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 X 배터리빌런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입니다.
"..... 왔나“
투명한 통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인영. 모두 지나칠 뿐인 이 건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네 살 아이처럼 경쾌했다.
“... 어서오세요.”
“인사는 됐고~ 그거 줘! 거… 그래, 보조배터리! 거, 저번에 공짜로 준대매!"
시작이군.
나의 직장이자 집,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장소인 ‘XX xxxx 매장’에 찾아와 공짜를 갈구하는 그는, 어찌나 성실한지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없긴 뭐가 없어! 너, 거 너같이 멋있는 놈과 한 대화를 내가 잊을 것 같아?!"
하아…
늘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는 그를 마주하는 일은 곤욕이다. 목을 타고 귀 끝까지 뜨끈한 기운이 돈다. 설마, 지금 내 얼굴...
“…풋.”
아아-.
불길한 예감은 늘 빗나가질 않는다.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웃음은 나의 얼굴이 한껏 붉어졌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으니... 지금 내 모습은 끓는 물 속 문어요, 찜기 속 대게이며, 열받은 소금 위 새우라는 소리다. 이거... 한 방 먹었군. 이럴 때야말로 강하게 맞서야 하는 법. 얼굴에 도는 열감을 애써 무시한 채 입을 연다.
"나야말로. 이렇게 아리따운 그대와 한 대화를 있을 리 없지 않나. 이제 슬슬 인정하는 게 어때, 나만의 스마트폰 군.“
두근!
이 세계가 만화 속이었다면 분명 그의 옆엔 커다란 효과음이 붙었으리라 확신한다. 눈에 띄게 움찔한 그의 얼굴은 보름 전 온실에 심은 복숭아나무를 연상케 했다. 꿀이 가득한 복숭…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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