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스타즈 2차 창작 글

[히이아이] 마음 맞추기

네 마음은 나와 같을까?

* 혹시 모를 캐붕 주의하세요.

* 알칼 멤버 전원 성인이란 설정입니다. 

*유혈&공연테러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히이로 씨!”

 아이라는 타츠미의 비명 같은 외침이 멀게 느껴졌다. 무대 아래에 서 있다가 달려오는 마요이는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관객석에서도 비명과 고함이 쏟아졌다.

 아이라는 바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자신의 발 바로 아래에 히이로가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에게서 나온 붉은 액체는 무대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었다.

 

 

 [무대 테러 사건 한 달 전]

 아이라는 최근 자신의 마음 하나를 확실히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같은 알칼로이드 동료인 히이로에게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말이다.

 사랑.

 그렇다면 이건 동료애인가? 며칠 밤낮, 짬이 날 때마다 고민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아니다.

 결론, 이건 성애(性愛)의 감정이다. 아이라는 처음에 부정했다. 자신이 동성에게, 하물며 같은 유닛에서 활동하는 동료를 상대로 그런 감정을 느낄 리 없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마음은 확고 해져갔다.

 자신만 보면 마치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처럼 웃어 보이는 그 얼굴도, 친근하게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도, 함께 서 있으면 느껴지는 그 든든함도, 어느새 그 모든 게 아이라에겐 동료 이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고뇌의 결론은 결국 인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전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아이돌이란 위치도 그렇고, 더군다나 아이라가 마음을 깨달았을 그 무렵...

 

 ‘스타프로 소속 알칼로이드의 리더 아마기 히이로, 미모의 일반인과 열애 중?’

난데없이 히이로의 스캔들이 터졌다.

 

 “히로 군 지금 뭐라 했어?”

 “...아이라가 몰라도 된다고 했어.”

 스캔들 건으로 히이로가 대표실에 불려갔다 온 후의 일이었다. 마요이와 타츠미가 저마다 히이로에게 괜찮냐고 말을 건네는 와중에 아이라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누구야?”

 잠깐의 적막. 히이로와 아이라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순간이 지나고 적막을 깬 건 히이로였다.

 “아이라는 몰라도 돼.”

 ....뭐? 아이라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몰라도 된다고? 아니, 순간 아이라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히이로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었다.

 “내가 왜 몰라야 되는데?”

 “...아이라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

 왜? 뭐가 좋을 게 없어? 네 애인에 대해 내가 아는 게 좋을 게 없단 거야? 아이라는 속으로 그 말을 꾹꾹 삼키며 입을 뻥긋거렸다. 따지고 보면 히이로가 연애를 하게 된단 이야기에 아이라가 화를 낼 이유는 딱히 없었다. 이미 대표하고 이야기하면서 왕창 혼났을 거고, 거기에다가 아이라가 더 화를 내는 건 심한 처사였다. 그리고 애초에 히이로와 아이라는 서로의 연애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정식적인 연인관계도 아니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이라는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연습실을 나가버렸다. 차오르려는 눈물을 꾹꾹 누르며.

 

 다음날, 스타프로는 곧바로 히이로의 스캔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라는 곧 있을 알칼로이드 단독 라이브 연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건 없었다. 단지 히이로가 아이라에게 더 눈짓을 많이 보내거나 그의 곁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단 것 외에는.

 물론 그날의 사건 이후 히이로가 불편해진 아이라는 그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라이브 날이 되었다. 모두 이번 라이브를 위해 마련된 새 의상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무대에 오를 때만을 기다리던 때였다.

 ‘띠링’

 대기실에서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던 아이라는 메시지 수신음을 들었다. 뭐지 하는 마음에 다시 손을 뻗던 찰나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칼로이드! 스탠바이 해 주세요!”

 “네!”

 아이라는 멤버들과 함께 대기실을 나와 무대로 향했다. 대기실 문을 나서는 순간 마음에 몰아닥친 쎄함을 애써 무시하며.

 

 

 

 무대는 순조로웠다. 샘플이 선공개되었던 신곡을 시작으로 그간의 반응이 좋았던 몇몇 곡을 연달아 진행하고 마침내 각 멤버들의 솔로곡 순서가 되었다. 자기 순서를 마친 히이로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아이라가 교대하여 무대로 올랐다.

 노래가 진행되고 하이라이트 파트가 됐을 무렵이었다. 관객석을 향해 눈을 돌린 아이라는 앞줄에 서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제법 아름다운 외모의 그 남자는 아이라와 눈이 마주치자 뒤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아이라가 섬뜩함을 느끼고 반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아이라!”

 마이크까지 찬 아이라의 목소리를 누르고 히이로의 외침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무대에서 내려갔던 히이로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히로....”

아이라가 히이로를 채 다 부르기도 전에 히이로는 아이라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다음 들린 것은...

‘타앙!’

 총성이었다. 히이로가 아이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진 것이 아닌, 서있는 아이라의 시선 밖에 위치한 바닥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히이로 씨!”

 “꺄아악!”

 “잡아!”

 관객석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경호원 여럿이 달려와 그 남자를 잡아 제압했고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입을 틀어막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울음을 터트렸다. 관객석의 수라도를 지켜보던 아이라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히로 군....!”

 고개를 아래로 내려 히이로를 바라봤다. 어느새 달려온 마요이와 타츠미, 그리고 공연 스태프들이 히이로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수건으로 히이로의 왼쪽 아랫배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리 밝은색의 수건이 아니었음에도 수건은 빠르게 검붉게 물들어 갔다.

구급차를 불러라, 당장 경찰에 신고해라 여러 고함이 오가는 와중에 아이라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해 주저앉았다.

 “히로...군? 왜....왜....”

 점차 눈빛이 희미해지던 히이로는 아이라를 향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아...이라....”

 “히로 군, 왜...왜 이런....!”

 “다친 데는 없어?”

 히이로의 말에 결국 아이라는 울음을 터트렸다.

 “히로 군, 바보야?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해?!”

 아이라가 흘린 눈물이 방울져 히이로의 얼굴로 떨어졌다. 아이라는 히이로의 손을 잡았다. 손의 온기가 사라져간다. 그가 죽어간다. 그 사실이 아이라를 두렵게 만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탄환이 급소를 피해간 덕에 히이로는 목숨을 건졌다. 비록 수술은 길었고, 히이로는 이틀째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세상은 떠들썩했다. 한참 뜨고 있는 인기 아이돌의 라이브 도중 일어난 총격 사건. 사람들은 범인과 그의 동기를 궁금해했다.

 범인은 바로 얼마 전, 히이로와 스캔들 루머가 났던 그 일반인이었다. 범행 목표는 아이라였고, 그 동기는 간단했다.

‘감히 나의 히이로 군과 친밀한 모습을 보는 게 화가 났다. 그래서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는 과거 히이로가 출현했던 예능에서 우연히 만났던 일반인 출현자로 그날 이후, 히이로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하고 있었다. 사람까지 매수해가며 히이로를 스토킹했고, 히이로에게 들켜서 둘이 잠깐 대화를 하던 순간이 스캔들로 기사가 난 것이었다.

 스타프로 측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범인에 대해 절대 선처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관객과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 앞으로 경호와 보안을 더 철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아직 소란스러웠지만, 상황은 그렇게 조금씩 정리되어갔다.

 조용한 병원 복도, 그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아이라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봤다. 화면에는 그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수신된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동안 히이로 군이랑 즐거웠지? 그것도 곧 끝날 거니 기대해.’

발신인 불명. 그러나 이 메시지를 보낸 게 누구인지 이제는 명확했다. 아이라 자신을 노렸고 끝내 히이로를 상처입힌 그 남자였다.

 ‘결국은 내가 아니었다면 히로 군이 저렇게 됐을 리는 없었을 텐데....’

 아이라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휘몰아쳤다. 눈동자에 투명한 막이 서렸을 무렵이었다. 히이로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싶어 자리에서 아이라가 일어난 찰나, 열린 문으로 타츠미가 나왔다.

 “탓층 선배.”

 “아, 아이라 씨.”

 “의사가 들어가던데...설마 히로 군....”

 “아뇨, 걱정 마세요, 아이라 씨.”

 타츠미의 다음 말은 아이라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히이로 씨가 깨어났어요.”

 

 “아이라!”

 베개에 몸을 기대앉아 병실 밖을 나서는 의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히이로는 교대하듯 병실로 들어오는 아이라를 보며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히로 군...”

 아이라는 조심스레 히이로에게로 다가갔다.

 “아이라,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아직도 자신을 걱정하는 히이로의 태도에 아이라는 울컥했다.

 “...왜 그랬어?”

 “어?”

 “왜 그랬냐고...히로 군 몸을 던져서가면서까지....”

 아이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참으려 했지만 눈동자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아이라의 말에 히이로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팔을 뻗어 아이라의 눈물을 닦아줬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아이라.”

 “......”

 “아이라 네가 다치는 거보다 내가 다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어.”

 “어째서....”

 “아이라는 나에게 소중하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히로 군을....”

 “그거야 나는 아이라를 사랑하니까.”

 ...히이로의 말에 아이라는 잠시 멍해졌다. 사랑? 아,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아이라는 말을 이었다.

 “그건 나도 그래, 나도 히로 군을 사랑해. 히로 군은 내 동...”

 “정말이야?!”

 “응?”

 말을 시작한 건 자신이면서 히이로는 놀란 눈으로 아이라를 바라봤다.

 “정말이냐니?”

 “아이라도 나를 사랑해? 그러니까....”

 히이로는 망설였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입을 맞추고, 서로 감싸 안고, 나중에 서로를 반려로 맞을 수 있을 만큼....”

 “자, 잠깐만 히로 군? 지금 히로 군이 날 사랑한단 건....”

 히이로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깨달은 아이라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혼자 간직해 왔던 마음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아이라가 말이 없자 히이로는 아이라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널 사랑해, 아이라. 그리고 이건 동료로서의 마음 이상이야.”

 터키석을 박아넣은 듯한 히이로의 눈동자는 진지했다. 울컥하고도 벅차오르려는 마음을 억누르며 아이라는 그 마음에 답을 해야 했다.

 “히로 군 나는....”

 

 

 “잠깐 쉬었다 갈까요?”

음악을 끄며 마요이가 말했다. 그 말에 알칼로이드 멤버들은 동작을 멈췄다.

 “그럼 저는 마실 것을 가지고 올게요오~”

 “아, 마요이 씨 저도 같이 가요.”

 타츠미가 마요이와 함께 연습실을 나섰고, 히이로와 아이라는 벽면 거울 앞에 나란히 앉았다.

 “히로 군, 괜찮아? 퇴원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으무! 이 정도는 문제없어!”

 히이로의 몸은 회복이 빨랐다. 덕분에 한 달이 지난 현재, 히이로는 알칼로이드 리더로서의 활동에 예상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었다. 히이로의 웃는 얼굴에 아이라는 괜히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무리하지 마. 저번같이 내 앞에서 쓰러지는 건 사양이야.”

 “아하, 조심할게.”

 히이로와 아이라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그런 둘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다 입술이 포개어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히이로와 아이라가 둘 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시각

“후후, 아이들이 바빠보이는데 우린 조금 있다가 들어갈까요, 마요이 씨?”

“히, 히익.. 네에...”

둘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타츠미와 마요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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