 것도 건드리지 못했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명확한 목적이 없는 증오는 실체하지 않는 더욱 커다란 애정에 스러졌다. 

"너희는 항상 감사해야 해."

라르곤에게. 

불멸자는 세상을 오시하며 그리 말하고 다시 등을 돌렸다.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아,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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